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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마윈, 알리바바 회장직 퇴임 '음모론'의 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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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중국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에서 개막한 알리윈(알리바바 클라우드)개발자들의 축제인 항저우⋅윈치(雲棲)대회 회의장 연단에 마윈(馬雲) 알리바바 회장이 올랐다. 내년 9월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지난 10일 공개서한을 통해 발표한 뒤 그의 퇴진을 두고 음모론이 잦아들지 않는 가운데 그의 연설에 관심이 모아졌지만 승계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대회 개막전 회의장 바깥 전광판에선 마 회장의 작년 윈치대회 연설 장면이 반복되고, 회의장 안 화면에선 그의 이름(馬雲)을 연상시키듯 구름 위에 말이 있는 장면이 나왔다. 알리바바에서 창업자 마윈의 무게감이 큰 만큼 55세에 회장직에서 내려오겠다는 그의 선언을 두고 음모론이 흘러나왔었다. 정부 압박에 의해 돌발적으로 퇴임을 결정한 것이라는 게 음모론의 요체다. 최근 중국에서 국유기업이 약진하고 민영기업이 후퇴하는 이른바 국진민퇴(國進民退) 현상과 유명 민영기업인들의 수난이 겹치면서 음모론은 증폭되는 분위기다.

마 회장이 퇴임 선언후 첫 공개연설을 한 지난 17일 상하이 세계인공지능대회(WAIC)에서 "정부는 정부가 할 일을 하고, 기업은 기업이 할 일을 해야 한다"고 발언한 것도 정부와의 불편한 관계를 뒷받침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19일 윈치대회에서 만난 알리바바 관계자는 "늘 하던 얘기인데"라며 의아해했다. 마 회장은 18일 항저우에서 열린 알리바바 투자자대회에서도 정부 압박에 의한 퇴진론을 일축했다.

마 회장은 20일 보도된 중국 관영 신화통신과의 단독 인터뷰에서도 "내가 두려워했을것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는 미래를 두려워한적이 없다"고 말했다. 퇴(退)는 회사의 진보이자 개인의 진보라는게 그의 주장이다. 마 회장은 알리바바의 국제화 생태계 문화건설, 앤트파이낸셜과의 협력 등 자신이 맡았던 역할을 향후 1년간 후임자인 장융(张勇) 최고경영자(CEO)에게 넘길 것이라고 말했다.

마윈의 회장직 퇴진 음모론의 진실은 후일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가 10년전 도입한 지배구조인 파트너십 제도와 5년 전 알리바바그룹의 최고경영자(CEO)에서 물러나면서 행한 연설 등 과거 행보 및 발언 등을 통해 유추해볼 수 있다. 문답 형식으로 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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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윈 알리바바 회장이 19일 윈치대회에서 연설하 있다./항저우=오광진 특파원



돌발적 퇴임인가?

마 회장은 투자자대회에서 은퇴는 10년 전부터 준비하고 자발적으로 내린 결정이라며 정부 관계자와의 대화를 소개했다고 중국 인터넷 매체 펑파이신문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전했다.

"중국 정부 관계자는 오히려 나에게 미쳤냐. 병 걸렸냐고 끊임없이 물어봤고, 나는 모두 '아니다'라고 답했다. 중국 밖에서 정부가 나를 회장직에서 밀어냈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 것을 안다. 하지만 내가 (회사를) 떠나고 싶지 않으면 누구도 강요할 수 없다, 그렇지 않나? (이번 결정은) 정치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마 회장은 공개서한에서도 10년전부터 승계 준비를 했다며 근거로 파트너십 제도를 언급했다. 2009년 알리바바의 지배구조로 시작한 파트너십 제도를 두고 마 회장은 리더십 승계 같은 도전을 극복하는 창조적인 해결책이라고 소개했다.

마 회장은 투자자 대회에서 "2005년 야후로부터 투자를 받을 때 언제가는 회사를 떠날 것임을 알았다"며 "2009년까지 (공동창업자인) 차이종신(蔡崇信)부회장과 여러 기업을 방문하고 토론하면서 승계문제를 고민해 내놓은 게 파트너십 제도라고 전했다.

알리바바의 독특한 의사결정 구조인 파트너십 제도를 두고 차이종신 부회장은 도덕기준의 수립, 승계 문제 해결, 특정인에 좌우되는 리스크 회피 등 3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고 소개했다. 36명의 파트너는 모두 이사 또는 새 파트너 선임 같은 중요한 의사결정에서 1인 1표만를 행사한다.

마 회장은 앞서 2013년 1월 CEO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하고, 그해 5월 10일 타오바오 10주년 기념일에 맞춰 물러났다. 마 회장은 5년전의 CEO 퇴임 연설에서 "다시 알리바바의 CEO가 되지 않겠다. 돌아와봐야 큰 의미가 없다. 당신들이 훨씬 더 잘하고 있을테니까"라고 말했다. 그는 "창업자가 떠나지 않는 기업은 건강할 수 없다"고도 했다.

그는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도 "CEO를 떠난 이후 내가 돌아올 것이라고 본 사람들이 있었지만 알리바바는 갈수록 발전했고, 나의 복귀를 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② 왜 회장직 퇴임하나?

마 회장은 1999년 창업할 때 3세기를 가로지르는 회사, 102년 지속할 수 있는 회사가 되자는 목표를 설정했다며 어느 누구도 회사와 함께 102년을 지낼 수 없다는 말로 퇴임 사유를 설명했다.

