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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2500억$ vs 1100억$' 균형깨진 관세… 기로 선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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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진상현 특파원, 뉴욕(미국)=송정렬 특파원, 유희석 기자] [시간 갈수록 피해 커지지만 '실탄' 부족… 비관세 공격·조기 타협·버티기 놓고 고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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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철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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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이 또한 번 대규모 관세 폭탄을 주고받으며 미중간 무역전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실탄이 부족한 중국의 관세 부과 규모가 미국에 크게 못 미치면서 시간이 갈수록 중국 측 피해가 더 커지는 '비대칭' 구조로 바뀐 탓이다. 운동장이 이미 크게 기운 상황에서 비관세 공격과 조기 타협, 버티기 사이에서 중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기울어진 관세 운동장…시간갈수록 중국측 피해 커져= 19일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은 전날 각각 2000억 달러(225조 원)와 600억 달러(67조 원) 규모의 관세를 주고 받았다. 미국은 2000억 달러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24일부터 10%, 내년 1월 1일부터는 세율을 높여 25% 관세를 부과키로 했다. 중국도 즉각 반격에 나서 600억 달러 규모 미국산 제품에 대해 24일부터 5~10%의 관세를 적용하고, 미국의 세율 인상에 맞춰 25%로 관세를 올리기로 했다.

미국의 관세 부과에 중국이 즉각 반격하는 양상은 지난 1차(340억 달러), 2차(160억 달러) 관세 부과 때와 같지만 양측의 관세 부과 규모에선 큰 차이가 있다. 미국이 이번 2000억 달러 규모를 더해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 규모가 총 2500억 달러로 늘어났지만, 중국은 1,2차 500억 달러에 이번 600억 달러까지 총 1100억 달러 규모에 그친다. 24일 이후에는 중국이 1400억 달러 규모의 관세 피해를 더 입게 된다는 얘기다.

중국이 피해를 감수하면서도 관세 부과 규모를 늘리지 못하는 것은 실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의 대중 수입액은 5055억 달러인데 반해 중국의 미국산 수입 규모는 1299억 달러였다. 중국이 수입하는 대부분의 미국산 제품에는 이미 추가 관세가 매겨졌다는 의미다. 미국도 이 대목에 주목하고 있다. 월버 로스 미국 상무부 장관은 전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대미수출이 미국의 대중수출보다 거의 4배나 많기 때문에 중국은 보복할 실탄이 없다"면서 "협상이 재개될지는 그들(중국)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급한 건 자신들이 아니라 중국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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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9일 (현지시간) 베이징 인민대궁전의 환영식에 참석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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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3가지 선택지'…비관세 공격·조기 타협·버티기= 중국의 선택지는 세 가지 정도다. 먼저 비관세 공격이다. 관세 실탄이 동난 만큼 자신들의 피해를 만회할 더 강력한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 아이폰의 핵심 부품 등 특정 중간재 수출 제한, 인·허가권이나 행정 수단을 동원한 자국 내 미국 기업 활동 제약, 관영 언론 등을 동원한 미국 상품 불매 운동 등이 거론된다. 미국이 아직 관세를 부과하지 않은 중국산 수입품 2670억 달러에 대해서도 관세 부과를 검토하고 있어 다른 수단을 동원하지 않는 한 눈덩이처럼 커지는 피해를 앉아서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쉽게 쓸 수 있는 카드는 아니다. 비관세 공격이 힘의 우위에 있는 미국을 더욱 자극할 수 있어서다. 비관세 공격을 포함해 미국이 보다 강력한 공세에 나설 경우 상황은 더 꼬일 수 밖에 없다.

미국의 요구 수준을 최대한 들어주며 일찌감치 타협하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 시간이 가더라도 뾰족한 돌파구를 찾기 어렵다고 생각하면 피해를 최소화하는 쪽을 택할 수 있다. 미국의 2000억 달러 관세 강행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제안한 고위급 협상을 쉽사리 뿌리치지 못하는데도 조기 타협에 대한 중국의 절실함이 담겨있다는 평가다. 문제는 미국의 요구 수준이다. 미국은 대중 무역 적자 축소, 지적재산권 보호, 첨단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지원 중단, 강제적 기술이전 금지, 미국인의 (중국 내) 기업경영 허용 등에서 중국의 전향적인 변화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너무 많은 양보를 할 경우 중국의 중장기 발전 계획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미국에 굴복한 것으로 비치면 시진핑 국가 주석 등 지도부에도 적지 않은 정치적인 부담이 될 전망이다.

이도저도 어렵다면 버티기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상황을 크게 악화시키지 않으면서 미국의 변화를 기다리는 전략이다. 11월 미국 중간 선거 결과에 따라 무역전쟁을 주도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가 달라질 수 있고, 미국 내 기업 등의 반발이 만만치 않은 점에 기대를 건다. 미국에 비해 사회 통제 면에서 우위에 있는 만큼 버티는 힘은 중국이 밀리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위안화 가치 절하 등을 통해 관세 부과로 인한 후유증을 최소하려는 시도에 나설 수도 있다. 중간 선거 이후에 미국의 스탠스가 바뀐다는 보장이 없고, 환율 조작국 지정 등으로 미국이 중국의 버티기 전략을 흔들 가능성이 있는 점 등은 부담이다.

베이징(중국)=진상현 특파원 jisa@mt.co.kr, 뉴욕(미국)=송정렬 특파원 songjr@mt.co.kr, 유희석 기자 heesu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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