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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흑산공항 기약없는 표류…사업자 심의연기 요구에 '진통'(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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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방항공청 B/C값 등 4가지 자료보완 필요성 주장

10월5일 전 속개 예정…심의 연기 안건 다시 논의해야

뉴스1

국립공원위원회 위원장인 박천규 환경부 차관이 19일 서울 마포구 국립공원관리공단 서울사무소에서 열린 흑산공항 신설 관련 다도해해상국립공원계획 변경안 재심의를 위한 124차 국립공원위원회에 앞서 참석자와 대화하고 있다. 2018.9.19/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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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1) 한재준 기자 = 흑산공항 건설 사업 여부가 또 다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끝났다. 사업자인 서울지방항공청이 자료 보완이 필요하다며 심의 연기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국립공원위원회는 19일 개최한 회의에서 심의 연기 안건을 논의했지만 이마저도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추후 다시 회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국립공원위원회는 이날 제124차 회의를 개최하고 '다도해해상국립공원 계획 변경안'을 재심의한 결과 사업자 측의 심의 연기 안건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해 정회하고 10월5일 이전 다시 속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심의가 또 다시 미뤄진 셈이다.

앞서 국립공원위원회는 지난 2016년 11월 흑산공항 사업에 대한 심의를 진행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올해 7월 다시 위원회를 개최했다. 하지만 7월에도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해운조합, 선사가 각각 제출한 항공전환수요와 선박 승객 수 변화 등 투자비 대비 손익비율(B/C) 계산에 쓰인 기초자료의 신뢰성이 부족해 계속 심의하기로 했다.

애초 위원회는 이날 흑산공항 건설 여부에 대한 전문가·지역주민 의견 및 종합토론회 결과를 토대로 추가 검토가 필요한 쟁점에 대해 토론하고 심의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사업자인 국토부 산하 서울지방항공청이 Δ투자비 대비 손익비율(B/C) Δ생태자연도 등급 Δ활주로 길이 등 안전성 Δ지역경제에 미칠 영향 등 4가지 사안에 대해 자료 보완이 필요하다며 전날(18일)부터 심의 연기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10시간 동안 진척 없는 논쟁만 벌였다.

서울지방항공청은 지난 7월 회의에서 오는 11월까지 4가지 사안에 대한 자료 보완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약 2개월간 보완해 위원회에 제출했지만 여전히 B/C값의 근거가 되는 통행량 예측 자료가 정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심의 연기를 주장했다.

25명의 위원 중 21명이 참여한 이날 회의에서 심의 연기 안건에 대한 결론도 나오지 않으면서 추후 속개가 되더라도 이에 대한 논의부터 다시 해야 한다.

박천규 위원장은 "경제성, 환경성, 안전성은 토론회 등을 거쳐 다 논의를 했기 때문에 결과를 가지고 토론을 진행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추후 속행된 회의에서는 심의 연기 여부와 함께 정리된 결과를 가지고 새롭게 심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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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신안군 흑산면 주민들이 19일 서울 마포구 국립공원관리공단 서울사무소 앞에서 흑산공항 건설을 촉구하고 있다.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는 이날 흑산공항 신설 관련 다도해해상국립공원계획 변경안을 재심의, 의결한다. 2018.9.19/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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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도 소형공항 건설 사업은 2002년 '경비행장 개발방안 조사'를 바탕으로 시작돼 이명박 정부 시절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구체적으로는 총 1833억원을 들여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인 흑산도 54만7646㎡ 면적에 길이 1.16km, 폭 30m의 활주로를 포함한 공항을 만드는 사업이다.

사업을 둘러싸고 찬·반 의견이 치열하게 대립하는 핵심 쟁점은 경제성, 안전성, 환경성 3가지다.

찬성 측은 흑산공항의 경제성이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B/C값이 1.0만 넘어도 사업성이 있다는 것이다. 흑산공항 B/C값은 2010년 기준 4.38이었다. 100원을 투자할 경우 438원의 효과가 있다는 의미다. 이후 2차례의 보완서에서는 2.6, 1.9~2.8로 낮아졌다.

반대 측은 이에 대해 B/C값이 매번 낮아지고 있고 사업자 이익을 의미하는 재무적 타당성(PI)도 0.17에 불과해 수익성이 매우 낮다고 판단하고 있다.

환경성에서도 찬·반 의견이 팽팽하다. 공항이 건설되면 우리나라에서 관찰되는 조류 72%가 거쳐가는 흑산도의 자생식물 군락이 파괴될 수 있다. 사업자 측과 신안군은 공항 건설 부지의 생태자연도가 높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반대 측은 축구장 75개 면적인 16만6600㎡의 난온대 상록활엽수림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고 반박한다.

비행기의 조류 충돌 가능성과 공항 건설 시 도입될 ATR42 기종의 안전성을 놓고도 의견 차가 크다. 흑산도는 대표적인 철새 중간 기착지여서 조류 충돌 가능성이 매우 높고, 자동 비행이 아닌 시계 비행을 하는 ATR42 기종의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게 반대 측의 논리다. 찬성 측은 이러한 안전성을 사업 계획에 모두 반영했다고 주장한다.

국립공원위원회는 각 위원들과 일정을 조율해 이르면 추석 연휴 후 회의를 속개할 방침이다.
hanantw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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