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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단독] 원주캠 ‘불똥’ 떨어졌는데…총장은 “신촌-원주 ‘하나의 연세’ 아니었다” 발언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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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김용학 연세대학교 총장이 지난 19일 연세대학교 원주캠퍼스에서 채플 강연을 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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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량강화 대학’ 선정 이후 한달…학생들 “학교측 소극 대처”

-학생 항의에 총장은 “원주캠, 서울과 재정ㆍ행정 별개 운영”

-“재평가에 관해 교육부와 물밑작업 하고 있다” 위험 발언도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 “그동안 하나의 연세라고 주장하셔놓고 저희는 배제하시는 거 아닙니까”- 연세대학교 원주캠퍼스 학생

“여태까지 하나의 연세는 없었습니다. 재정과 행정 모두 독립된 상태로 운영돼 왔습니다”–김용학 연세대학교 총장

연세대학교 원주캠퍼스가 교육부 평가에서 ‘역량강화 대학’으로 최종 선정된 이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역량강화 대학은 교육부의 대학 평가 하위권에 속해 인원 감축 등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대학을 말한다. 이에 따라 원주캠퍼스는 앞으로 3년간 입학정원 1470명 중 10%(147명)를 조정해야 하는 위기에 처했다. 결국 학생들은 총장에게 직접 대책 마련을 촉구했지만 총장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오히려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깜깜이 대책 마련에 학생들 울분=연세대 원주캠퍼스가 교육부로부터 역량강화 대학으로 최종 확정된 것은 지난 3일이다. 교육부와 교육개발원이 시행하는 2018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 결과 연세대 원주캠은 하위 36%에 속해 역량강화 대학으로 선정됐다. 역량강화 대학은 정원감축을 조건으로 교육부 재정지원을 받을 수 있다.

학교는 충격에 휩싸였다. 입학정원이 감축되면 등록금 의존율이 66% 달하는 원주캠퍼스 재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원주캠퍼스 학생들은 신입생 모집이 어려워지고 취업에 있어서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학교는 학교 발전을 위한 중장기적인 대책을 세우겠다며 10명의 교수들로 구성된 ‘원주 혁신위원회’를 만들었지만 학생 참여를 배제하면서 불통 논란에 휩싸였다. 재학생 양모(21) 씨는 “혁신위는 자문위원회에 학생은 비대위원장 1명만 포함시키는데 그쳤다. 현실적으로 혁신위에 학생들의 의견이 전달하기란 쉽지 않다. 공개한다던 회의록도 한번도 공개하지 않는 등 불투명하게 운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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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학 연세대학교 총장이 지난 19일 연세대학교 원주캠퍼스 학생들과 질의응답을 갖고 있는 모습. [연세대학교 매지방송국 YMBS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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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연세’ 부인한 총장…“총장이 할 말인가” 분노=학생들은 지난 19일 김 총장이 채플 수업 강연을 위해 학교를 방문하자 그간 쌓인 답답함을 표출했다.

이날 채플 수업 도중 15학번 조모 씨는 “총장님은 (앞으로의 대책에 대해) 답변하셔야 한다. 저희 여기 돈 내고 다니는 학생이고 연세재단 구성원이다”고 소리 높였다. 이어 다른 학생들도 “진정성 있게 사과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고 항의했다.

수업이 끝난 뒤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 학생 60여명은 기다렸다는 듯이 김 총장에게 질문과 항의를 쏟아냈다. 한 학생은 “하나의 연세를 주장하시면서 저희는 배제하시는 게 아닙니까”고 물었다.

김 총장은 “여태까지 하나의 연세가 아니었던 게 가버넌스가 독립적이었다. 재정이 독립적이었기 때문에 행정도 당연히 독립성을 가졌다”면서 “지금까지 원주캠에 대해서 결재한 게 거의 없다”고 답했다.

연세대학교 신촌, 국제, 원주 캠퍼스를 모두 총괄하는 총장이 원주캠을 두고 하나의 학교를 부인하는 발언을 하자 학생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교육부와 물밑 접촉 하고 있다?” 부적절한 발언 논란= 김 총장은 이날 역량 진단에 대해 ‘교육부와 물밑 접촉을 하고 있다’는 식의 부적절한 발언도 남겼다.

한 학생이 “졸업할 때까지 부실대학 딱지를 안고 가야 한다. 책임지셔야 한다”고 항의하자, 그는 “지금 발표할 기회가 아닌지 모르겠지만 1년 후에 재진단 받아서 바꿔주는 것을 지금 교육개발원을 통해 교육부와 논의 중이다. 물밑에서 진행되는 작업이라 공개적으로 이야기를 하긴 어렵다”고 답했다.

이는 대학이 평가기관과 대학 평가에 관해 협상하고 조율하고 있다는 의미를 담은 위험한 발언이었다. 300여 곳의 대학이 참여하는 정부의 대학 평가를, 한 대학이 이를 주관하는 교육부와 ‘물밑에서’ 논하고 있다는 것은 대학 평가의 공정성을 흔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해당 발언에 어떻게 나오게 됐는지 파악 중이다. 아직 내부에서 논의를 거치고 있다”고 밝혔다.

학생들의 분노는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임성환(22) 씨는 “학교와 학생들 사이에 정보교류가 원활하지 않아 학생들이 불만이 많은 것 같다. 학생들이 꼭 알아야 하는 부분은 최대한 학교에 요구해 학우들에게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학교 측은 이번 사태에 대해 학생들과 소통해왔다고 해명했다. 학교 관계자는 “총장 명의의 이메일을 학생들에게 발송해 현 상황에 대한 입장과 대학의 대응 방안을 밝혔고, 총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있음을 전한 바 있다. 혁신위원회에서도 학생대표를 참여시킬 수 있도록 지시하는 등 학생들의 요구가 혁신안에 반영될 수 있도록 조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1일 학생대표와 학생복지처장과의 간담회를 갖고 앞으로의 대책에 대해 함께 논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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