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4 (수)

[MT리포트]금융위기 10년, 살아남은 기업과 떠난 기업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글로벌 금융위기 10년]물류·조선업 주축 기업의 퇴보…4차산업혁명 올라타 10년 기회 잡은 기업도

머니투데이

금융위기 10년은 재계 판도도 뒤흔들었다. 10년간 전 세계적으로 저금리, 저성장 기조가 이어진 가운데 그룹 자체가 해체된 기업이 속출했다.

기업별로 무리한 인수합병과 지배구조상의 문제가 있었지만 큰 틀에서 물류·조선업을 주축으로 한 그룹의 몰락이 두드러졌다. 장기적 저성장에 따른 물동량 감소의 타격 탓이었다. 반면 금융위기 이후 도래한 스마트폰 상용화와 4차산업혁명 시대 흐름에 올라탄 기업들에 금융위기 10년은 재도약의 발판이 됐다.

◇물류·조선의 퇴보=STX의 몰락은 물류·조선업 주축 대기업의 부진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준 사례였다.

STX는 2008년까지 해운·조선을 중심으로 15개 계열사를 거느린 자산규모 약 11조원, 재계 15위(자산총액 기준) 기업이었다. 불과 10년만에 STX를 이 같은 위상으로 끌어올린 강덕수 전(前) 회장은 '샐러리맨의 신화'로 불렸다.

하지만 호황을 구가하던 해운·조선업황이 2008년을 기점으로 곤두박질치자 그룹은 재무상태 악화를 이기지 못하고 2013년 해체됐다. 뿔뿔이 흩어진 계열사들의 부진은 지금도 이어진다. STX조선해양은 2016년 한 차례 법정관리를 겪었으며 지난 4월에는 가까스로 두 번째 법정관리 위기에서 벗어났지만 사업 턴어라운드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물류가 주축인 금호아시아나도 지난 10년간 퇴보가 두드러진 기업이었다. 2008년 자산총액 기준 10위였던 금호아시아나는 25위로 주저앉았다. 올해 금호아시아나의 자산총액과 계열사수는 각각 약 12조원, 26개로 당시(약 27조원, 52개) 대비 반토막났다.

해운업 중심으로 2008년 재계 21위(자산총액 약 9조원)였던 현대그룹은 계열사 현대상선이 경영 악화 탓에 2016년 산업은행 산하로 떨어져 나가며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집단)에서 제외됐다.

이 밖에 한진중공업과 한진, 현대중공업의 자산총액 기준 재계 순위가 2008년보다 각기 27, 3, 2계단씩 내려가는 등 물류·조선업 중심 기업은 지난 10년 고전을 면치 못했다.

◇'毒'이 된 오너 욕망=이들 물류·조선 기업 중 STX와 금호아시아나는 무리한 사업 확장이 금융위기 후 산업의 구조적 변화에 따른 퇴보 속도를 더욱 키우기도 했다. 오너의 욕심이 독이 된 셈이다.

인수 기업에서 나온 수익으로 또 다른 인수 실탄을 마련했던 STX 성장 전략은 재무 부담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금호아시아나는 2006년 무리한 차입을 통해 인수한 대우건설의 재무구조 악화가 몰락의 결정타였다. 2009년 대우건설을 헐값에 토해내고 인수를 주도한 금호타이어의 경영권도 잃었다.

2008년 재계순위 28위던 동양그룹도 오너의 욕심이 금융위기 후 몰락을 가져온 사례였다. 그룹 캐시카우였던 동양시멘트 수익성 악화로 그룹 재무사정이 나빠졌는데도 오너가 무리하게 지배구조를 강화했고 이에 따라 계열사간 복잡한 출자 고리가 형성돼 금융위기에 따른 부실이 계열사들로 확대됐다. 동양그룹은 2014년 해체됐다.

◇4차산업혁명에 올라타 약진=지난 10년 자산총액 기준 재계 1~7위 기업들의 순위에는 변동이 없었다. 현재 삼성과 현대자동차, SK, LG, 롯데, 포스코, GS의 자산총액 합계는 약 1195조원. 10년 전보다 약 2.6배 불어난 규모다.

하지만, 이들 중에서도 희비는 엇갈린다. SK는 금융위기 10년을 발판으로 재도약에 성공했다. SK의 자산총액 기준 순위는 10년 전과 변함없이 3위지만, 올해 시가총액은 약 123조원으로 재계 2위로 뛰어올랐다. 2012년 인수한 SK하이닉스가 4차산업혁명의 도래를 타고 약진한 덕이다. SK하이닉스는 SK 전체 시가총액의 44%를 차지한다.

시가총액 2위를 지키던 현대차는 현재 시가총액 약 87조7000억원으로 86조5000억원인 LG와 함께 3~4위를 오간다. 자동차 산업은 2011년 최고 생산 수준을 보이며 금융위기 극복의 원동력이 됐지만, 최근 미국과 중국 등 주요 해외시장에서 뚜렷한 활로를 뚫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화그룹은 삼성의 석유화학 및 방산 계열을 인수한 후 현대중공업과 한진그룹을 제치고 확고한 8위 자리로 올라섰다.

안정준 기자 7up@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