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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숨죽인 시장, 공급대책에 쏠리는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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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9·13 이후 급등세 진정속 단기 급락은 의문...수요자, 신규택지지역·물량 등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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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권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제공=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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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지역을 확대한 8·27대책에도 꿈쩍 않은 시장이 세금, 대출, 청약 등 다양한 규제수단을 망라한 ‘9·13 주택시장 안정대책’이 발표된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달 초까지 급등한 시세는 한풀 꺾였고 매수 문의도 줄었다.

20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통계에 따르면 이달 중순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76㎡(2층) 매물이 18억4000만원에 팔렸다. 지난달 같은 크기 13층 매물이 신고가인 17억6000만원에 거래됐는데 한 달 만에 8000만원 더 올라 기록을 다시 썼다.

하지만 9·13대책이 발표된 뒤 이보다 싼 17억7000만원짜리 매물이 나와도 매수 문의가 거의 없다. 단지 인근 중개업소 대표는 “집주인이 호가를 내렸지만 집값 하락을 우려한 매수자들이 분위기를 지켜보는 것같다”고 했다.

지난달 전용 59㎡ 12억원, 전용 84㎡ 14억원으로 각각 신고가를 찍은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단지도 분위기가 비슷하다. 이보다 호가가 낮은 매물이 있어도 예전만큼 매수자가 붙지 않는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급한 불은 껐지만 안심할 단계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이는 규제효과도 있지만 단기간 시세가 급등한 탓에 시장 스스로 가격조정을 한 영향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9·13대책에서 가장 강력한 조치가 주택담보대출 규제인데 발표 직후인 14일부터 바로 적용되면서 갭투자는 사실상 불가능하게 막았다”며 “최근 매물이 늘어난 것도 이 영향을 받은 것같다”고 했다.

일시적 ‘숨고르기’ 장세라는 분석도 있다.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지난해 8·2대책 이후에도 시장은 한 달간 관망했다”며 “최근 시세 흐름은 단기간에 워낙 많이 올라 시장 스스로 가격이 조정된 것이지 정부 대책 효과가 곧바로 나타난 결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21일 예정된 공급대책에 따라 시장 분위기가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실수요자들을 안심시킨다면 과열된 시장이 안정되겠지만 미흡할 경우 불안심리가 확산할 수 있어서다. 주택공급 지역, 시기, 물량 등 공급대책의 세부 내용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신규 택지개발 지역이 서울시내 수요자들의 마음을 움직일지가 대책의 성패를 가르는 요인이 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김 소장은 “그린벨트를 풀어도 출퇴근, 교통, 학군 등 거주요건이 뒷받침되지 않는 지역이면 실수요자들이 찾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시가 그린벨트 해제 대안으로 검토하는 ‘도심 주거시설 용적률 완화’ 방안은 효과가 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함 랩장은 “대규모 물량을 집중할 수 있는 공공택지 개발과 달리 도심 건물 증축은 민간업체가 소규모로 진행하기 때문에 단기간 공급량을 늘리기 어려운 방법”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서울 집값 전망과 관련, 단기간 가격이 급락하는 조정국면을 맞을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단기 급등세는 진정되겠지만 상승세가 유지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각종 부동산 규제에 공급대책이 병행되면 서울 집값 상승률은 점차 둔화될 것”이라며 “양도세 절세 요건을 채운 1주택자 보유 매물이 시장에 얼마나 풀리냐에 따라 시세 흐름이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유엄식 기자 usy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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