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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보험 사업비 공개 칼 뺀 금감원…'원가공개' 반발하는 보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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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보험산업 감독혁신 TF 가동, 주요과제로 사업비와 실질수익률 공개 추진.. 12월중 발표 ]

머니투데이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오른쪽에서 두번째)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보험감독 혁신 TF 1차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금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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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보험상품의 사업비(수수료)와 사업비를 감안한 실질수익률 공개를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보험사들이 그동안 사업비 공개는 영업비밀에 속하는 원가공개에 해당한다고 주장해온 만큼 파장이 예상된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20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열린 ‘보험산업감독혁신TF(태스크포스)’(이하 보험혁신TF) 첫 회의에서 “보험사는 보장내용과 명목수익률은 강조하지만 소비자가 부담하는 사업비와 이를 감안한 실질수익률은 제대로 안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수장이 사업비 공개를 공론화한 것은 처음이다.

보험혁신TF는 “(보험산업의) 고질적인 문제점에 대해 소비자 시각에서 근본적인 원인과 개선점을 고찰할” 필요성이 있다는 윤 원장의 특별지시로 보험업계와 금감원 직원 없이 외부인사 8명으로만 구성됐다. TF는 연말까지 보험산업의 신뢰도를 높이는 실질적인 종합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윤 원장이 보험혁신TF의 주요 과제로 사업비와 실질수익률 공개를 지목한 것은 보험사들이 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아 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을 막는다고 판단해서다. 보험사들이 과도하게 많은 수수료를 뗀다는 인식도 담겼다. 사업비 공개가 사업비 절감으로 이어지면 전체적인 보험료 인하 효과도 생긴다.

금감원 관계자는 “소비자가 보험상품을 제대로 비교해 선택하기 어려운 것도 불완전판매가 많은 이유 중 하나”라며 “소비자들이 보험료의 어느 정도가 보험사의 사업비로 쓰이는지 알고 보험상품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업비 공개가 보험상품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높이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보험상품의 사업비는 크게 계약체결비와 계약관리비로 나뉜다. 계약체결비는 보험설계사에게 지급하는 수당이고 계열관리비는 보험사 몫으로 유지비와 수금비로 나뉜다. 현재 사업비가 공개되는 보험상품은 저축성보험과 자동차보험뿐이다. 저축성보험은 전체 납입보험료의 약 8~15%, 자동차보험은 18% 전후가 사업비로 나간다.

반면 종신보험, 암보험, 어린이보험 등의 보장성보험은 사업비가 공개되지 않는다. 2015년부터 보험가격지수가 도입돼 유사한 상품군의 평균 사업비를 100으로 놓고 그보다 사업비가 비싸면 100 이상으로, 싸면 100 미만으로 지수를 공개하기는 한다. 상대평가를 통해 간접적으로 사업비를 공개하는 셈이다. 과거 보험가격지수를 도입하는 과정에서도 금융당국이 사업비 공개를 추진한 적이 있으나 보험사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소비자 입장에서 낸 보험료 대비 받은 보험금의 비율인 실질수익률은 현재 공개되지 않는다. 보험계약자들은 자신이 낸 보험료 대비 돌려받은 보험금이 얼마인지를 기준으로 수익률을 계산하려 하지만 보험사들은 소비자가 낸 보험료에서 사업비와 위험보험료를 뺀 순보험료 기준으로 수익률을 계산한다.

윤 원장이 실질수익률 공개를 언급한 것은 보험계약자가 이해하는 수익률과 보험사가 제시하는 수익률이 달라 민원분쟁이 끊이지 않아서다. 과거 변액보험 수익률이 소비자단체를 중심으로 논란이 된 적이 있고 최근 즉시연금 사태도 사업비 공제와 관련해 문제가 발생했다. 다만 보험계약자가 이해하는 개념의 실질수익률이 제시되면 민원은 줄겠지만 사업비 차감분만큼 수익률도 떨어져 경우에 따라선 실질수익률이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가 느끼는 보험상품의 매력도가 크게 떨어진다.

예컨대 종신보험의 경우 많게는 납입보험료의 35%를 사업비로 떼고 있다. 총납입보험료가 5000만원이라면 1750만원을 수수료로 떼가는 구조다. 이렇게 떼가는 사업비 가운데 설계사 수당으로 월납보험료의 10배가량 지급된다. 사업비가 상대적으로 높은 변액보험의 경우 사업비를 제한 순보험료를 굴려 납입원금까지 도달하는데 10년 전후까지 긴 기간이 든다. 10년까지는 소비자 입장에서 실질수익률이 마이너스라는 얘기다.

이에 대해 보험사들은 사업비 공개는 사실상의 원가공개라며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보험료를 구성하는 요소에는 사업비뿐 아니라 위험률, 보장기간, 보장내용 등이 포함된다. 사업비가 공개되면 위험률이나 보장내용 등에 대한 종합적인 고려 없이 단지 사업비가 싼 상품으로 쏠림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소비자에게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품 개발의 다양성 측면에서도 다양한 위험률을 개발할 유인이 떨어질 수 있고 이 역시 소비자의 선택권 제한으로 돌아온다는 논리다.

사업비 공개로 보험설계사의 수당이 낱낱이 공개되면 보험산업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것도 보험사들이 우려하는 부분이다. 사업비 공개가 사업비 절감으로 이어지면 40만명 넘는 보험설계사의 수당도 줄어든다. 생명보험사 소속 설계사의 절반가량이 월평균 소득이 200만원이 안된다. 사업비 공개가 자칫 설계사들의 대량실직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보험설계사들의 강력한 반발도 예상된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사업비 공개는 어떤 의미에서는 보험산업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라며 “사업비에 연연하면 공공부문에서 지원하지 않는 보험의 ‘보장’ 기능이 퇴색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설계사들의 수입 급감으로 인한 대량 실직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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