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말벌, 검은 머리털을 '곰'으로 여겨 공격", 추석 성묘 주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9월 벌 쏘임 사망자 가장 많아
-119 구조대, 지난해 벌 쏘임 이송 환자 7552명
-성묘 전 모자 쓰고, 말벌 보면 가만히 있지 말고 달아나야


파이낸셜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악."
지난 2일 전남 여수 화양면 야산에서 A씨(59)가 털썩 쓰러졌다. 여름 내내 들풀로 무성해진 묘를 벌초하던 중이었다. 119 구조대가 의식을 잃고 쓰러진 A씨를 응급처치하고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결국 숨졌다.

매년 9월이 되면 가을 나들이와 추석 명절을 맞아 등산, 성묘 등을 위해 산을 찾는 사람들이 늘면서 벌에 쏘이는 사고도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말벌, 땅벌 등 독성이 강한 벌에 쏘일 경우 자칫 사망사고로 까지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9월 벌 쏘임 최다
20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월별 벌 쏘임 환자는 9월에 3881명으로 가장 많았다. 지난해 119 환자 이송과정 중 12명이 벌에 쏘여 숨졌는데 절반에 가까운 5명이 9월 벌에 쏘인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에는 모두 5명이 벌에 쏘여 사망했다.

9월은 날씨가 선선해지며 벌초, 등산을 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면서 벌과 마주칠 기회가 빈번하다. 특히 장수말벌과 땅벌 등 독성이 강한 벌들이 무덤 내에 집을 짓는 습성이 있어 더욱 조심해야 한다. 꿀벌은 침을 한번 밖에 쏘지 못하지만 말벌을 여러 번을 쏠 수 있다. 무엇보다 말벌 침 독성은 꿀벌에 비해 100여배나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소방청은 벌 쏘임 예방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성묘를 하러 가는 산길, 풀숲 등에서 바로 들어가지 말고 사전에 벌 움직임을 살펴야 한다. 모자를 착용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말벌들은 검은색 털을 보면 곰, 오소리 같은 벌의 천적인 대형 포유류로 여겨 머리 부분을 집중 공격하기 때문이다.

최민철 소방청 119생활안전과장은 "산에서 벌에 쏘이게 되면 119구급대의 신속한 접근이 어렵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상태가 악화되는 경우가 많아 주의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말벌 만나면 전력질주부터
만약 말벌이 달려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일단 재빠르게 해당 지역을 벗어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2016년 국립공원관리공단 의뢰로 '말벌 공격성 유발 요인'을 실험한 최문보 경북대 응용생명과학부 연구교수는 "말벌을 보면 재빠르게 달아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움직이지 않고 벌이 사라지길 기다리거나 웅크리면 오히려 벌을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흥분한 말벌이 독침을 쏘며 공격한다면 무조건 그 자리를 빨리 피하는 게 상책이다"며 "최소 10m에서 최대 20m이상 벗어나면 말벌 공격이 현격히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말벌이 위협은 가하지만 아직 침을 쏘지 않았을 경우에는 벌을 쫓거나 잡으려고 하지 말고 신속히 자리를 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령층은 더 조심해야 한다. 행동이 민첩하지 못하고 벌에 쏘일 때 충격으로 자리에 주저앉게 되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벌 쏘임으로 인한 사망은 벌 알레르기 보다 다량 독성이 더 큰 이유로 작용한다"면서 "보통 말벌에게 10방 이상 쏘이면 사람 몸에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고 전했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