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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직업혁명 선두주자는 누구-‘덕후’의 열정으로 세상에 없던 Job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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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급변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이들이 있다. 신직업인이다. 이들은 종전의 상식을 넘어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또 경제적 자립도 이루기 시작했다. 물론 처음 열어젖힌 길이라 시행착오도 많고 세상에 각인시키기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새로운 길을 헤쳐 나가는 이들을 만나봤다.

1. 국내 1호 연애코치

▶이명길 사이다연애상담소 대표

▷SNS로 상담, 간편결제로 억대 수입

매경이코노미

이명길 대표는 고용정보원 직업사전에 국내 1호 연애코치로 등재되기도 했다.


2000년대 초반 대학 시절부터 그에게는 연애 상담이 유독 많았다. 한두 사람 고민을 들어주다 점점 사례가 쌓여갔다. 이를 바탕으로 공론의 장을 마련하면 어떨까 해서 온라인 카페 ‘20대 여우들이 궁금해하는 20대 늑대들의 진실’을 만들고 운영하기 시작했다. 회원 수는 순식간에 1만명을 훌쩍 넘겼다. 케이스별로 어느 정도 유형이 정리되자 아예 이를 바탕으로 내밀한 연애 얘기를 묶은 책을 냈다. 대학교 3학년 때였다. 이후 결혼정보회사 듀오에서 연락이 왔다. 인턴으로 시작해 정직원 채용으로 바로 이어졌다. 이후에도 꾸준히 연애 관련 책을 쓰며 전문성을 키웠다. 이명길 사이다연애상담소 대표 얘기다.

그는 한국고용정보원 직업사전에 등재된 국내 1호 연애코치다.

듀오에서는 수석 연애코치로 30대 중반에 이미 억대 연봉자로 등극했고 삼성SDS 산하 연애연구소장 등을 거쳐 올해 초 독립했다.

1인 기업이나 다름없는 그는 오히려 독립 후 더 바빠졌다. 쏟아지는 상담 요청은 물론 강연, 행사 기획까지 종횡무진이다. 수입은 회사 때보다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연말이면 억대 연봉을 간단히 넘을 정도로 스케줄이 꽉 짜였다.

“연애 상담 관련 책만 10권을 출간하면서 일단 시장에서 1호 연애코치라는 존재감을 확고하게 알린 것이 주효했습니다. 더불어 요즘에는 유튜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발달해 사람들이 알아서 모바일로 찾아오는 사례도 많아 딱히 영업할 필요도 없고요. 게다가 카카오페이 등 간편결제도 워낙 발달해 매출이나 비용처리도 편리해져서 1인 기업으로 활동해도 전혀 문제가 없답니다.”

그의 주요 소득원은 1 대 1 상담이다. 한 시간 이내, 건당 20만~30만원을 받는데 사이다연애상담소 사이트로 들어와 상담 시간을 정하면 문자나 전화로 상담이 이뤄진다. 이 대표는 “예전과 달리 비대면 상담을 더 선호한다. 얼굴 보는 게 오히려 내밀한 얘기를 하는 데 부담이 된다고 하니 1인 기업 입장에서 출장, 이동을 안 해도 돼 좋다”고 말했다.

강연 수입도 만만찮다. 특히 삼성그룹 계열사 등 대기업에서 의외로 수요가 많다고. 이 대표는 “양질의 직장을 다닌다 해도 결혼은 또 다른 문제다 보니 기업 복지 차원에서 강연 요청 수요가 꽤 있다”고 말했다.

최근 그는 몸이 하나로 부족할 정도로 바쁘자 연애 상담 플랫폼으로 사업을 키워볼 생각이다. 사이다연애상담소 앱에 질문자가 24시간 고민을 등록하면 이 대표가 인증한 연애코치가 고민을 유료로 해결해주는 식이다. 이 대표는 “일반인이라면 앱을 통해 누구나 연애상담사 자격 테스트에 응시할 수 있다. 10만 연애상담사를 양성해 대한민국의 결혼, 육아 문제를 적극 해결하는 데 기여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2. 여성공학자 네트워크전문가

