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4 (수)

[IF] [사이언스 샷] 인류 최초의 그림은 빨간색 해시태그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비즈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해안가 동굴에서 발견된 7만3000년 전 석기(위). 분석 결과 표면에 붉은색 염료로 9개의 선을 마치 해시태그(#)처럼 그린 것으로 밝혀졌다(아래). /네이처




석기시대의 해시태그(#)가 인류 최초의 그림으로 밝혀졌다. 노르웨이와 프랑스·스위스·남아프리카공화국 과학자들은 국제학술지 '네이처' 13일 자에 발표한 논문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7만3000년 전 인류의 직계 조상인 호모사피엔스(Homo sapiens)가 남긴 가장 오래된 그림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석기의 표면에는 요즘 소셜미디어에서 검색을 돕는 기호로 쓰는 해시태그처럼 붉은색 선들이 교차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지금까지는 호모사피엔스가 아프리카를 떠나 4만년 전 유럽에 정착하면서부터 추상적 기호를 그린 그림들이 등장했다고 알려져 있었다.

해시태그가 그려진 석기는 남아공 수도 케이프타운에서 동쪽으로 300㎞ 지점에 있는 해안가 블롬보스 동굴에서 발견됐다. 이곳에서는 7만년 전에서 10만년 전 사이 인류 조상들이 남긴 석기와 조개 구슬 등 다양한 도구가 발견됐다. 해시태그가 그려진 석기는 길이 3.86㎝, 폭 1.28㎝로, 규산칼슘 성분의 암석인 실크리트를 쪼개서 한쪽 면을 평평하게 갈아낸 형태였다. 평면에는 선 6개가 거의 나란하게 그려져 있고, 다른 선 3개가 이들과 엇갈리고 있다.

노르웨이 베르겐대 크리스토퍼 헨실우드 교수가 이끈 국제공동연구진은 현미경과 화학 분석을 통해 붉은 선이 염료로 많이 쓰인 산화철 성분의 석간주(石間硃)로 그렸음을 밝혀냈다. 또 마찰공학 기법으로 선이 그려진 과정을 역추적한 결과, 인류 조상들은 심의 폭이 1~3㎜인 석간주 크레용으로 석기에 선을 그린 것으로 밝혀졌다.

석기가 발견된 7만3000년 전 지층에서는 사선이 새겨진 석간주 조각도 나왔다. 모두 이전에 다른 곳에서 발굴된 기호 그림들보다 최소 3만년은 앞선 것이다. 연구진은 "아프리카에 살던 초기 호모 사피엔스들은 다양한 기술과 재료를 이용해 기호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ywlee@chosun.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