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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경협 같이 합시다”…현대그룹에 쏟아지는 러브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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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대 독점 사업권 주도권 키 쥔 현대

20여년간 남북 소통·경협 창구 역할

금강산 관광 정상화에 경협 기대감 '쑥'

건설·투자사 및 지자체 등 자문 요청도

북측 '30년 사업권' 인정 여부 중요

이데일리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대북사업 파트너로써 같이 갑시다.”

현대그룹에 국내외 굴지 기업들의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 18~20일 3차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다시 한 번 남북 경제협력 재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계약상 남북경협 주도권 키를 쥐고 있는 현대그룹에 유수 기업들이 파트너 의향을 타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건설사를 비롯해 외국계 투자사, 지자체, 공기업, 일반 기업 등 가리지 않고 잇따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그룹은 금강산과 개성 관광, 개성공단은 물론 7대 대북 사회간접자본(SOC) 사업권을 쥐고 있다. 1차 남북정상회담 직후인 2000년 8월 북측으로부터 전력사업, 통신사업, 철도사업, 통천 비행장, 임진강댐, 금강산 수자원, 명승지 관광사업 등 7개 SOC 독점 사업권(30년간·2030년 합의)을 따낸 바 있다. 당시 사업권 대가로 5억달러(약 5350억원)를 지불했다.

현대그룹도 자체적으로 남북 경제협력 컨소시엄(공통의 목적을 위한 협회나 조합) 구성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5월에는 일찌감치 ‘현대그룹 남북 경협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SOC 사업권과 관련해 다국적 컨소시엄을 이용한 대북사업 전략을 세우고 있다. SOC 사업은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기 때문에 그룹이 주도적으로 사업을 진행하더라도 협력해야 하는 부분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현대아산은 금강산 관광 등이 중단된 이후 지난 10년간 누적 영업손실이 무려 2000억원에 달한다. 현대그룹도 자금력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어 외부에서 재원 조달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과거 금강산 관광 등 독자적 사업 중심으로 남북 경협을 추진해왔던 만큼 단일 기업의 사업 수행이 현실적으로도 어렵다고 봤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나 글로벌 다국적기업들과 협력해야 사업 리스크를 줄일 수 있고 자금 조달도 용이할 것이라는 게 현대 측의 입장이다. 더욱이 전력 통신 철도 등은 남북 간 통일 기반 마련을 위해 범정부적으로 검토해야 할 사안이다.

현대그룹이 관광 등을 제외하고, SOC 사업을 주도적으로 진행할만한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것도 기업들이 뜨거운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다. 재계 한 관계자는 “유독 건설사의 러브콜이 많은 것으로 안다”며 “범현대가(家)인 현대건설과의 관계가 녹록치 않은 만큼 여러 건설사들이 의향을 묻고 있다”고 귀띔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발표한 ‘9월 평양공동선언’에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사업 정상화 경제협력 방안이 담겨 있어 대북사업 재개에 대한 기대감은 훌쩍 커졌다.

다만 이 모든 건 현대그룹의 독점권이 여전히 인정받을 수 있는 지 여부에 달렸다. 현대그룹은 30년간 합의한 바 독점권 권한이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3일 남편인 고(故)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 추모 행사 참석 차 금강산을 방문한 현정은 회장은 북측과 접촉 이후 남북경협의 의지를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현 회장은 TF 위원장으로서 첫 회의를 주재할 때도 최소 수십조 원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SOC 사업과 관련해 “금강산 관광 외에도 7대 SOC 사업에 대해서 주도면밀하게 만반의 준비를 해달라”고 강조했다.

대북사업은 현대그룹의 숙원이다. 그룹 재건의 상징일 뿐 아니라 범(凡)현대가(家)의 본원으로서 창업주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유업을 잇는다는 상징성을 지닌다. 현대그룹은 1998년 6월 정 명예회장이 소떼를 몰고 방북하면서 물꼬를 튼 이래 그해 11월 금강산 관광에 이어 개성공단 개발 등 20여 년간 남북 소통과 경협의 창구 역할을 했다. 하지만 2008년엔 관광객 피살 사건으로 그룹의 대북사업이 멈췄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국내외 기업과 외국투자사 등 여러 곳에서 관심을 보이고 접촉해오고 자문을 구하는 기업도 많다”면서도 “남북경협이 재개되려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등 먼저 해결되어야 할 부분이 있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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