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8 (목)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퓨마 사살…동물원 꼭 있어야 할까요

댓글 8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아시아경제

18일 오후 4시 50분께 대전오월드 내 우리를 탈출한 퓨마 1마리가 탈출 4시간 30분여 만에 사살됐다.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대전의 한 동물원에서 퓨마 1마리가 우리를 탈출했다가 사살되는 소동이 벌어지면서 동물원 존폐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멸종 위기의 동물 보호와 교육 등의 이유를 들어 동물원 유지에 대한 주장을 하는가 하면, 사실상 지나친 동물원의 상업화로 동물 학대가 아니냐는 반론이 있다.

18일 오후 5시10분께 대전 중구 대전오월드 내 동물원에서 우리 안에 있던 퓨마 1마리가 사라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경찰특공대와 119특수구조단 등을 동원해 현장에 100여 명의 인력을 투입, 퓨마 행방을 쫓은 끝에 오후 6시34분께 동물원 내 배수지 인근에서 탈출한 퓨마를 발견했다.

이어 마취총을 쏜 후 퓨마가 정신을 잃고 쓰러지기를 기다렸으나 포획하지 못했고, 결국 오후 9시44분께 사살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네티즌들은 “꼭 사살했어야 합니까”, “퓨마 불쌍하다” 등의 반응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면서 퓨마가 있던 동물원 존폐에 대한 의견도 쏟아졌다.

1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동물원을 폐지해주세요”라며 동물원 폐지 청원도 올라왔다. 이 청원인은 “이번 대전동물원 퓨마를 사살할 이유가 없었으나,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사살되었습니다”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단지 인간들의 재미를 보자고 해외에서까지 데려와서, 철장 안에서 자연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고 자유가 없는 삶을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라고 비판했다.

근대 최초의 동물원은 1752년 오스트리아의 합스부르크 왕조가 빈에 설립한 쇤브룬 동물원으로 알려졌다. 당시 동물원은 식민지에서 약탈해 데려온 야생동물들을 통한 일종의 교양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수단이었다. 이후 파리, 런던, 베를린, 멜버른, 뉴욕 등 대도시에 동물원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현대로 넘어오면서 동물원은 멸종 위기 동물 보호와 교육 기능, 동물보호 및 연구 기능을 수행하는 공간으로 바뀐다. 동물원의 노력을 통해 멸종 위기에서 벗어난 동물은 유럽들소, 프세발스키 말 등을 꼽을 수 있다.

아시아경제

지난 2015년 5월 경기 과천시 서울대공원 해양관에서 언론에 공개된 남방큰돌고래 태산이와 복순이(왼쪽). 해양수산부는 불법 포획된 후 2013년부터 서울대공원에서 보호한 태산이와 복순이를 야생 방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문제는 지나친 동물원의 상업화에 있다. 동물원을 유지하려면 수익이 있어야 하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상업화에 따라 동물들이 스트레스를 받거나, 인간은 알 수 없는 각종 고통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멸종 위기 동물보호 등 동물원의 순기능이 사실상 동물 학대로 이어지는 셈이다.

이런 이유로 지난 2012년 서울대공원에서 진행되던 돌고래 쇼는 동물 학대라는 시민단체 주장에 따라 공연을 중단했다.

그런가 하면 동물원에 갇혀 있는 동물들을 상대로 한 동물 학대 사건도 일어났다. 지난해 2월 튀니지의 수도 튀니스의 벨베데레 동물원에 살던 악어는 한 무리의 관람객이 던진 돌에 맞아 내출혈을 일으켜 죽었다.

또 한 동물원의 경우 우리로 돌아간 곰들의 행동에서 한 자리에서 계속 맴돌고, 심지어 자신의 소변을 먹기도 하는 이상상황이 벌어졌다. 이런 행동은 극심한 스트레스 때문에 생기는 이른바 ‘정형행동’으로, 반복적이고 지속적이지만 목적이 없는 행동을 말한다.

지난 2013년 뉴욕 센트럴파크 동물원에서 사육되던 북극곰 ‘거스’는 하루에 12시간이 넘도록 8자를 그리며 쉬지 않고 헤엄을 치는 정형행동을 보였다. 당시 뉴욕시는 동물행동전문가를 고용하고, 우울증 치료제까지 처방했지만 결국 거스는 안락사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동물원 폐지에 대한 목소리는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다. 일부 동물원은 공사를 통해 동물들의 편의시설을 보장했다.

미국 동물보호단체 ‘비인간권리프로젝트’는 지난해 11월 미국 코네티컷 고등법원에 동물원 코끼리의 인신구속을 중단하라는 청원서를 제출했다.

청원 내용을 보면 단체는 “세 코끼리를 포함한 모든 코끼리는 기본권을 보장받아야 할 만큼 충분히 지적, 감정적, 사회적 능력이 있다는 연구가 있다”며 “이들을 법적으로 사물이 아닌 인격체와 동일하게 간주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동물보호단체인 페타(PETA)는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워터파크를 상대로 ‘쇼에 동원하는 범고래들을 사실상 노예처럼 강제노역시키고 있다’며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또 프랑스 벵센동물원은 동물들의 사육 공간이 지나치게 협소하다는 지적에 따라 개장 80년 만인 지난 2008년 완전히 문을 닫고 1억3300만 유로(한화 1700억 원)을 투자해 보수공사에 들어갔다.

이후 6년 만인 2014년 4월 14만 제곱미터의 면적에 동물들의 종별이 아닌 유럽, 파타고니아, 가이아나, 마다가스카르, 사헬수단 등 총 5개 지역으로 나눠 각 대륙에 서식하는 동물 180여 종을 수용하고 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전체 댓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