▶이진주 걸스로봇 대표

▷‘로봇 덕후’의 도전이 과학계를 바꾸다

매경이코노미

이진주 걸스로봇 대표는 국내 최초의 여성 공학자 모임을 주최하면서 공학계 유리천장 깨뜨리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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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을 억압하는 유리천장이 하나둘 부서지고 있지만 여전히 남성 위주 영역으로 남아 있는 곳이 적잖다. 대표적인 곳이 공학계다. ‘공대 아름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공학은 전통적으로 남성의 학문으로 여겨졌다. 훌륭한 여성 공학도가 없지 않지만, 학계에서 이들은 대부분 ‘비주류’에 속했다. 이런 편견에 반기를 들고 나선 사람이 있다. 이진주 걸스로봇 대표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진주 대표는 공학자는 아니다. 로봇을 좋아하는 ‘로봇 덕후(어떤 분야에 몰두해 전문가 이상의 열정과 흥미를 갖고 있는 사람)’가 덜컥 일을 벌인 것이 여기까지 왔다. 걸스로봇의 모체는 ‘로봇공학을 위한 열린 모임(로열모)’이다. 과학 영재 출신에 어릴 적부터 로봇에 관심이 많던 이 대표는 로열모 활동을 하던 중 여성 공학자들의 모임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생각은 실천으로 이어졌다. 1인 기업 ‘걸스로봇’을 창업하고 곧바로 여성 공학자를 위한 강연회를 열었다. 국내 여성 로봇공학계 최고참인 조혜경 한성대 정보통신공학과 교수를 비롯해 이동희 독일 뮌헨공대 전자컴퓨터공학과 교수, 박혜원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미디어랩 연구원, 조경은 동국대 멀티미디어공학과 교수, 엄윤설 키네틱 아티스트(로봇을 활용한 예술가) 등 국내외 쟁쟁한 여성 공학자들이 강연자로 나섰다. 이들은 자연스럽게 걸스로봇 1기가 됐다. 학연, 지연, 혈연 아무것도 없었지만 맨땅에 헤딩하다시피 뛰어다닌 열정의 결과였다.

창업 3년 만에 걸스로봇은 국내 여성 공학자들의 최대 네트워크로 성장했다. ‘듣보잡 아줌마의 취미활동 아냐?’라는 보수적인 학계의 시선이 180도 바뀌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사업 영역도 단순 강연회 개최에서 여성 공학자를 대상으로 한 멘토링, 국내외 취업 연결 등 점차 확장되고 있다. 한국로봇산업협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기업과 정부에서도 먼저 손을 내밀기 시작했다. 이제는 여성 공학자가 필요할 때 걸스로봇을 찾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

“과거에는 실력 있는 여성 공학자가 인맥이 없어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했어요. ‘착한 여자는 천국으로 가고 공대 여자는 어디로든 간다!’는 걸스로봇의 슬로건처럼 더 많은 여성 공학자들에게 기회를 열어주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삼성전자, 중앙 일간지 기자 등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직업을 박차고 나온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을까. “1인 기업이지만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을 하는 지금이 가장 행복해요.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니 열정적이 될 수밖에 없고 자연스럽게 주변에 좋은 사람이 모이게 되더라고요. 걸스로봇을 하면서 만난 소중한 인연들이 저의 가장 큰 자산입니다.”

이 대표는 이런 인연을 바탕으로 최근 새로운 도전을 준비 중이다. 제주도 자택 옥상에 사설 천문대를 설치하고 과학계 명사들과 함께하는 ‘과학 살롱’을 운영하는 것. “딱딱한 과학을 부드럽게 만드는 것이 과학 대중화의 첫걸음이라고 생각해요. 여성뿐 아니라 일반 대중을 상대로도 과학계의 네트워크 메이커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3. 실전 기획 교육의 달인

▶박신영 기획스쿨 이사

▷삼성·LG…대기업 강의 일감 봇물

매경이코노미

제일기획 광고기획자 출신 박신영 이사는 기획교육전문가로 변신해 성공을 거뒀다.


‘기획의 달인’ ‘공모전의 여왕’ ‘베스트셀러 저자’.

