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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난임부부 "몸은 몸대로, 마음은 마음대로 너덜너덜" [일상톡톡 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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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애 못 낳는 여자라는 수식어가 얼마나 기분 나쁜 말인지 남성들은 모를 것"이라며 "우리 사회는 아직도 여성이 애 낳는 기계인줄 안다"고 꼬집었다.

B씨는 "난임은 정말 겪어보지 않은 이들은 얼마나 힘든지 알지 못한다"며 "계속되는 임신 실패도 몸은 몸대로, 마음은 마음대로 아프고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C씨는 "우리 부부도 난임 관련 상담 받아봤는데 무료로 상담해주는 건 별 도움이 안되었다"며 "사비 들여서라도 상담 몇 번 받고, 나머지는 자기 스스로 마인드 컨트롤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D씨는 "임신 계속 시도하다가 실패한 뒤 자포자기한 상태로 3개월 정도 쉬면서 정말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다시 시도했는데 기적처럼 아이가 찾아와 지금 8개월차"라며 "임신 사실 알고 신랑과 테스트기 붙잡고 2시간동안 펑펑 울었다"고 전했다.

E씨는 "주변에 나보다 늦게 결혼한 이들이 더 빨리 아기 갖는 걸 보고 축하해주면서도 속으로 남몰래 울어야했다"며 "지인들이 '마음 편히 먹어야한다'고 하는데 이게 말이 쉽지 애 낳는 게 뜻대로 되는 게 아니었다"고 푸념했다.

F씨는 "난임의 원인은 정말 다양하다. 여성만이 아닌 환경 등 다른 변수일 수도 있다"며 "남의 일이라고 함부로 운운하지 마라. 당사자들에게 큰 상처를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G씨는 "1%의 가능성 밖에 없어 병원에서도 치료를 권하지 않던 난임부부가 매일 정말 하루도 빠지지 않고 5년간 자연임신을 시도하는 등 노력해 드디어 임신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H씨는 "난임과 약간 다른 얘기지만 산후우울증이 심해져 지역 구청 상담센터 찾아갔는데 '그런 건 여기서 상담 안 되고, 설령 되도 2주 이상 기다려야 한다'는 얘기만 듣고 발걸음을 돌렸다"며 "자살 생각도 했지만 그래도 내 아기를 생각해서라도 살아야 했기에 사비를 들여 심리상담을 받긴 했으나, 1회당 10만원이 훌쩍 넘어 받는 게 부담스러웠다"고 토로했다.

세계일보

난임 여성은 죄책감과 분노, 조급함, 무가치함, 서러움 등의 정서적 고통과 상실감으로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5∼2016년 난임부부 지원사업 결과분석 및 평가' 보고서(황나미 연구원 외)를 보면, 우리나라에서 2010년 이후 해마다 난임 진단을 받는 여성은 20만명 이상에 달한다.

2015년 체외수정 시술 경험 여성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86.7%가 정신적 고통과 고립감•우울감을 경험하는 등 심각한 수준이었다.

자살을 생각해본 경험이 있는 경우도 26.7%에 이르렀다.

대한정신건강센터의 '2015년 산후우울증 용역연구' 보고서를 보면, 산후우울증은 산모의 10∼20%가 겪을 수 있는 비교적 흔한 질환으로 영아 살해 후 자살 같은 최악의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정확한 유병률조차 파악되지 않았고, 사회적 인식과 지원도 미비한 실정이다.

◆남성 우울증, 임신 성공률 ↓

남성 우울증이 임신 성공률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아동보건·인간발달연구소(NICHD)의 에스터 아이젠버그 박사 연구팀은 난임 부부 중 남편이 우울증이 있으면 임신 성공률이 크게 떨어진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고 워싱턴 포스트 인터넷판이 최근 보도했다.

난임 부부 1600여 쌍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아이젠버그 박사는 말했다.

남편이 우울증이 있는 난임 여성은 남편이 우울증이 없는 난임 여성보다 임신 성공률이 60%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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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우울증이 있는 여성은 임신 성공률이 9%, 남편이 우울증이 없는 여성은 25%였다.

그러나 아내의 우울증은 임신 성공률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난임 부부 중 남편이 우울증이 있는 경우는 2%, 아내가 우울증을 겪는 경우는 6%인 것으로 조사됐다.

남성 배우자 우울증이 임신 성공률에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우울증으로 인한 △성욕 감퇴 △발기부전 △사정 지연 △섹스 빈도 감소 △정자 질 부정적 변화 등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고 아이젠버그 박사는 설명했다.

우울증이 있는 남성은 정상적인 정자의 수가 적고 정자의 운동성(motility)이 떨어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의료기관별 난임부부 임신성공률 '비공개'…알권리 침해 소지

난임부부들이 병원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는 임신성공률이 비공개 정보로 분류된다. 임신성공률이 임신 가능성을 보여주는 절대적 지표가 아니고, 의료기관이 고령 산모를 기피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보건당국은 지난해 10~12월 367개 모든 난임시술 지정기관에서 이뤄진 난임시술 진료 내역을 제출받아 현재 시범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당국은 이번 평가에서 의료기관별 난임시술 의사 수, 배아생성 전담인력, 시설장비 구비 여부 등을 확인한다.

시범평가 결과는 내년 초 공개되는데, 당국은 평가 결과를 의료기관별로 공개하지 않을 방침이다. 의료기관별 임신성공률도 발표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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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범평가는 내년 진행하는 난임시술 의료기관 종합평가의 평가기준과 지표를 확정하기 위한 준비단계라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보건당국은 "의료기관별 임신성공률을 공개하면 의료기관이 임신 가능성이 낮은 절박한 부부의 난임시술을 거부할 수 있고, 환자 쏠림현상도 우려된다"며 "임신성공률이 시술 건수, 환자와 의료기관 시술 특징 등을 담아낼 수 없다는 한계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난임부부들 사이에서 알권리 침해 등 벌써부터 각종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어 타당성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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