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25개구 집값 오름폭 줄어
9·13 대책이 급등세 불길은 잡아
안정세 이어가려면 공급이 관건
19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아파트 상가 내 부동산 중개업소들 앞으로 한 사람이 지나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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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대표는 아파트 매물 정보가 적힌 노트를 가리키며 말했다. 한 집주인이 은마아파트 76㎡(이하 전용면적)를 18억원에 내놓은 것이다. 이 단지는 1주일 전만 해도 호가(부르는 값)가 19억원이었지만, 지금은 17억7000만원인 급매물까지 나온다. 중개업소 대표는 "다주택자가 세금 부담 때문에 급하게 물건을 내놓은 것 같다"며 "찾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세제·금융 규제를 망라한 9·13 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 주택시장의 열기가 빠르게 식고 있다. 강남권에선 최대 1억원 이상 가격을 낮춘 급매물까지 나왔지만, 매수 심리가 꺾여 거래는 잘 안 된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가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 정부가 21일 발표 예정인 주택 공급 대책에 따라 시장 움직임이 달라질 수 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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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단지는 호가가 조금 내렸다. 종합부동산세 인상이 집주인의 매도 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분석된다.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84㎡ 매물은 17억5000만~18억원(로열층 기준)에 나온다. 1주일 전보다 5000만원 떨어졌다. 지난주 초 11억원이던 마포구 공덕동 삼성래미안 2차 84㎡ 일부도 10억5000만원에 나왔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이 단지에선 한 주 새 1억원 내린 급매물이 나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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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9·13 대책이 일단 서울 집값 급등세의 불길을 잡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중·장기적인 집값 안정 여부는 속단하기 이르다는 지적이다. 잠실동 이기충 대왕공인 대표는 "양도세 부담 때문에 '팔지 않겠다'는 사람이 많아 시세가 전반적으로 내려갈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 규제책 발표 후 급매물이 나오는 건 일반적 패턴"이라며 "중장기적인 집값 안정을 위해선 강남권 등 서울과 인접한 곳에 집을 충분히 공급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국토교통부가 내놓는 공급 대책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 주목된다. 일단 도심 유휴지 개발과 상업지역 내 주거비율 상향, 준주거지역 용적률 상향 등을 통한 공급 방안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서울 시내 유휴지로는 송파구 가락동의 옛 성동구치소 부지 등 시유지와 철도차량기지 이전용지, 공공기관 이전부지 등이 거론된다.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사전 공개한 과천 등 8개 수도권 공공택지 후보지 중 일부도 포함될 수 있다. 다만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를 통해 신규 택지를 공급할지는 미지수다. 국토부와 서울시가 이 문제를 놓고 막판까지 협의 중이다. 그렇다고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풀 가능성은 작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시장 안정의 관건은 공급의 입지와 규모"라며 "괜찮은 입지에 대규모로 공급하는 게 아니면 공급 증가에 따른 심리적 안정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집값이 하향 조정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단기 급등 피로와 정부 규제에 더해 금리 인상, 내년 입주 물량 증가까지 겹치면 거센 하방 조정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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