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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상위 10%에 다 주는 돈보다 가르는 비용 더 큰 아동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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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부터 지급되는 아동수당을 놓고 정치권에서 복지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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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18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메르스 확진환자가 완치됐다고 밝히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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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아동수당은 만 6세 미만 아동 1인당 월 10만원의 수당을 지급하는 걸 골자로 한다. 당초 공약은 아동 모두에게 지급하는 내용이었지만, 지난해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야당의 반대로 소득 상위 10%를 제외하고 지급하는 안으로 바뀌었다. 이 내용을 담은 아동수당법안은 올해 2월 의결돼 21일부터 실시된다.

하지만 정부·여당은 시행 전부터 법 개정을 주장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상위 10%를 제외하기 위해)행정비용이 굉장히 많이 들어간다”며 “법 개정을 통해 개선하는 게 맞을 것 같다”고 주장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도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첫해 행정비용으로만 1600억원이 소요됐고 매년 1000억원이 든다”며 “효율 면에서 보더라도 국회에서 전 아동에게 주는 것으로 제도를 개선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국회에는 현재 경제력과 상관없이 모든 아동에게 아동수당을 주는 법 개정안이 여성가족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정춘숙 의원의 대표발의로 계류 중이다.

실제로 ‘10%를 가르는 행정비용이 지급비용보다 많이 든다’는 일부 연구 결과도 나왔다. 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소득 상위 10% 가구를 추리기 위해 들어가는 행정비용은 1626억원으로 환산됐다. 이후에도 연간 1000억원 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100% 아동수당'을 택할 경우, 더 추가되는 예산은 연평균 1588억원(복지부 추산)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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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3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 방에서 예산안 쟁점 협의를 위한 여야 3당 2 2 2 회동이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국민의당 이용호 정책위의장 ,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 자유한국당 정우택,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 김태년 정책위의장, 자유한국당 김광림 정책위의장, 김용진 기획재정부 2차관. 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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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지난해 예산 결정 당시 100% 아동수당에 반대했던 일부 의원도 입장을 선회하고 있다. 지난해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이었던 이용호 무소속 의원은 지난 4일 공식 입장문을 내고 “당시 주장은 잘못된 판단이었다”며 “매년 8만 가구가 더 혜택받을 수 있는 금액이 행정비용으로 사라지는데, 차라리 모든 가정에 아동수당을 지급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바른미래당 최도자 의원도 통화에서 “행정적으로 10%를 선별하기 위해 개인정보가 지나치게 많이 노출된다”며 “향후 검토가 더 필요하지만, 출산과 양육 지원금은 더 확대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여전히 반대 입장이다.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한국당 김승희 의원은 통화에서 “지난해 국회에서 여야 합의를 거친 법안이 아직 실시돼 정책효과도 검증되지 않았다”며 “행정비용은 허투루 날아가는 돈이 아니라 관련 고용을 창출하는 돈인데, 이를 빌미로 정부가 무리하게 공약이행을 밀어붙이는 태도는 국회에 대한 무시”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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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미세먼지 대책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왼쪽)이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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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최근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아동 1명 출산 당 20년간 1억원의 지원금을 일괄지급하는 ‘출산주도성장’을 주장하면서, 복지에 대한 입장이 다소 달라지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김 의원은 “우리가 보편 복지를 무조건 하면 안 된다는 건 아니다. 다만 정책을 시행해보고 확대할 필요가 있으면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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