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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국보급 센터 박지수 자괴감과 사투 펼친 WNBA [추석특집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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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여자농구대표팀의 박지수가 13일 충북 진천선수촌 챔피언하우스에서 스포츠서울과의 인터뷰를 위해 포즈를 취하고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진천 =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침체기에 빠져있던 여자농구에 활로가 열렸다. 여자배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이끈 김연경(30·엑자시바시)처럼 세계무대를 호령할 슈퍼스타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프로가 여전히 금융권 실업농구 성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여자농구의 현실을 고려하면 슈퍼스타의 등장이 리그 활성화와 저변확대, 국제경쟁력 강화를 끌어낼 촉매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자명하다. 놀라운 사실은 방년(芳年)에 불과해 한계가 어디일지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한국 여자농구의 ‘국보급 센터’로 자리매김한 박지수(20·청주 국민은행) 얘기다.

박지수는 숨가쁜 1년을 보내고 있다. 2018~2019 여자프로농구(WKBL) 정규리그 개막을 한 달 가량 남겨둬 사실상 1년 내 실전을 치른다고 봐도 무방하다. 2017~2018 WKBL 챔피언결정전이 끝난지 3주 만에 한국 농구 역사상 역대 두 번째로 꿈의 리그인 미국 여자프로농구(WNBA)에 지명됐고 WNBA에서 풀타임 시즌을 치른 직후 태극마크를 달고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북 단일팀에 합류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시안게임이 끝난 뒤 곧바로 진천종합선수촌으로 가 22일(한국시간) 시작하는 2019 FIBA 농구 월드컵에 나선다. 월드컵이 끝나면 10월 열릴 통일농구 대회에 참가하고 곧바로 소속팀에 복귀해 새 시즌 준비에 돌입한다. 그는 이토록 각고면려(刻苦勉勵)하는 이유로 ‘여자농구의 부흥’을 꼽았다. 체력이 버텨낼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올정도로 빡빡한 한 해를 보내고 있는 박지수가 스포츠서울 독자들에게 한가위 인사를 전하기 위해 시간을 또 쪼갰다.

스포츠서울

30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켈로라 붕 카르노(GBK) 이스토라 경기장에서 2018 아시안게임 여자농구 남북단일팀과 대만의 준결승 경기가 열렸다. 박지수가 상대 수비를 막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 꿈꾸던 무대 자괴감으로 시작
지난 3월 21일 WKBL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패해 박지수의 프로 두 번째 시즌이 끝났다. 정규리그 35경기에 모두 출전해 14.23점 12.9리바운드 3.3도움 2.5블록슛으로 ‘기둥’이라는 애칭을 얻은 박지수는 크고작은 부상 부위를 다스리던 4월 13일 깜짝 놀랄만한 소식을 접했다. WNBA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5순위, 전체 17순위로 미네소타에 지명됐다. 기뻐할 새도 없이 신생팀인 라스베이거스로 트레이드됐다는 소식까지 날아들었다. 갑작스럽게 태평양을 건넜고 트레이닝 캠프에서 마주한 외국인 선수들의 기량은 상상 이상이었다. 박지수는 “그냥 남자 선수들 같았다. 신장도 힘도 근력도 차원이 달랐다. ‘이게 미국 농구구나’라는 생각도 잠시였다. ‘나는 어떻게 농구를 했지?’라는 자괴감이 들었다”며 웃었다. WKBL에서 외국인 선수를 상대할 때나 대표팀 소속으로 국제대회를 치를 때는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부딪쳐보니 장벽이 높기만 했다. 그는 “슛을 쏘려고 고개를 들면 골대가 안보였라. 그런 경험은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 모든 것이 시작 신선한 첫 경험들
트레이닝 캠프를 통해 개막 로스터에 이름을 올려 2003년 정선민(현 인천 신한은행 코치) 이후 15년 만에 WNBA 선수가 됐다. 약관에 마주한 첫 해외리그는 모든 것이 첫 경험이었다. 박지수는 “농구는 똑같지만 준비과정은 전혀 달랐다. 시즌 때에는 일정이 빡빡하니 팀 훈련을 아주 짧게 한다. 하지만 트레이닝 캠프에서는 하루 종일 드리블, 하루 종일 리바운드 등 한 가지 훈련에 하루를 할애하는 경우가 많다. 기본을 견고하게 다진다고 해야하나? 시간은 길지 않았지만 강도는 무시무시했다. 웨이트트레이닝이나 슛 등 개인훈련은 각자 알아서 해야했기 때문에 동료들을 따라가느라 정신없었다”고 말했다. 주위에서는 ‘미국 진출했으니 여행 실컷하고 좋겠다’는 얘기도 했지만 박지수에게는 꿈 같은 얘기였다. 장거리 이동에 시차까지 극복하며 시즌을 치러야 했기 때문에 다른 곳에 눈돌릴 여력이 없었다. 박지수는 “개인훈련에 적응을 못해 초반에 애를 먹었다. 신생팀이고 리그에 안착해야 한다는 사명감 같은게 있어서 더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자유롭지 않은 의사소통도 외로움을 배가시켰다. 그는 “하고 싶은 말을 다 못한다는 게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도 깊이 깨달았다. 영어 공부를 한다고 했는데도 부족함이 많았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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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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