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4 (수)

[현장리포트]"군대 안가는 거 맞지?"…인터밀란도 손흥민에 '필' 받았다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스포츠서울

손흥민(운동장 맨 아래)이 19일 이탈리아 밀라노 주세페 메아차에서 열린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1차전 인터 밀란전 킥오프에 앞서 기도하고 있다. 밀라노 | 정재은통신원



[밀라노=스포츠서울 정재은통신원]“진짜 군대 안 가도 되는 거지?”

경기 도중 인터 밀란 미디어 담당자가 국내 취재진에게 손흥민 관련 사실 확인을 위해 물었다. 웃음꽃이 활짝 폈던 ‘태극마크’ 손흥민은 사실 이날 없었다. 대신 걱정으로 가득찬 토트넘 손흥민이 등장했다. 그러나 상대팀이 병역 여부를 궁금해 할 만큼 손흥민의 플레이는 괜찮았다. 그가 지난 5월부터 쉬지도 못하고 살인적 강행군 소화한 점을 생각하면 더 인상적이었다.

손흥민이 약 한 달만에 복귀한 가운데, 소속팀은 22일 째 승리가 없다. 2018~2019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첫 경기가 중요했다. 토트넘이 FC바르셀로나(스페인) 인터 밀란(이탈리아) PSV 에인트호번(네덜란드)와 함께 ‘죽음의 조’ C조에 속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장소가 적진이어서 승리를 얻는다면 더욱 특별하다. 토트넘은 또 패했다. 토트넘은 19일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밀라노 주세페 메아차 경기장에서 열린 챔피언스리그 첫 경기에서 후반 8분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선제골을 넣었음에도 후반 40분 마우로 이카르디, 후반 추가 시간 마티아스 베시노에 연속 실점, 1-2 역전패를 당했다. 킥오프 86분간 기세가 꺾였던 8만 홈 관중은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 환호했다. 취재석 곳곳에서도 기립 박수 치고 기분 좋은 비명을 지르는 기자들이 있었다. 이날 3-4-1-2 포메이션에서 주포 해리 케인과 함께 투톱으로 나섰다가 후반 19분 교체아웃되면서 벤치에 앉았던 손흥민은 경기가 끝난 뒤 맨 마지막에 라커룸으로 향했다. 아쉬움이 큰 듯 벤치에서 좀처럼 일어나지 못했다.

스포츠서울

인터 밀란-토트넘 경기를 보기 위해 사람들이 19일 이탈리아 밀라노 주세페 메아차 경기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밀라노 | 정재은통신원



‘혹사 논란’ 속에서도 손흥민은 변함 없었다. 언제나 그랬듯 이번에도 기도하며 킥오프를 기다렸다. 기도 전엔 케인과 어깨를 부딪히고,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팀 정신력을 살렸다. 움직임은 가벼워 보였다. 좀처럼 패스가 오지 않자 직접 중원으로 내려가 무사 뎀벨레와 호흡을 맞추는가 하면 인터 밀란 공을 빼앗아 공격 진영으로 찔러주기도 했다. 과감한 돌파와 드리블로 밀란 슈크니아르의 파울도 이끌어냈다. 재빠른 판단력과 움직임이 돋보였다. 인터 밀란 관계자도 “‘소니’ 진짜 군대에 안 가도 되는거지?”라며 감탄할 정도였다.

그러나 인터 밀란의 압박과 홈에서의 경기력도 좋았고, 결국 손흥민은 후반 19분 원정팀이 1-0으로 앞설 때 팬들의 박수를 받으며 루카스 모우라와 교체됐다. 이후 토트넘의 2실점이 나왔다. 경기 후 만난 손흥민은 “오늘은 슛 만들 찬스가 많이 없었다”며 “공격수라면 당연히 골을 넣어야 한다. 그게 목표다”라는 말로 “(아시안게임 등을 계기로)이타적으로 변한 것 아니냐”는 질문을 강하게 반박했다. 소속팀 승리가 사라진 것은 그에게도 고민이다. 손흥민은 “(챔피언스리그)첫 경기부터 져서 선수들 상심이 크다. 나도 마찬가지다”라고 했다. 토트넘은 이번 패배로 최근 프리미어리그 2경기를 포함해 공식 경기에서 3연속 패했다. “지난 시즌과 달리 올 시즌 출발이 좋지 않아 걱정된다”고 털어놓은 손흥민은 “내 컨디션은 좋았는데 결과가 안 좋다. 이번 시즌은 좀 안 좋게 출발하는 것 같다. 다시 잘 준비해야 할 것 같다”며 심기일전했다.

스포츠서울

토트넘 손흥민이 19일 이탈리아 밀라노 주세페 메아차 경기장에서 열린 인터 밀란과 UEFA 챔피언스리그 1차전을 마친 뒤 국내 취재진과 굳은 표정으로 인터뷰하고 있다. 밀라노 | 정재은톧신원



손흥민을 비롯해 케인, 벤 데이비스 등 천천히 라커룸을 빠져나오는 선수들의 표정은 모두 어두웠다. 이날 에릭센의 골을 도운 에리크 라멜라가 “분위기는 정말 우울하다”는 말 정도를 전했다. 한국에서 자신 있게 취재진 눈을 바라보며 대답하던 손흥민은 아니었다. 시선을 떨구고, 머리를 연신 쓸어넘기며 답답한 마음을 드러냈다. “팀에서 오랫동안 못 뛰었고 또 오랜만에 선발로 출전했다. 거기서 비롯된 부분들이 아쉽다. 머릿 속에 많은 게 스쳐지나간다”고 말하는 그의 표정엔 안타까움이 진하게 묻어나왔다.

러시아 월드컵부터 아시안게임, 그리고 9월A매치까지 자신이 대표팀에서 할 일을 모두 끝낸 그에게 ‘토트넘’이란 새로운 과제가 생긴 셈이다. 바로 “분위기 전환”이다. “다음 경기 승리가 중요하다”는 그는 23일 오전 1시30분 프리미어리그 6라운드 브라이턴과 원정 경기에서 흔하지만 흔하지 않은 목표 승리에 도전했다. 손흥민도 브라이턴전을 기다리고 있다.

[기사제보 news@sportsseoul.com]
Copyright ⓒ 스포츠서울&sportsseoul.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