박신영 기획스쿨 이사를 설명하는 수식어는 화려하다. 박 이사는 제일기획 AE(광고기획자)를 거쳐 현재는 5권의 책을 쓴 작가이자 기업과 대학에서 보고서 등 기획을 강의하는 전문교육가로 활동 중이다. 과정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대학 시절에는 언론정보문화학이라는 전공을 살려 공모전을 선택했다. 하지만 2년 동안 결과는 지지부진했다. 낙담하던 중 합류하게 된 광고 동아리에서 과거 공모전 수상작을 100개씩 파헤치는 ‘삽질’ 끝에 조금씩 성과가 나기 시작했다.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제일기획 공모전을 시작으로 양대산맥으로 불리는 LG애드 공모전까지 무려 23관왕에 올랐다. 이때부터 박 이사는 ‘공모전의 여왕’ ‘대학생이 가장 만나고 싶은 대학생’ 등으로 유명세를 탔다.

제일기획에 입사해 광고 기획을 업으로 삼던 박 이사에게 전환점은 예고 없이 찾아왔다. 박 이사는 “어렵게 들어간 직장이었지만 잦은 밤샘으로 협심증 증상까지 나타나는 등 건강이 워낙 나빠져 회사를 그만뒀다. 살기 위해 무작정 퇴사를 하고 놀던 중 대학 선배를 따라 모 대기업 기획 강의 현장에 따라갔다가 기획 자체에 너무나 막막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돌아봤다.

이때부터 박 이사는 기획을 가르쳐주는 일에 푹 빠지게 됐고 교육 컨설팅 업체인 폴앤마크로 이직했다. 이후는 일사천리. 당시만 해도 기획 관련 강의 자체가 거의 없었을 뿐 아니라 그마저도 소수의 40~50대 남성 박사들이 주도하는 ‘재미없는’ 시장이었다. 추상적이고 어렵기만 한 기획을 구체적인 사례로 보여준 것이 주효했다. 때맞춰 틈틈이 기획력 강의에서 썼던 강의노트를 모아 2013년 냈던 ‘기획의 정석’은 입소문만으로 10만권이 팔리는 기염을 토했다. 삼성, LG, 포스코 등 100여개 기업에서 기획 강의 의뢰가 쏟아졌다.

박 이사는 “당장 써먹을 수 있는 것 위주로 정리해서 쉽게 알려주려 노력한다. 2~3일간 1인 1제안서 작성 등 수업이 끝나면 자신만의 제안서를 1개씩은 꼭 가져가는 식으로 아웃풋과 실용성 측면에서 차별화를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폴앤마크를 나와 남편과 함께 ‘기획스쿨’이라는 기업을 차렸다. 대기업 고객이 워낙 탄탄한 덕분에 연매출이 벌써 수억원이다. 그는 독립을 꿈꾸는 직장인들에게 “반드시 리허설을 해보라”고 권했다. 박 이사는 “나와서는 리허설이 없다. 그야말로 야생이다. 회사 다니면서 최대한 비판을 많이 수집해 보완을 거듭해야 한다. 할 수 없는 것, 우선순위가 아닌 것에 지나치게 힘을 빼지 말고 약점과 비효율을 인정하는 데서 도전의 에너지를 얻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4. 新개념 여행크리에이터

▶김성용 남의집프로젝트 대표

▷일상 속 미지의 공간 찾아 떠나요~

매경이코노미

김성용 대표는 일상 속 공간을 특별하게 만드는 데서 영감을 얻었다.


김성용 남의집프로젝트 대표는 IT 기업을 다니던 평범한 월급쟁이였다. 한편으로는 미래가 늘 불안했다. 김 대표는 “IT 기업에서 사업 개발, 마케팅, 제휴 등의 업무를 도맡았는데 문과생으로 미래가 늘 불안했다. 길어야 10년이면 조직에서 더 이상 나를 필요로 하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니 자연스럽게 새로운 일을 고민하게 됐다”고 돌아봤다.

그가 택한 새로운 업(業)은 ‘남의집프로젝트’다. 이름부터가 생소하다. 쉽게 말해 가정집 거실에서 집주인의 취향을 나누는 거실 여행 서비스다. 온라인에서 어떤 이가 모임을 제안하고 사람들이 참여 의사를 밝히면 초대하는 식으로 모임이 이뤄진다.

프로젝트 이름은 생소해도 따지고 보면 전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은 아니다. 자신의 집을 다른 이들의 숙소로 빌려주는 숙박 공유 서비스 ‘에어비앤비’의 변형판 정도로 보면 된다. 이미 미국을 중심으로 다른 사람의 집에서 저녁식사를 예약하고 즐길 수 있는 서비스 ‘피스틀리(Feastly)’도 확산 중이다. 김 대표가 프로젝트의 성공을 확신한 것은 이런 흐름 속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에 대한 직장인들의 욕구를 읽으면서부터다.

