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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난민인정자 자녀는 한국에서 태어나도 ‘무국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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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인권위·난민위원회 난민 11명 실태조사

난민법이 인정하는 처우와 현실 비교

“지원 가능한 서비스 안내도 못받아”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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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국 사무소에서 받은 ‘난민인정자 처우 안내문’을 보면 ‘난민인정자는 사회보장·교육·의료·주거 등에 대해 한국사람과 동등한 권리가 있다’고 했다. 나도 이제 한국사람처럼 살아가겠다는 기대를 많이 했는데 살아가면서 보니 외국 사람이기 때문에 ‘안된다’ ‘안된다’는 말을 많이 들으니까 한국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기는 멀었구나 싶었다.”(난민인정자 ㄱ씨)

“큰 장벽이 의사소통인 것 같다. 어떤 지원을 받는지 알 수 없다. 도와줄 사람을 만나기도 어렵다.”(난민인정자 ㄴ씨)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와 한국난민인권위원회(난민위원회)는 19일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국내 난민인정자 처우 보장 실태에 대한 모니터링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실태조사는 지난 4월부터 국내 난민인정자 11명을 대상으로 난민인정자들에 대한 정보제공·언어장벽·행정조치·귀화 등 10개 분야에서 진행됐다.

인권위와 난민위원회는 현행 난민법의 관련 법령이 추상적이고, 법령의 범위나 주무부처의 책임이 구체적이지 않아 난민인정자들이 사회보장 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여성장애인이 받을 수 있는 출산지원 서비스를 난민인정자도 받을 수 있는지 관계 법령 해석 만으로는 알 수가 없다. 난민위원회 쪽이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에 문의했지만 “장애인 등록은 되지만 출산지원 혜택에 대해서는 명시된 것이 없고 세부적인 부분이 나와 있지 않다. 지원 가능 여부에 대해 확답할 수 없다”는 답을 들었다고 밝혔다.

저소득층이 받을 수 있는 긴급복지지원제도, 영유아 보육료 지원 등은 받을 수 있지만, 이런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이슬 난민인권센터 활동가는 “난민인정자 처우 안내문은 단 두쪽으로 난민법의 처우 관련 조항을 풀어놓은 것에 그친다”며 “난민들은 어떤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난민인정자의 처우에 대한 종합적인 안내가 없기 때문에, 난민을 돕는 시민단체나 변호사 등을 통하지 않고서는 복지시스템에 접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대다수의 복지제도가 외국말 지원이 되지 않아 난민인정자들에게 실질적 지원이 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심각한 사각지대는 난민인정자의 자녀들에게서 발견됐다. 정부가 한국에서 출생한 외국인의 자녀는 부모의 국적국 재외공관에서 출생을 신고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난민인정자의 자녀는 투명인간에 가까운 ‘무국적’으로 남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난민은 국적 국가에서의 박해를 피해 떠나온 사람이기 때문에 대사관 등 재외공관에 접근하기 어렵다. 한 난민은 “아이들이 태권도를 수년간 배웠지만 국적을 증명할 서류가 없어 국기원에 입단 심사를 신청할 수도 없었다”고 밝혔다. 또 이주 아동은 의무교육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취학통지서가 발부되지 않고, 취학 독려도 없다. 만약 학교장이 입학을 거절한다고 하더라도 이에 대처하기가 어렵다. 유엔(UN) 아동권리협약 등에 따르면 난민아동도 한국 국적 아동과 같은 권리를 누릴 수 있어야 하지만, 출생에서부터 학습권까지 차별에 노출되는 것이다.

한준성 한양대학교 평화연구소 교수는 “난민을 대상으로 한 사회보장서비스는 단순히 시혜·증여·관용 수준을 넘어서는 의미를 갖는다”며 “사회보장서비스 수준이 난민들의 통합과 자립 수준과 밀접하게 관련된 만큼, 이들에 대한 포용의 부족이 낳을 비용들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장수경 기자 flying71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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