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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시리아군 화학무기 공격 위협, 수제 방독면으로 대비하는 이들리브 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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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전 중 독가스 공격 20여회... "유튜브 보고 제조법 배웠다"

한국일보

시리아 이들리브시티에 거주하는 후다이파 알-샤하드가 정부군의 화학무기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종이컵과 비닐봉지로 만든 ‘수제 방독면’을 착용해 보고 있다. 이들리브=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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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인근 이들리브주(州)의 주도인 이들리브시티의 한 마을. 세 아이의 아버지인 후다이파 알-샤하드(27)는 종이컵에 의료용 거즈와 숯, 솜뭉치를 밀어 넣은 뒤, 테이프로 둘둘 감아 고정시켰다. 유해 가스 성분을 걸러 주는 일종의 ‘필터’다. 그리고는 이를 투명한 비닐봉지 모서리에 끼워 넣은 다음 세 살짜리 아들에게 착용케 했다. 종이컵은 코와 입에 대고, 비닐봉지는 얼굴 전체와 어깨를 감싸도록 한 ‘수제 방독면’이다. 경찰관이 직업인 그는 “유튜브 영상을 보고 만드는 법을 배웠다”고 했다.

18일(현지시간)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 방송은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공격에 대한 이들리브 주민들의 ‘대비 태세’를 이 같이 전했다. 반군의 최후 거점인 이들리브를 탈환하려는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과 러시아 동맹군의 대대적인 공습과 지상작전이 임박했다는 보도가 잇따르면서, 이 곳에 남은 민간인들도 자구책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는 것이다.

현재 이들리브 주민들에게 최대 공포를 안겨주고 있는 건 정부군이 또 화학무기를 사용할지 모른다는 점이다. 샤하드는 “우리는 정부군과 러시아가 화학무기로 이 곳을 폭격할 것이라는 위협을 계속 들어 왔다”며 “여성과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해 (종이컵으로라도) 방독면을 만들어야만 했다”고 말했다. 겉모습만 놓고 보자면 조악하기 짝이 없지만, 최악의 상황이 닥칠 경우엔 가장 현실적이고 유용한 최선의 보호 장구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이들리브 탈환에 사활을 건 아사드 정권이 화학무기 공격을 자제할 것으로 볼 근거는 없다. 7년여에 걸친 내전 기간 동안, 정부군은 신경작용제인 사린가스와 염소가스 등 화학무기 공격을 20차례 이상 감행했고 이 때문에 약 50만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시리아 정부와 러시아는 이를 부인하고 있지만, 유엔 진상조사단이 현지 조사를 거쳐 확인한 화학무기 공격 사례는 최소 3차례다. 올해 4월에도 다마스쿠스 인근 두마 지역에서 정부군의 화학무기 사용으로 40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리브 주민들에게 화학무기는 ‘현존하는 위협’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현지 주민들은 대규모 폭탄 투하에 대비, 지하동굴도 만들고 있다. 샤하드는 알자지라에 자신의 집 지하실 밑에 별도로 만든 대피소를 보여주면서 “2012년쯤부터 파내기 시작했는데 도중에 중단했다가 최근 들어 작업을 재개했다. 집과 지하실만으로는 폭격을 피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종이컵 방독면을 만들거나 땅굴을 파서 대피소를 설치하는 모습은 이들리브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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