지난해 1월 시작한 첫 프로젝트는 ‘남의집 멘토링’이었다. 콘셉트는 간단하다. 남의 집 거실에 모인 사람들이 집주인이 전하는 일상의 취향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 고수를 좋아하는 호스트와는 고수로 만든 음식을 먹고, 아침 시간을 좋아하는 집주인과는 아침에 모여 각자 아침을 보내는 방식과 아침식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식이다.

매번 10명 안팎 정도만 모집하다 보니 참여 경쟁이 치열한 경우도 생긴다. 처음에는 무료였지만 예약 후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최근에는 한 사람당 3만~4만원의 입장료를 받는다. 이 중 일부를 수수료 명목으로 받는 것이 김 대표의 유일한 수익원이다. 꼬박꼬박 월급 받던 때보다 주머니는 다소 가벼워졌지만 수익구조에 대한 고민은 잠시 내려놓기로 했다.

김 대표는 “지금까지 60회를 진행하며 거의 격주로 남의 집을 오픈해왔는데 매번 여행 가는 경험이었다. 새로운 공간, 낯선 사람들을 만나는 여행의 설렘이 지금까지 남의 집 프로젝트를 이어오게 한 원동력”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남의 집 프로젝트의 비전은 ‘집으로 떠나는 여행’이다. 여행의 동기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하나는 ‘일상 탈출’이다. 따져보면 남의 집만큼 미지의 공간이 어디 있으며 취향이 맞는 이방인들이 함께 모였으니 남의 집 프로젝트를 통해서 여행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우리 이번 주말에 뭐 할까’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남의 집으로 여행 가자’라는 말이 나올 수 있게 남의 집 프로젝트를 성장시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5. 트렌드분석전문가

▶김소희 김소희트렌드랩 대표

▷유통업계에 1일 1트렌트 리포트

매경이코노미

김소희 김소희트렌드랩 대표는 매일 한 편의 ‘데일리트렌드’ 리포트를 유료 구독자에게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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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유행에 민감한 패션·유통업계에서 크든 작든 사업을 하는 이라면 하루가 멀다 하고 업계 트렌드와 정보에 목마를 수밖에 없다. 이런 시장에서 김소희트렌드랩의 김소희 대표는 1998년부터 직원 8명을 두고 매주 업계 정보를 제공하는 트렌드 정보업체를 운영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트렌드에 정답이 없어졌다. 더 이상 특정 대기업이나 브랜드가 패션 트렌드를 선도하지 않고 주류 색상의 제품만 잘 팔리던 트렌드도 사라졌다. 시장을 예측하기 더 어려워졌다. 사업을 어떻게 운영해야 할까, 정보에 목마른 사람은 여전히 넘쳐난다.

“트렌드 정보를 제공하는 업체는 많습니다. 매일같이 속보가 쏟아지는 패션·유통 관련 언론사도 그중 하나지요. 1인 기업으로 그들과 차별화하려면 시장에 나온 데이터를 다각도로 분석하고 저만의 예측을 제공해야 승산이 있겠다 싶었지요.”

김소희 대표는 2016년 말 과감하게 1인 기업으로 다시 시작했다. 평일, 매일 하나씩 트렌드 리포트를 작성해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국내외 시장에 쏟아진 정보를 모아 정리하고 사업 기회를 다각도로 분석하고 나름의 의견과 시장 전망을 덧붙였다. 그것도 무료로.

반응이 좋았다. 조회 수가 최소 5000~6000회, 1만회를 넘는 경우도 많았다. 트렌드 리포트가 일반인 독자가 아닌 업계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칼럼인 점을 감안하면 의미 있는 성과다. 수요가 있다 싶어 매일 하나씩 올리는 트렌드 리포트를 지난해 말부터 유료로 전환했다. 구독 분야를 비즈니스 부문, 패션 부문으로 나누고 구독자도 개인·법인, 월간·연간으로 나눠 받았다. 가령 개인이 비즈니스 리포트를 구독하는 비용은 월 2만8000원, 법인이 구독하는 비용은 연간 110만원이다. 돈을 내고서라도 리포트를 받아보겠다는 독자가 꾸준히 늘어났다. 김소희 대표의 ‘데일리트렌드’는 이제 개인은 물론 패션업체, 유통업체, IT 기업까지 구독하는 필수 리포트가 됐다.

