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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IEO는 암호화폐 ICO 대안이 될 수 있을까…거래소 ‘먹튀’ 땐 애꿎은 투자자만 ‘쪽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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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순양함 돈스코이호를 ‘150조원 보물선’으로 내세운 투자 사기 의혹으로 한때 전국이 들끓었다. 경찰은 암호화폐를 판매한 신일국제거래소 때문에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고 보고 압수수색을 단행해 신일그룹 관계자 2명 외에 6명을 추가로 입건했다. 이를 통해 150조원 상당의 금괴가 실린 러시아 함선 ‘돈스코이호’를 인양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은 신일그룹(현 신일해양기술)이 선박을 인양할 의사와 능력도 없었다고 밝혀냈다.

당시 신일그룹이 보물선 인양을 담보로 발행했던 ‘신일골드코인(SGC)’ 때문에 암호화폐 시장은 또 한 번 아우성이었다. 지난 7월 말 신일골드코인을 개당 200원에 공개했다. 동시에 9월 30일 신일골드코인을 암호화폐 거래소에 상장할 예정이고, 상장 예정 가격은 1만원이라고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결론적으로 신일골드코인은 암호화폐가 아니라 일종의 포인트 정도 기술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지만, 일부 소비자가 이를 구매하고 피해를 보면서 암호화폐 시장 자체가 또 한 번 불신의 벽에 부딪히게 됐다.

더불어 ICO 사업 모델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암호화폐 거래소에 등재돼 본격적으로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는 것을 암호화폐공개(ICO)라 한다. 그런데 ICO가 너무 잦거나 혹은 부실한 백서를 바탕으로 개발된 암호화폐가 유통되면서 일부 암호화폐 거래소 자체가 불신의 온상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암호화폐 열풍이 다소 잦아드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이 IEO(Initial Exchange Offering·거래소공개)다.

▶IEO는 어떤 개념

▷거래소가 암호화폐 자금 모집·공개

IEO는 암호화폐 거래소가 나서서 대신 암호화폐 자금을 모집하고 공개까지 해주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한국거래소에 상장(IPO)할 때 증권사가 주관사가 돼 자금 유치도 하고 관련 제반 업무도 대신 수행해주는데, IEO는 암호화폐 거래소가 주관사 업무와 화폐공개까지 다 해준다고 보면 이해가 쉽다. 그동안에는 거래소가 통상 심의만 해서 ICO 여부를 결정했다. IEO는 거래소가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방식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거래소가 한 번 더 검증해준다는 점에서 ICO에 비해 좀 더 신뢰할 수 있다.

신승현 데일리금융그룹 대표는 “신개념 암호화폐 개발은 계속되고 있지만 한 회사가 ICO에 도달하기까지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든다. 반면 IEO는 업무 부담을 거래소와 개발사가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김한석 핸키앤파트너스 대표도 “거래소 입장에서는 유망 프로젝트를 미리 선점해 사용자들을 유입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 제대로 된 사업화 모델이 나온 것은 아니다.

글로스퍼가 IEO를 하려는 업체들을 위한 전용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정도 수준에 와 있다. 김태원 글로스퍼 대표는 “기술보증기금과 연계해 기술 평가를 거쳐 인정받은 기술과 스타트업을 거래소에 직상장시키는 모델이다. 현재 외국 거래소와 함께 직상장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부작용 우려는

▷부실화폐 유통 제재 방법 없어

물론 우려도 있다.

IEO가 자칫 거래소의 권력화를 부추길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거래소가 작정하고 부실화폐를 시장에 유통시키면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 투자자에게 돌아간다.

한호현 경희대 컴퓨터공학과 교수(아시아IC카드포럼 회장)는 “ICO에서 진일보했다고 보기 힘들다. 원론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IEO가 더 안전하다고 볼 수는 있으나 IEO 과정에서 거래소와 암호화폐 개발사 간 담합했을 때 이를 걸러낼 시스템도 없고 IEO로 거래를 시작한 암호화폐가 문제를 일으켰을 때 제재할 수 있는 규제가 없어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전문가는 “요즘 ICO를 통한 자금 회수가 답보 상태를 보이자 보다 빨리 자금 회수를 하기 위해 IEO로 투자자들을 현혹하는 것일 수 있다”는 의견도 낸다.

김열매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암호화폐 개발사가 벤처캐피털로부터 펀딩을 받는 대신 ICO를 추진해 자금을 조달하려던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최근 해당 산업 관심도가 떨어지면서 이도 저도 되지 않자 꺼내 든 카드가 IEO란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 암호화폐로 거래를 하는 ‘토큰 이코노미’ 생태계 구축보다 암호화폐를 사고파는 데만 열을 올리는 거래소가 있다면 불순한 의도를 의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거래소도 하나의 사업체기 때문에 IEO 과정을 거친 암호화폐가 무조건 안전할 것이란 맹신은 곤란하다는 의미다.

[박수호 기자 suhoz@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75호 (2018.09.12~09.1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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