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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알바 뛰며 피까지 파는 美 공립교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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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20년째 묶여 5000만원… 교사들 "임금인상" 시위 확산

미국 켄터키주 베르사유에서 공립학교 역사 교사로 근무하는 호프 브라운(52)은 학교 수업을 마친 오후 4시 곧장 농구 경기장으로 향한다. 금속 탐지기로 관람객들의 가방을 검사하는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서다. 역사 탐방 가이드 부업도 한다. 그래도 생활이 빠듯해 일주일에 두 번씩 혈장 헌혈을 하고 60달러(약 6만원)를 벌어 공과금으로 보탠다. 그는 "교직을 정말 사랑하지만 내가 일한 만큼 대가를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13일(현지 시각) 주간지 타임은 "미국 내 320만명에 달하는 공립학교 교사들이 약 20년째 임금이 오르지 않아 심각한 생활고를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현재 공립학교 교사들이 받는 월급은 물가 상승분을 고려할 경우 1990년 교사 월급보다 적은 수준이다. 특히 상황이 심각한 오클라호마주는 교사 평균 연봉이 4만5245달러(약 5050만원)다. 물가 상승분을 반영하면 10년 전에 비해 8000달러 줄었다.

주 정부가 공립학교 지원 예산을 충분히 편성하지 않아 교사 월급이 자주 동결됐기 때문이다. 공립학교 인프라와 학교 기자재도 지원이 충분치 않다. 콜로라도 교원협회 케리 댈먼은 로이터통신에 "학생들에게 나눠줄 종이, 지우개, 펜을 사기 위해 교사가 자기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곤 한다"고 말했다.

이에 항의하는 교사들의 시위가 미 전역에서 확산하는 추세다. 11일 워싱턴주 터코마에서는 분노를 상징하는 빨간 셔츠를 맞춰 입은 교사 2200명이 거리로 몰려나와 예산 증액 시위를 벌였다. 올해 4월에도 콜로라도, 애리조나 지역에서 교사 수만 명이 동맹 휴업을 하고 항의 시위를 했다.





[뉴욕=오윤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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