매일 직접 자료를 모으고 글을 쓰는 일이 버겁지는 않을까. 김소희 대표는 나름의 노하우와 독자의 도움을 받는다고 말한다. “힘줘서 딱딱하게 글을 쓰지 않아요. 제가 직접 말하듯 대화체로 쓴답니다. 따로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오타가 있으면 열혈 구독자 몇 분이 따로 제보해준답니다. 그들에게는 감사의 표시로 쿠폰을 보내요. 저로서는 인건비를 아끼는 셈이니까요(웃음).”

1인 기업 해볼 만하지 않을까. 김소희 대표는 1인 기업이 취업난의 만능 대안은 아니라고 못 박는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국내에는 정보를 제공하는 업체가 많아요. 소일 삼아 또는 직업 삼아 블로거로 활동하는 개인도 많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잘 벌지는’ 않아요. 한 분야에서 경력을 쌓고 시장을 충분히 알 때, 나만의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어야 경쟁력 있지 않겠어요?”

6. SNS 카드뉴스제작자

▶프리랜서 이은지 씨

▷만들었다 하면 ‘100만 클릭’

매경이코노미

프리랜서 이은지 씨가 만드는 카드뉴스는 SNS에서 큰 인기를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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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 떠돌아다니는 카드뉴스는 누가 만드는 것일까. 모바일 SNS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카드뉴스 중에는 이은지 씨 손에서 나온 것이 상당수다. 그가 만든 카드뉴스는 공유에 공유를 거쳐 50만~100만명에게 도달한다.

“오프라인 행사를 기획하는 일을 했었는데 행사를 하려면 홍보와 돈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기업 스폰서 모집을 위해 이런저런 제안서를 만들다 보니 우연히 카드뉴스도 만들게 됐어요. 그런데 그 카드뉴스가 소위 ‘대박’이 난 거예요. 제가 만든 콘텐츠가 인기를 끄니 기업에서 카드뉴스를 만들어달라고 의뢰를 하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카드뉴스를 본격적으로 만들기 시작했죠.”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는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부터 알아야 했다. 온라인에서 인기를 끄는 카드뉴스를 500여개 끌어모아 플롯(구성), 문체, 이미지, 사진 구도를 싹 연구했다. 기획서 잘 쓴다는 사람을 알음알음 수소문해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앱 개발 회사를 창업했던 경험, 학창 시절 아프리카TV에서 하루 13시간씩 축구 경기를 중계한 경험, 적성에 안 맞아 그만둔 드라마 작가 공부 경험이 모두 도움됐다.

이은지 씨는 페이스북에, 인스타그램에, 카카오톡 1분(1boon) 뉴스에 각각 다른 포맷과 크기, 길이로 카드뉴스를 만들어 올린다. 플랫폼별 이용자 성향이 천차만별이어서다. 가끔은 일부러 카드뉴스 해상도를 떨어뜨려 ‘허접한’ 카드뉴스를 만들기도 한다고. 이렇게 이은지 씨가 버는 수입은 월 1000만원가량 된다.

“유튜브 영상은 품질이 높아질수록 대중과 멀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너무 잘 만든 콘텐츠는 소비자가 ‘광고’거나 진정성이 없다고 받아들이는 것이죠. 그래서 카드뉴스도 화려한 이미지를 잔뜩 사용하기보다는 스토리텔링에 중점을 둬요. 카드뉴스 한 편 만드는 데 일주일간 공을 들인답니다.”

이은지 씨는 일 년에 한 번씩은 해외 프로젝트를 기업에 제안하기도 한다.

“마음 맞는 팀원과 함께 ‘뉴욕에서 한 달 살기’ 제안서로 2000만원을 지원받아 콘텐츠를 제작한 경험이 있습니다. 이때는 체류비를 빼면 수입이 생기지 않아요. 하지만 저만의 콘텐츠를 업그레이드할 좋은 투자라고 생각합니다. ‘디지털 노마드’로 다양한 곳에서 생활해볼 수도 있고요.”

[박수호·배준희·류지민·정다운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76호·추석합본호 (2018.09.19~10.0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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