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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종부세 폭탄론’, 누구를 위한 주장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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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3 집값 안정 대책’이 발표되자 자유한국당과 보수언론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 또다시 ‘세금 폭탄 프레임’을 들고나왔다. 자유한국당은 13일 “집값을 세금으로 때려잡겠다는 정책”이라는 논평을 낸 데 이어 14일에도 “징벌적 과세와 세금 폭탄이라는 규제 일변도 정책”이라는 논평을 냈다. 일부 보수언론도 “징벌적 세금 폭탄” “종부세 폭탄” 등 선정적 제목을 달아 9·13 대책을 비난했다. 의도적으로 ‘조세 저항’을 부추기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든다.

이들의 주장을 보면, 다수의 국민이 종부세 인상 부담을 지게 된 것처럼 착각하게 된다. 하지만 9·13 대책으로 내년에 종부세가 오르는 사람은 22만명이다. 이 중에서 100만원 이상 늘어나는 사람은 2만5504명(2016년 과표 기준)에 불과하다. 시가 24억원 이상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다. 거의 대부분의 국민과는 상관 없는 일이다. 오히려 대상이 너무 적어 효과가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집값 불안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지만, 최근 집값이 단기 급등한 것은 투기 수요를 빼놓고는 설명이 안 된다. 지난해 ‘8·2 대책’의 영향으로 4월부터 진정세를 보이던 집값이 7월 들어 뛰어오르기 시작했다. 두달여 새 갑자기 공급이 줄어든 것도, 시중 부동자금이 늘어난 것도 아니다. 정부의 미흡한 1차 종부세 개편안과 박원순 서울시장의 여의도·용산 통합 개발 발언을 계기로 투기 세력이 시장을 교란한 결과다. 갭투자가 증가했고 전세 대출이나 임대주택사업자 대출이 투기에 악용됐다. 여기에 불안감에 휩싸인 실수요자들이 가세하면서 과열 양상이 증폭됐다. 투기로 인한 이상 과열을 가라앉히는 데 종부세 강화만큼 확실한 방법이 없다. 그런데도 자유한국당과 보수언론은 종부세 인상에 반대하면서 투기판으로 변질된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풀라고 한다.

종부세 강화는 조세 정의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집값이 수억~십수억원 올랐으면 세금도 그에 걸맞게 내는 게 마땅하다. 집값 급등을 보면서 많은 국민이 힘이 빠진다.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서민들은 이루 말할 수 없는 박탈감을 느낀다. 경제가 제대로 굴러갈 리 없다. 더는 부동산 투기로 돈을 벌 수 없다는 인식이 뿌리내리도록 해야 한다. 거주 목적이 아니라 돈을 벌려고 집을 사재기 하는 것을 용인해서는 안된다.

자유한국당과 보수언론은 종부세 인상 부담이 세입자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럴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게 종부세 강화를 반대할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정부가 계속 미루고 있는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 청구권 등 세입자 보호 대책을 서둘러 시행하라고 촉구하는 게 옳은 태도다. 집값 급등을 방치하면 종국적으로 세입자들의 피해가 커진다.

자유한국당과 보수언론이 서민을 내세워 종부세 강화를 반대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서민을 고통 속으로 몰아넣는 주장이다. 정부·여당도 종부세 폭탄 프레임에 말려들지 말고 집값 안정 대책을 흔들림 없이 밀고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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