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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슈 박항서의 베트남

첫 질문부터 눈시울 붉힌 박항서 "민간외교관? 즐기면서 하는 것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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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이 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 | 김용일기자 kyi0486@sportsseoul.com



[인천국제공항=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수많은 카메라 플래시 세례와 더불어 공항을 지나가던 일반 시민도 그를 향해 손뼉을 쳤다. 축구공 하나로 베트남 국민의 마음을 한데 모았다. ‘베트남의 히딩크’로 불리며 단숨에 국민 영웅으로 거듭난 박항서(59)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이 금의환향했다. 베트남의 아시안게임 4강 신화를 이끈 박 감독은 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국내에서 휴식하며 머리를 식힌 뒤 이달 말 국제축구연맹(FIFA) 초청으로 러시아 월드컵 기술세미나에 참석한 뒤 하노이로 복귀할 예정이다.

올 1월 아시아축구연맹 23세 이하(U-23) 챔피언십에서 베트남의 준우승 신화를 이끈 그는 최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막을 내린 아시안게임에서도 사상 첫 4강행을 견인했다. 아시아 약체를 면치 못한 베트남은 ‘박항서 체제’ 11개월 만에 신흥강호로 확실하게 발돋움하며 새 전기를 마련했다. 박 감독을 향한 열기는 신드롬처럼 변했다. 최근 국내 한 제약사가 박 감독을 모델로 자양강장제를 베트남 내 유통해 대박을 터뜨렸다. 이밖에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 기업도 ‘박항서 브랜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커지면서 현지 단체, 시민으로부터 주가를 높이고 있다. ‘민간 외교관’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그러나 박 감독은 이같은 수식어에 손사래 쳤다. 그는 “글쎄 내가 축구 감독을 한다고 해서 그런 역할(민간 외교관)이 되겠냐”고 웃으며 “항상 대한민국 사람이라는 것을 잊지 않고 베트남에서 축구 감독으로, 오로지 베트남 축구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난 축구 밖에 모른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현지에서 새벽 비행기를 타고 이날 한국 시간으로 오전 8시를 넘겨 도착했다. 이른 시간에도 많은 환영 인파가 몰리자 그는 매우 당황해했다. 취재진과 인터뷰할 때 눈시울이 살짝 붉어지기도 했다. 환갑 나이에 낯선 땅에서 외로운 도전에 나선 지 어느덧 1년이 다 돼 가는 시점에 그야말로 축구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벅찬 감정이 느껴졌다. 그는 “아시안게임 기간 국민들이 베트남 축구에도 성원 보내주셔서 고맙다. 사실 난 (베트남) 언어소통이 잘 안 돼서 신문을 못 본다. TV에 내가 많이 나오는 건 알고 있고 베트남 국민들이 고맙다는 표현을 자주 해서 느낌은 잘 알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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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2년 9월 박항서 감독이 한국 아시안게임 대표팀을 이끌었을 때 파주NFC를 방문한 거스 히딩크 전 감독과 포옹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박 감독의 행보는 2002 한·일월드컵 당시 한국의 4강 신화를 견인한 거스 히딩크 전 감독에 비유된다. ‘베트남의 히딩크’라는 별명도 따라붙었다. 그는 “베트남에서 작은 성적을 냈다고 히딩크 감독과 비교하는 데 사실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에 나보다 유능한 지도자가 많다. 해외에서 도전 기회가 온다면 추천하고 싶다. 도전해봐야 성공도 하고 실패도 한다. 해외 경험은 한국에서보다 의미를 더 느낄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귀국 전날 베트남 한 언론이 주변 국가 감독과 비교해서 박 감독이 ‘박한 연봉’을 받고 있다고 보도해 이목을 끌었지만 정작 그는 개의치 않았다. “연봉 문제는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말한 박 감독은 “그저 베트남 선수들과 함께 하는 것에 감사하다는 마음으로 일한다”고 했다. 아시안게임 직전 베트남 문체부 장관과 나눈 얘기도 공개했다. 그는 “장관께서 아시안게임은 예선만 통과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말씀하더라. 언론도 그다지 기대하지 않았다. 11월 열리는 스즈키컵(동남아시아축구선수권)에 대한 기대가 커졌는데 늘 하던 대로 즐기겠다”고 웃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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