5년전 CEO퇴임 연설에서 "실패하지 않고, 늙지 않고, 혼란에 빠지지 않는 유일한 방법은 청년들을 믿는 것이다. 그들을 믿는 것이야말로 미래를 믿는 것이다"고 한 대목을 떠올리게 한다. 처음엔 마 회장을 포함한 18명의 창업자가 파트너로 바뀌었지만 이후 인재를 발탁하면서 파트너가 36명으로 늘었고, 이 가운데 1980년대 출생자도 2명이나 된다.

마 회장은 투자자대회에서 "당신의 회사를, 당신의 아이를 정말 사랑한다면 내려놓아야 한다"며 "나의 책임은 내려놓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알리바바를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만들기가 회장직 퇴임의 사유라면 또 다른 사유는 마 회장 개인의 인생 포부에 있다. 마 회장은 투자자대회에서 "알리바바에서 나는 늙었지만 내 인생에서 나는 매우 젊다. 70세까지 16년간 매우 대단한 일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회장직 퇴임을 알리는 공개서한에서도 "나는 여전히 젊은 새로운 일을 하기를 원한다"며 "내가 하고 싶은 교육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5년 전 CEO 퇴임 연설에서도 그는 "어제까지는 일이 삶이었지만 내일부터는 삶이 제 일이 될 것"이라며 "교육 환경처럼 제가 관심을 가졌던 분야의 일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고, 이듬해인 2014년 마윈 재단을 설립했다.

마 회장은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사범대(항저우사범대)에서 공부하고 교사를 해서 교육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또 세계에서 좋은 사람, 나쁜 사람, 대단한 사람, 많은 좌절 등을 보고 많은 이치를 깨달았는데 이런 것들이 교육이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교육이 자신을 가장 잘하게 만드는 것이라는 것를 알게 해줬다고 설명했다.

그는 5년전 연설에서 "이 세상에 오바마는 단 한명이다. 하지만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오바마라고 생각한다. 각자 자신의 일을 잘 해내고, 흥미있는 일을 잘 해낸다면 이미 대단한 사람이다"고 했다.

③ 알리바바를 완전히 떠나나?

마 회장은 36명의 파트너 가운데 2명에게만 부여된 종신파트너 중 한명이다. 나머지 한명은 공동창업자인 차이종신 부회장이다.

마 회장은 투자자대회에서 파트너로 계속 남아 알리바바 문화의 수호자가 되겠다고 말했다. 그는 회장직 퇴임 서신에서 "알리바바는 마윈의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마윈은 영원히 알리바바에 속할 것"이라고도 했다.

마 회장은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파트너는 전략을 결정하는 게 아니고 알리바바의 비전과 사명 가치관 전략 등을 수호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④ 시진핑에 밉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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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항저우에서 알리바바 클라우드 개발자 대회인 윈치 대회가 개막하기 직전 회의장 바깥 전광판에 마윈 회장의 1년전 대회 연설내용이 방영되고 있다./항저우=오광진 특파원



중국내에서도 알리바바의 고속성장을 두고 ‘뒷배경론’이 적지 않았다. 중국 기업 중에는 복잡한 지배구조를 통해 당정의 고위간부 주머니로 돈이 흘러들게 하는 커넥션을 구축한 곳이 적지 않은데 알리바바도 예외가 아닐 것이라는 추정일 뿐이다.

마윈의 회장직 퇴임 결정을 정부 압박에 의한 것으로 보는 음모론은 알리바바가 2015년 공상관리총국과 짝퉁 문제로 마찰을 빚은 일과 최근 핀테크 규제 강화로 알리바바 자회사인 앤트파이낸셜이 벌금을 부과받는 등의 조치를 당한 것 등을 사례로 든다.

마윈은 "정부를 사랑해야 하지만 결혼해서는 안된다"는 말로 정부와의 관계를 얘기한다. 중국을 대표하는 BAT로 대표되는 기업 가운데 바이두 리옌훙(李彦宏) 회장과 텐센트 마화텅(馬化騰) 회장 그리고 샤오미의 레이쥔(雷軍) 회장 등이 맡고 있는 정협 위원이나 전인대 대표를 마윈은 맡지 않고 있다.

"정부는 해야할 일을 해야 한다"고 언급한 WAIC에서의 발언을 두고 마윈이 중국 당국의 핀테크 규제에 반발한 것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이날 마 회장은 되레 "절대 다수의 P2P업체들이 인터넷 금융이라는 외투만 걸치고 불법 금융서비스를 한다"고 비판했다.

마 회장은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어려움을 직시하고 해결책을 우리의 몸 위에 올려야한다. 관건은 우리 스스로의 일을 잘 하는 것"이라며 "중국의 개혁개방이 진일보해야하고, 사업환경 고도화도 진일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19일 텐진에서 개막한 하계 다보스포럼에서 "민영 경제 발전을 지지하는 정책을 진일보 실천해나갈 것"이라며 "민영 경제 발전의 장애물을 걷어내는 한편 민영 경제 진입 영역 확대할 것을 약속한다"고 말한 것과 맥을 같이한다.

음모론의 배경엔 마 회장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정적이라고 할 수 있는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 중심의 상하이방과 연루돼 있어 밉보였다는 추측도 있다. 하지만 시 주석이 저장성 서기를 지낸 뒤 2007년 상하이 서기로 옮긴 직후 기업으로부터 배우자며 상하이 간부를 데리고 시찰한 곳이 알리바바다.

항저우=오광진 특파원(xiexi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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