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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앵커브리핑] '집으로 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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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열렬한 환영을 받았던 평양의 가두 퍼레이드도.

15만 명이 운집한 능라도 5·1 경기장의 열기도.

백두산의 맑고 푸른 하늘과 천지의 물도…

내 집 같은 온전한 편안함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것은 필경 얼마간의…

혹은 그보다 큰 긴장을 동반한 것이었겠지요.

또한 그것은 지난 4월 겨우 몇걸음 남쪽으로 내려왔던 상대방의 얼굴에서도 드러났고, 그보다 두 달 전인 지난 2월 동계 올림픽 경기장에 앉았던 그의 동생의 얼굴에서도 확연히 알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이제는 다시 집으로 돌아온 시간…

그리고 우리도…

이제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르면 내일부터 시작되는 추석연휴.

그동안 세상과 부딪히며 긁히고 다친 몸을 누일 수 있는 '쉼'의 시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유별나게 타들어갔던 지난여름을 겪어냈으니 며칠동안의 쉼표는 더욱 소중한 시간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쉽지 않은 현실은 엄연히 존재하고 있어서…

올라간 것은 집값이요, 떨어진 것은 일자리라…

집으로 돌아왔고, 또 돌아갈 것이지만 마음마저 온전히 편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추석을 홀로 보내는 이른바 '혼추족'이 늘어난 것도 달라진 세상의 모습을 그대로 비춰주고 있습니다.

집이란, 그립지만 한편으론 벗어나고 싶은 공간.

때로는 서로를 옭아매서 상처가 되고 마는 공간…

오늘의 앵커브리핑은 그 모든 복잡한 마음을 품고 집으로 향하는 모든 분들께 전하고픈 이야기입니다.

19세기 일본의 작가 나쓰메 소세키는 대학에서 영문학을 강의하던 시절에 고민에 빠졌습니다.

I love you.

그 시대에는 차마 수줍었던, 그리고 모두가 그 고백에서 서툴렀던 이 말을 어떻게 번역해야 좋을까…

한참을 머뭇거리던 작가는 결국 이런 문장을 내놓았다고 하죠.

"달이 참 밝네요"

하긴, 깊은 밤 함께 달을 바라보는 사이라면 그것으로 족했을 겁니다.

각자 집으로 향할 그 서툰 마음들과 위로받고 싶은 마음들에게 단지 며칠 동안만이라도 평안한 쉼이 있기를…

서울에도. 평양에도. 그리운 고향마을에도

휘영청 떠오를 저 달이 서툰 우리의 마음을 대신 전해줄 것입니다.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손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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