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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서해5도에도 설악산에도…추석 연휴가 더 바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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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못 가는 해경함장·해병대원·산악구조대원·공단 근로자들

연합뉴스

송병윤 서해5도 특별경비단 3008함 함장
[서해5도 특별경비단 제공]



(전국종합=연합뉴스) 허광무 손현규 박영서 기자 = 불법조업 중국어선을 단속하는 중부지방해양경찰청 서해5도 특별경비단은 올해 추석 연휴에도 쉬지 못한다.

명절이라고 해서 중국어선들이 불법조업을 잠시 멈추진 않기 때문이다.

서해5도 특별경비단 소속 3005함은 추석 연휴가 시작되는 이달 22일부터 23일까지, 3008함은 추석 당일부터 연휴가 끝날 때까지 최북단 백령도 인근 해상을 교대로 지킨다.

추석 당일 경찰관 38명과 의경 9명 등은 차례도 제대로 지내지 못하고 오전 일찍 3008함을 타고 서해로 나가야 한다.

3008함 함장인 송병윤 경정은 20일 "추석 당일 오전 7시에 3005함과 교대한다"며 "경남 산청에 계신 부모님이 추석 전 인천에 오시기로 해 잠깐 얼굴은 뵐 수 있겠지만 남들처럼 명절 연휴를 즐기진 못한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명절 연휴 기간은 중국어선의 불법조업뿐 아니라 귀성·귀경길 여객선의 안전관리에도 더 신경 써야한다.

송 경정은 "명절 때도 누군가가 바다를 지켜야 하는 건 당연하다"며 "국민들이 안심하고 풍성한 한가위를 즐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경계근무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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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령도 지키는 해병대원 곽민석(오른쪽)·민성 형제
[해병대 6여단 제공]



서해 최북단 백령도를 지키는 해병대원들도 고향에 가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해병대 6여단 포병부대 소속 곽민석(21) 일병과 곽민성(21) 일병은 한날한시에 태어난 쌍둥이다. 지난해 12월 해병대에 동반 입대한 뒤 백령도에서 함께 근무하고 있다.

형 곽민석 일병은 보급병으로, 동생 곽민성 일병은 전포병으로 백령도 앞바다를 지키고 있다.

곽민석 일병은 "형제가 함께 서북도서를 지키는 것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며 "어렸을 적부터 힘든 일을 함께 이겨내면서 동생과는 형제애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곽민성 일병은 "백령도에서 근무 중이라 이번 추석 때 고향인 전북 남원에는 가지 못하지만, 형과 함께 최전방을 지킨다는 자부심으로 명절을 보내겠다"고 말했다.

해병대 6여단 다른 장병들도 추석 연휴기간 평소와 다름없는 대비태세를 유지하면서도 부대별로 합동 차례를 지내고 제기차기와 윷놀이 등도 즐기며 향수를 달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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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철 사고에 쉴 틈없는 산악구조대
[강원도 소방본부 특수구조단 119산악구조대 제공]



서해5도의 동쪽 반대편인 강원도 설악산에서도 고향에 가지 못하고 더 바쁜 명절을 보내는 이들이 있다. 강원도소방본부 특수구조단 119산악구조대원들이다.

추석 연휴에도 4명이 한 팀을 이뤄 모두 3개 팀이 24시간 돌아가며 구조 업무를 해야 한다.

산 정상부터 울긋불긋 고운 단풍이 내려앉기 시작하는 이맘때가 연중 가장 바쁜 시기다.

게다가 추석 연휴에는 오전 일찍 차례를 지내고 산에 오르는 등산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단풍에 취해 다리를 삐끗하거나 무리한 산행으로 탈진하는 등 크고 작은 사고도 잇따른다.

환자를 업고 험한 산세를 오르내리는 탓에 허리나 무릎 통증을 달고 살지만, 대원들은 서로 "고맙다"는 말 한마디에 또다시 힘을 낸다.

김병영 119산악구조대 팀장은 "업무는 힘들지만, 보람도 그만큼 크다"며 "연휴에 강원도로 산행을 계획하는 등산객이 있다면 반드시 '강원119신고앱'을 설치해서 사고 때 신속히 도움을 받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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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석유화학공단
[연합뉴스 자료사진]



울산 석유화학공단 근로자들도 추석 연휴에 가족의 따뜻한 정과 고향의 넉넉함을 뒤로 한 채 산업현장을 지킨다.

SK에너지 울산공장 직원 3천여명 가운데 생산현장 근로자 1천400여명은 연중 공장이 멈추지 않도록 4조 3교대로 근무한다. 공정이 연속해서 이어져야 하는 장치산업 특성 때문이다.

아침조 오전 7시∼오후 3시, 오후조 오후 3시∼11시, 야간조 오후 11시∼다음날 오전 7시로 돌아가는 근무는 빈틈이 없다.

이 때문에 추석에도 이 회사에는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통근버스가 드나드는 등 여느 공장의 명절 풍경과 달리 활기를 띤다.

울주군 LS니꼬동제련 울산공장도 전체 종업원 약 700명 가운데 400여 명의 생산직이 4조 3교대로 근무한다. 동광석에서 구리를 비롯해 금·은 등 유가금속을 추출하기 위해 1천200도 이상의 고열을 유지하는 용광로를 가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LS니꼬동제련에서 근무하는 이재우(38)씨는 "가족과 한가위의 넉넉함을 나누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다소 침체한 산업계에 이바지한다는 자부심도 크다"며 "근로자들의 이런 열의가 모여 우리 경제와 산업이 좀 더 활력을 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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