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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지각대장 푸틴, 20년 인연 내 공연에도 늦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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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공훈 지휘자 바시메트, 청소년 교향악단 이끌고 내한

“푸틴, 한반도에 대한 관심 커… 이번 공연도 그가 지지해 성사”

동아일보

2014년 3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이 소치 겨울올림픽 홍보대사로 활동했던 유리 바시메트를 크렘린궁으로 초청해 악수를 나누는 모습. 크렘린궁 웹사이트


“푸틴 대통령요? 제 공연에도 종종 늦습니다.”

세계적 비올리스트이자 러시아 공훈 지휘자로 활동 중인 유리 바시메트(65)는 국제사회에서 ‘지각대장’이라는 별명이 붙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러시아 국립청소년교향악단의 첫 내한 공연을 위해 한국을 찾은 그는 18일 본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전차군단 같은 강한 이미지의 푸틴 대통령이지만 그는 딸들을 음악 레슨 장소에 차로 데려다주는 따뜻한 아버지”라며 푸틴 대통령의 인간적인 모습을 전했다.

바시메트는 1990년대 중반에 푸틴 대통령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푸틴 대통령은 당시 상트페테르부르크 부시장이었다. 바시메트는 “그날따라 속이 좋지 않아 내내 복통을 앓다가 결국 그 앞에서 먹은 음식을 모두 토하고 말았다”며 “그때 내가 결례를 했던 정치인이 러시아 대통령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첫 만남 당시를 떠올렸다.

바시메트는 이제 푸틴 대통령과 음악적 견해뿐 아니라 외교적 고민도 함께 나누는 사이가 됐다. 바시메트는 “자세히는 밝힐 수 없지만 한반도에 대한 푸틴 대통령의 관심은 대단히 높다”며 “러시아 국립청소년교향악단이 아시아 첫 방문국으로 한국을 선택한 것도 푸틴 대통령의 지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뉴욕 필하모닉이 (2008년 2월) 평양에서 공연한 것처럼 러시아와 남북한 아이들이 함께 연주하는 무대를 만들어보자는 제안을 (푸틴 대통령에게) 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17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이번 내한공연에서 러시아 국립청소년교향악단은 선화예술고등학교 학생들과 함께 ‘아리랑 판타지’를 연주했다.

바시메트는 “하나의 보면대를 사이에 놓고 음악이라는 언어로 대화하는 것만큼 문화장벽을 낮추는 좋은 방법이 또 있겠느냐”며 “앞으로는 개성이나 금강산에서 (남북한 학생들과) 협연할 방법을 알아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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