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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英 노병 "내 관, 대만 국기로 덮어주오" 유언 이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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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대전 때 대만군 도움 받아 목숨 건졌던 제럴드 피츠패트릭

조선일보

2차 대전 당시 버마(현 미얀마)에서 일본군에 맞서 싸우던 중 대만군(당시 중국 국민당 부대)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진 영국군 참전 용사가 자신의 관(棺)을 대만 국기로 덮어 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별세하자, 대만 정부가 고인의 유언을 들어주기로 한 사연이 영국과 대만 언론에 보도됐다.

18일(현지 시각)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대만 국방부는 19일 영국 리즈에서 열리는 전 영국군 장교 제럴드 피츠패트릭씨〈사진〉의 장례식에 장교 4명을 보내 그의 관을 대만 국기로 감싸기로 했다. 피츠패트릭씨는 지난달 27일 99세로 별세했다.

1939년 20세 피츠패트릭씨는 육군 저격수로 훈련을 받고 1941년 버마에 배치됐다. 당시 영국군은 동남아로 점령지를 확대하던 일본군을 저지하기 위해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1942년 4월 그가 속한 부대는 일본군에 의해 포위됐고, 부대 수뇌부가 리우팡우(劉放吾) 장군이 이끌던 인근 대만군에 도움을 요청했다. 대만군은 이틀간 일본군과 싸워 포위망을 허물어뜨렸고, 피츠패트릭씨와 그의 부대원은 가까스로 전멸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피츠패트릭씨는 전후(戰後) 버마에서의 전투를 기록한 책을 펴내 대만에 고마움을 표시해 왔다. 그는 2013년 대만을 방문해 마잉주(馬英九) 당시 총통과 만났을 때 "2차 대전 때 대만 도움으로 목숨을 건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생전에 그는 "죽으면 관을 대만 국기로 덮어달라"는 말을 자주 남겼고, 그의 별세 소식을 들은 옌데파(嚴德發) 대만 국방장관은 영국에 유학 중인 장교 네 명에게 장례식에 참석해 대만 국기로 관을 감싸고 유족을 위로하라고 지시했다.

[파리=손진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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