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취업자 증가수를 늘리는 손쉬운 방법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김태형 이코노미스트] [편집자주] 색다른 시각을 통해 모두가 행복해지는 세상을 만들고자 합니다.

[같은생각 다른느낌]임시·일용직을 늘려 일시적으로 고용지표를 개선한다면

머니투데이

올 8월 취업자 증가수가 3000명에 그쳐 일각에서는 지난해 8월보다 20만5000명이 적다고 고용대란이나 고용참사라고 비난하고 있다. 하지만 취업자 증가수만으로는 고용수준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으며 고용률, 실업률 등과 같이 인구수를 고려한 고용지표를 봐야 한다.

올 8월의 고용률 60.9%는 경제활동인구조사 통계(새편제)가 시작된 1999년 6월 이후 8월 기준으로 역대 공동 4위이며, 1~8월 평균 고용률 60.6%는 작년 60.7%에 이어 역대 2위에 해당한다. 다만 올 8월 실업률은 4.0%로 작년 3.6%보다 0.4%p 높고, 1~8월 평균 실업률(4.0%)은 작년(3.9%)보다 0.1%p 높다.

그런데 올해 높은 고용률에도 취업자 증가수가 줄고 실업률이 올라간 이유는 무얼까?

고용률은 15세 이상 인구수 대비 취업자수로 계산된다. 지난해 고용 수준이 상반기, 하반기, 연간 모두 역대 1위라는 기저효과로 올해는 그보다 낮아졌다. 또한 15세 이상 인구수가 지난해 8월 0.72% 증가에서 올해 8월 0.55% 증가로 줄었다. 이는 고용률 산식의 분자와 분모에 모두 영향을 끼쳐 취업자 증가수가 크게 늘지 않았는데도 고용률은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다.

취업자들이 어디에서 늘고 줄었는지는 종사자 지위별 취업자수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전체 취업자는 크게 임금근로자와 비임금근로자로 나뉜다. 임금근로자는 상용근로자·임시근로자·일용근로자, 비임금근로자는 자영업자·무급가족종사자로 구분한다. 자영업자에는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고용원 없는 자영업자가 있다.

올 8월 상용근로자와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각각 27만8000명, 7만1000명 늘어났다. 전체 근로자 중 임금근로자(74.5%), 임금근로자 중 상용근로자(68.8%), 자영업자 중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29.1%)의 수와 비율 모두 8월 기준 역대 최고다.

반면 지난해보다 임시·일용근로자와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각각 23만9000명,12만3000명 줄었다.

결국 취업자가 3000명 증가에 그치고 실업자가 13만4000명 늘어난 것은 상용직·고용원 있는 자영업자가 34만9000명 증가했지만 임시·일용·1인 자영업자가 36만2000명 줄었기 때문이다.

과거 2012년과 2015년의 8월과 비교해보면 그 차이가 분명히 드러난다. 2012년 8월에도 취업자 증가수가 전년 동월 대비 23만3000명이 줄었고 2015년에는 48만4000명이나 감소했다.

2012년 8월에 고용률이 59.9%, 실업률은 3.0%였다. 올해보다 고용률은 낮은 반면 실업률도 낮았는데, 상용근로자·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올해보다 252만5000명 적었고 임시근로자·일용근로자·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58만6000명 더 많았다.

2015년 8월은 고용률이 60.9%, 실업률은 3.4%였다. 올해와 고용률이 같고 실업률은 낮았지만 고용의 질은 떨어졌다. 올해보다 상용근로자·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102만4000명 적었고 임시근로자·일용근로자·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45만1000명 더 많았다.

취업자 증가수를 늘리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토목 사업을 일으키거나 일용직·임시직 일자리를 공급하는 것이다. 만약 지난해 8월보다 줄어든 취업자 증가수(20만5000명)만큼만 임시직·일용직이 늘어났다면 올 8월 고용률은 61.3%, 실업률은 3.3%로 개선돼 역대 최고 수준을 달성할 수 있었다.

취업을 하고자 하는 사람에겐 고용의 질을 따지기 전에 당장 먹고 살 걱정거리부터 해결해주는 게 나을 수 있다. 임시·일용직이나 1인 자영업이 고용 완충 작용을 하는 면도 있다.

그러나 임시·일용직으로 취업자수를 늘려 고용률, 실업률을 개선하는 것은 한 달 또는 1년 후 또 다른 임시·일용직 마련에 전전긍긍해야 한다. 인구 증가율 감소에 따른 고용의 양과 질을 적절히 고려해야지 단순히 취업자 증가수에만 매달려 고용의 질이 나빠지는 것을 감수할 수 없는 노릇이다.

머니투데이



김태형 이코노미스트 zestth@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