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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경의 무비시크릿] '서치'에서 찾은 위대하고 애잔한 부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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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치’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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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화 '서치'를 보고 별 다섯 개(5점 만점 기준)로도 부족한 영화란 생각이 든 건, 특별한 연출 방식과 잘 짜여진 스토리 외에 아빠 데이비드 킴(존 조)에게도 꼭 별을 달아주고 싶어서다.

대부분의 딸들에겐 아빠와의 아련한 추억이 있다. '서치'는 마음 속 한구석의 기억상자를 봉인 해제하는 영화다.

극 중 데이비드 킴은 한없이 자상한 남편이자 아빠다. 부부는 외동딸이 태어나 자라나는 과정까지, 소중한 순간들을 영상과 사진으로 기록해뒀다. 그래서 아빠의 컴퓨터는 아내와 딸에 대한 흔적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러던 어느날, 생물학 스터디에 참여한 딸 마고 킴(미셸 라)은 늦을 거란 얘기를 남긴 채 귀가하지 않는다. 자는 중에 딸에게서 걸려온 부재중 전화에도 아빠는 특별한 의심을 하지 않고, 여느 때처럼 "학교 잘 갔냐"고 문자 메시지를 남긴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불안감이 엄습해온다. 답장이 없는 딸의 행방을 궁금해하던 아빠는 금요일이 피아노 레슨날인 걸 떠올리고 강사에게 연락하지만, 이미 레슨을 그만둔지 오래됐다는 충격적인 답변을 듣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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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앞서 데이비드 킴은 아내 파밀라 킴(사라 손)과 사별했다. 홀로 딸을 키우던 아빠는 각별한 관심으로 딸과 소통해왔지만, 몰랐던 그녀의 삶을 들여다보게 되면서 깊은 자책감에 빠진다.

실종이 확실시되자, 아빠는 딸을 찾기 위해 온라인상에 남겨진 모든 기록을 뒤지기 시작한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은 기본이고 평소 그녀가 즐겨찾던 사이트까지 모조리 훑어본다.

그 모든 과정이 영화에 고스란히 담겼다. '서치'는 스크린을 채운 컴퓨터 화면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진행된다. 발전된 과학기술의 산물이 스토리 전개에 지대한 공헌을 하는 셈이다. 스크린에 보여지는 콘텐츠는 각종 SNS와 메신저 프로그램, 영상통화, 뉴스 등으로 무척 다양하다.

잠까지 포기하며 딸 찾기에 혈안이 된 아빠는 경찰보다 더 예리하고 집요한 추적으로 진실에 접근해간다. 그를 돕는 경찰 로즈메리 빅(데브라 메싱)조차 놀라게 할 정보력이다. 아빠가 딸을 찾는데는 엄마의 세심한 기록 역시 한 몫 한다. 데이비드 킴은 아내가 정리해둔 파일들을 열어보며 큰 도움을 받게 된다.

이 영화의 곳곳엔 반전과 복선이 숨어있다. 디지털 기기의 속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아니시 차간티 감독은 20대 특유의 젊은 감각으로 참신한 연출을 선보인다. 특별한 설명없이 사진과 캘린더, 홈비디오 등을 통해 가족의 전사를 보여주는 오프닝 시퀀스는 관객들과 주연배우 존 조 모두에게 큰 만족감을 안겨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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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치’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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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더 강렬한 여운을 남기는 건 '부성애'다. 데이비드 킴이 무심한 아빠였다고 자책할 때 관객 또한 같은 의심을 하게 되지만, 이내 그 섣부른 마음이 미안해진다.

아빠 데이비드 킴의 걱정과 불안, 혼란과 죄책감 등의 감정선을 따라가면서 관객 또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서치'는 한 집에서 늘 얼굴을 맞대고 사는 내 가족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 하는 물음을 던지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극 후반부, 가족의 과거 영상 속에서 어린 딸은 아빠에게 "세계 최고의 아빠"라는 글이 적힌 그림을 선물한다. 영화를 관람한 입장에서, 이러한 찬사는 그에게 결코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테이큰'에서 리암 니슨이 딸을 구하기 위해 몸을 내던져 감동을 줬다면, '서치'의 존 조는 비상한 두뇌와 감성으로 다른 결의 감동을 준다.

'서치'는 엄마와 딸의 끈끈한 유대감 때문에 잠시 잊고 있던 아빠의 사랑을 확인하게 하는 영화다. 모성애 못지않게 위대한 부성애를 흔치 않은 방식으로 보여줬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아버지에게 문자 메시지 한 통을 넣고 싶게 하는, 어딘지 애잔한 구석이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