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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0 (토)

'국정농단' 이어 '재판거래' 정점 지목된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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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선실세’ 최순실씨와 국정농단을 한 혐의로 2심에서 징역 25년을 선고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또다시 검찰 수사선상에 올랐다. 이번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부와 ‘재판 거래’를 한 혐의다.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비서관 역시 개입했다는 것이 검찰 판단이다.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에서 시작된 검찰 수사 과정에서 꼬리를 밟힌 지난 정권 국정농단 주범들이 다시 한 번 ‘서초동’과 악연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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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양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미쓰비시중공업 등 전범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지연시켜달라고 사법부에 요청한 정황을 포착했다.

김 전 실장은 최근 소환조사에서 “대통령 지시에 따라 2013년과 2014년 당시 법원행정처장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비서실장 공관으로 불러 강제징용 재판 방향을 의논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으로선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불법으로 상납받은 사실을 ‘믿는 도끼’였던 ‘문고리 3인방’(이재만·안봉근·정호성)이 털어놓은 데 이은 또 하나의 ‘배신’일 수밖에 없다. 김 전 실장의 진술은 향후 박 전 대통령이 이 사건 피의자로 기소될 경우 결정적 진술 증거로 쓰일 가능성이 크다.

현재까지 검찰 수사 상황 등을 종합하면 한·일 관계 개선을 추진하던 박 전 대통령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손해배상 청구권을 전범기업을 상대로 행사하는 데 부정적이었다. 법원 하급심 판결도 박 전 대통령의 바람대로 선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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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2012년 5월 대법원이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주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내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서울고법은 이듬해 7월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피해자들의 손을 재차 들어주었다. 이후 사건은 대법원에 다시 접수돼 확정판결만 앞두게 됐다.

그러자 박 전 대통령은 김 전 실장에게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김 전 실장은 두 차례에 걸쳐 대법관을 겸하는 법원행정처장과 관계부처 장관을 자신의 공관으로 불러들여 재판을 고의로 지연시키거나 전원합의체에 회부하는 방안을 의논했다. 대법원이 개인간 민사소송에 정부부처가 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도록 민사소송규칙을 개정한 것도 이 무렵이다. 이후 사건은 5년이 지난 현재까지 이렇다 할 설명 없이 계류 중이다.

당시 사법부 역시 숙원사업인 상고법원 도입과 법관의 해외 파견처 확보에 청와대의 지원을 바라고 적극 협조했다는 것이 검찰 판단이다. 검찰 관계자는 “법관이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해야 한다”며 “누구의 입김에 휘둘려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 사이 박근혜정부는 2015년 ‘화해치유재단’을 국내에 설립하고 기금 10억엔(약 100억원)을 일본 정부가 출연하는 조건으로 일본군 성 노예 피해 보상이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이뤄졌다는 내용의 ‘12·28 위안부 합의’를 발표했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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