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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교수님 드린다고 급여 송금 요구” 연구보조원 인건비 등친 ‘고려대 연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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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수년간 차명계좌·현금으로 송금 요구

연구팀 “그런 사실 없다”부인했지만

계좌·문자메시지에 증거 고스란히



한겨레

‘한국사회과학연구(SSK) 지원사업’에 선정돼 정부 보조금을 받는 고려대 세종캠퍼스 공공정책연구소 연구팀(연구책임자 유호열 북한학과 교수)이 연구보조원에게 지급한 인건비를 차명계좌 등으로 돌려받아 유용해온 사실이 확인됐다.

16일 <한겨레>가 확보한 연구팀 소속 ㄱ씨의 계좌 내역을 보면, 2016년 2월부터 8월까지 매달 140여만원이 급여 명목으로 입금된 뒤, 며칠 뒤 같은 연구팀 선임자인 ㄴ씨에게 송금됐다. ㄱ씨는 2~3월은 ㄴ씨 명의의 계좌로 입금했고, 다른 달은 현금으로 인출했다. ㄱ씨는 “ㄴ씨가 ‘교수님에게 전달해야 한다’며 급여를 송금해 달라고 요구했다. 4월부터는 현금을 요구해서 출금해서 줬다”고 설명했다. ㄱ씨는 연구책임자인 유 교수가 2016년 1월 대통령 자문 헌법기구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회장에 취임하고, 연구팀 ㄴ씨가 유 교수의 비서로 자리를 옮긴 뒤 연구에 합류했다.

고려대 에스에스케이연구팀은 2013년도 ’국제 관계와 한반도 미래’를 대주제로 한국사회과학연구 지원사업에 선정된 뒤 현재까지 다양한 관련 연구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이 연구는 최장 10년간 3단계에 걸쳐 진행되며, 연간 1억∼2억3000만원의 연구비가 지원된다.

ㄱ씨는 2016년 10월부터는 인건비 일부를 ㄴ씨가 아닌 당시 공동연구원으로 있던 ㄷ씨에게 송금하기 시작했다. 사무실 운영비 등에 사용한다는 명목이었다. 2개월 뒤부터는 ㄷ씨의 요구로 차명계좌로 송금했다. 이런 부당한 요구는 지난해 4월까지 이어졌다. 이때까지 ㄱ씨가 연구팀에 되돌려준 인건비는 1400여만원에 달한다.

ㄴ씨와 ㄷ씨는 <한겨레> 취재가 시작되자, 이런 사실이 없다며 발뺌하다 뒤늦게 페이백 사실을 인정했다. 이들은 “유 교수는 이런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ㄱ씨에게 받은 돈은 사무실 운영 경비 등으로 사용했고, 일부는 돌려줬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자체 확인 결과 ㄱ씨 외에는 이런 피해 사례가 없었고, 사무실 운영 과정에서 개인 간에 벌어진 문제였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ㄷ씨가 2017년 4월 ㄱ씨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가운데에는 ‘재정문제와 관련해서 관련자를 최소화하기로 했다. 더는 페이백하지 않아도 된다. ○○의 것도 보내지 마라’는 내용도 있다. 페이백이 ㄱ씨 외에 다른 이에게서도 이뤄졌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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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씨는 “대학원에 입학한 뒤 다른 연구에 참여하고 받은 인건비도 선임 대학원생의 요구로 지속해서 페이백이 이뤄졌다. 그래서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전반적으로 그런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실제 ㄱ씨의 계좌에는 이런 송금 기록들이 남아 있다. ㄱ씨는 또 “유 교수가 대표로 있던 민간 연구소인 ‘코리아정책연구원’에 약 3년동안 매주 한 번꼴로 나가 전화받기 등의 잡무를 처리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연구책임자인 유호열 교수는 “‘페이백’과 관련해 아는 바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또 “코리아정책연구원 역시 서울과 세종을 오가는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서울에 마련한 공간으로, 부당하게 업무를 지시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한국사회과학연구 지원사업을 선정·연구비를 지원하는 한국연구재단은 “관련 내용을 확인할 방침”이라며 “연구비 유용이 사실로 밝혀지면, 국가 연구개발 사업 참여 제한이나 연구비 환수 등의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하 기자 jungha9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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