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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이슈 난민과 국제사회

아프리카에 공 들이는 유럽… 수출확대-난민해결 ‘이중 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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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 세네갈-알제리 등 잇단 방문

경제개혁-기반시설 개선 지원 약속… 메이도 케냐 등 찾아 “50억달러 투자”

영향력 넓히는 中견제 의미도… 현지언론 “돈쓰기 대회 열린듯”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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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대륙을 위해 누가 가장 많은 돈을 썼는지 경쟁하는 대회가 열린 것 같다.”

케냐 나이로비대 교수이자 경제 칼럼니스트인 이라키 박사는 15일 현지 한 언론에 ‘왜 아프리카는 중국과 서방 경쟁의 노리개가 되었나’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이 같은 표현을 썼다. 독일, 영국, 중국 등 경제 대국 정상들이 잇따라 아프리카를 찾아 거액의 투자와 지원 계획을 밝히는 상황을 비판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석유, 금 등 엄청난 양의 천연자원뿐 아니라 12억 명의 잠재 소비자가 있는 아프리카 대륙에 대한 영향력을 높이려는 경제 대국들의 노력은 ‘구애 경쟁’이라 표현해도 과하지 않을 정도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17일 북아프리카 알제리를 찾아 압델라지즈 부테플리카 대통령과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메르켈 총리의 알제리 방문은 2008년 이후 10년 만이다. AFP 등 외신들은 메르켈 총리의 이번 방문을 두고 “자동차, 화학, 제약 분야를 중심으로 200여 개 독일 기업이 진출해 있는 알제리에서 영향력을 더 강화하려는 행보”라고 분석했다. 알제리 정부에 따르면 올해 1∼7월 알제리가 수입한 독일 상품은 16억 유로(약 2조840억 원)에 이른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달 29∼31일에도 경제 개혁 및 사회 기반시설 개선 지원, 독일에서 아프리카 학생들의 교육 기회 확대와 같은 ‘선물 보따리’를 들고 아프리카의 세 나라 세네갈, 가나, 나이지리아를 찾았다.

영국과 유럽연합(EU) 등도 아프리카와 경제협력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지난달 28∼30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나이지리아, 케냐 등을 방문해 50억 달러(약 5조5000억 원) 투자 및 일자리 창출 지원을 약속했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12일 “유럽과 아프리카 간의 지속적 투자를 위해 새로운 동맹을 제안하며 앞으로 5년간 아프리카에 일자리 1000만 개를 만들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아프리카를 향해 쏟아지는 이 같은 ‘투자와 지원’ 약속의 이면에는 각국의 셈법이 숨어 있다. 일차적으로는 9년 연속 아프리카 상대 최대 무역국으로 이름을 올린 중국을 견제하면서 2050년 무렵엔 세계 소비의 4분의 1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아프리카 시장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도다.

중국은 이미 아프리카 대륙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확보한 상태다. 사회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 투자 규모만 40억 달러에 이른다. BBC 등 유럽 언론은 “중국의 신식민주의적 투자에 대한 반발이 아프리카에서 일고 있기 때문에 지금이 EU가 새로운 시도를 하기에 적합한 시기”라고 분석했다.

독일 등 EU가 아프리카 대륙에 공을 들이는 이유에는 이민자 문제도 끼어 있다. 지중해를 건너 유럽으로 망명하는 아프리카 출신 난민과 이민자가 급증하는 상황이어서 아프리카 대륙 내 일자리 창출과 경제 발전이 난민 문제의 해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다. 실제 메르켈 총리는 지난달 말 모하마두 부하리 나이지리아 대통령, 마키 살 세네갈 대통령과 정상회담 당시 불법 이민 문제를 논의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은 아프리카를 새로운 수출시장으로 보고 있다. 영국은 EU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상을 벌이고 있고, 내년 3월 EU를 공식 탈퇴할 예정인 상황에서 글로벌 파트너십을 미리 다져놓겠다는 것이다. 메이 총리는 지난달 아프리카 순방 전 기자회견에서 “아프리카는 세계 경제의 변화를 추동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영국이 2022년까지 주요 7개국(G7) 중 아프리카 최대 투자국이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아프리카 현지 언론에서는 ‘원조의 중독성’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아프리카 대륙을 향한 경쟁적인 투자와 지원 약속들이 19세기 아프리카 대륙 대부분을 유럽의 식민지로 만들었던 제국주의 침략과 다르지 않다는 비난도 있다.

카이로=서동일 특파원 d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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