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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내 나이 일흔, 주식에 빠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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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만화 연재한 허영만 화백, 전문가 30명 만나고 책 40권 읽어

멘토 5명과 3000만원 직접 투자… 수익 얻는 과정 매주 만화로 그려

"아이고 우리 집 큰일 났네. 나이 일흔에 하필이면 주식이라니…."

만화가 허영만(71) 화백이 주식을 소재로 한 만화를 그리겠다며 여의도 주식 고수들을 만나러 다니기 시작했을 때 아내는 강력하게 반대했다. '주식 해서 돈 번 사람 없다. 잘못하면 패가망신한다'는 게 이유였다.

허 화백은 "내 나이가 벌써 일흔인데 더 이상 우물쭈물할 수 없다"면서 기어이 주식에 발을 담갔다. 여의도를 누비면서 주식 전문가 30여명을 직접 만났고, 주식 책도 40권 넘게 읽었다. 꼼꼼하게 기초 취재를 마친 허 화백은 종전과는 다른 형식의 제작 과정을 선택했다. 그가 직접 주식에 투자하면서 베팅하는 과정을 인터넷에 매주 만화로 풀어낸 것이다. 작년 7월부터 13개월 동안 계속된 허 화백의 주식 투자 여정은 최근 완결된 '허영만의 3천만원'이란 만화책에 고스란히 담겼다. 그는 "인간이라면 대부분 축재(蓄財)에 관심을 갖게 마련"이라면서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그중 주식이 가장 괜찮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최근 완결된 ‘허영만의 3천만원’은 일흔 줄에 들어선 주식 초짜 허영만 화백의 주식 투자 체험기다. 허 화백은 “주식 만화를 그리기 위해 주식 책 40권을 닥치는 대로 읽었다”고 말했다. /김연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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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초짜인 그는 멘토 5명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로보어드바이저(로봇+투자 전문가)에서부터 수퍼 개미(큰손 투자자), 가치 투자자, 초단타 매매 고수까지 다양하다. 모두 허 화백이 좋아서 혹은 주식 투자의 필요성을 알리고 싶어서 재능 기부를 해주었다고 한다. 5명이 각각 600만원씩 별도 계좌로 쪼개서 총 3000만원을 투자했다. 이들이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조언해주면 허 화백이 따라서 사고팔았다. 매매 내역은 2주 시차를 두고 공개해서 행여 생길 수 있는 오해는 사전에 차단했다. "처음 주식을 사고팔 땐 마치 웃통 벗고 호랑이한테 달려드는 기분이었지만 열심히 공부했더니 이젠 호랑이굴도 무섭지 않아요."

'모두가 좋다는 땅은 피하자' '꿈이 있는 주식이 뛴다' '99번 성공보다 1번의 실패가 무섭다'…. 허 화백은 주식 투자 격언들을 중심으로 실감 나게 만화를 그려 나갔다. 그는 "고수들의 조언이 수십 개가 넘지만 공통적인 건 빚내지 말고 여윳돈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허 화백은 13개월 뒤 어떤 수익을 냈을까. 최종 수익률은 31.9%(수수료 빼고 795만원 이익).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5%가량 떨어진 점을 감안하면 훌륭한 성과다. 전문가별 성적은 제각각이었다. 초단타 매매 전문가(전업 투자자 하웅씨)의 계좌가 167%로 가장 높았고, 가치 투자자(VIP운용 최준철 대표)가 8.9%로 뒤를 이었다. 허 화백이 연재 중간쯤에 수퍼 개미 바통을 이어받아 직접 운용한 계좌가 -11%로 가장 나빴다. 허 화백은 "이익금은 자문단 선수들과 식사하고 술 마시느라 전부 다 썼다"며 웃었다.

투자의 스릴을 알게 됐다는 그는 2편을 구상하고 있다. 투자금을 1억원으로 올리고, 자문단도 10명 정도로 늘리고, 숨은 고수들의 이야기를 더 많이 소개할 계획이다. "노후 자금 일부도 주식에 넣어놨습니다. 몇 년 뒤 꽁보리밥을 먹게 될지, 스테이크에 비싼 와인을 먹게 될지 저도 궁금합니다."

[이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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