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4 (수)

이슈 동아시아 영토·영해 분쟁

中 “英 해군의 남중국해 항해는 도발”…갈등 격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영국 해군이 지난달 31일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영유권 분쟁지역인 남중국해 파라셀 군도(중국명 시사군도)에 있는 섬 인근을 항해하자, 중국이 "영국이 도발하고 있다"며 분노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6일 보도했다. 남중국해 갈등이 갈수록 ‘중국 대 주변국’에서 ‘중국 대 서방’ 대립 구도로 번지는 모양새다.

로이터 통신은 복수의 익명 관계자를 인용, 영국 해군 상륙함인 ‘HMS 알비온함’이 최근 남중국해 파라셀 군도를 항해했다고 전했다. 이때 알비온함은 베트남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이날 알비온함은 분쟁 해역인 12해리(22km) 이내로 들어가진 않았다. 그러나 영국 해군이 파라셀 군도 인근을 항해한 것은 영국이 이 지역을 둘러싼 중국의 영유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표현으로 간주할 수 있다.

조선일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8년 4월 12일 남중국해 해상에서 해군 함정 48척과 76대의 군용기 등이 참여한 건국 이래 최대 규모의 해상 열병식에 참석해 사열하고 있다(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은 열병식에 참석한 해군 함정들이 대열을 지어 항해하는 모습. /중국국방부 홈페이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중국은 영국 해군의 움직임을 인지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함정 한척과 헬기 두대를 급파하려 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중국 외교부는 로이터 통신에 성명을 보내 영국 해군의 이런 행동이 법을 위반한 것이며, 앞으로 비슷한 사건을 막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할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중국 외교부는 성명에서 "영국 해군함은 지난 8월 31일 중국 영해인 파라셀 군도에 허락 없이 들어왔으며, 중국 해군은 영국 측에 떠나라고 경고했다"며 "영국 해군의 이런 행동은 관련 중국법뿐 아니라 국제법을 어긴 것이다. 중국의 주권도 침해했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은 이에 강력히 반대하고 영국 측에 불만을 강하게 표현했다"며 "중국은 영국에 두 나라 간 관계, 평화와 안정을 지키고 싶으면 즉시 도발을 멈추라고 강력히 촉구했다"고 했다. 또 "중국은 중국의 주권과 안보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영국 해군 대변인은 "‘항행의 자유(FONOP)’와 국제법에 따라 항해한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주장대로 중국 해상에 침입한 것도 아니며, 국제법을 어긴 것도 아니라는 뜻이다.

로이터 통신은 "이번 사건은 중국과 영국 간 관계가 ‘미묘한 시기’에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앞서 2015년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영국을 방문했을 때, 데이비드 캐머런 당시 영국 총리는 영국과 중국이 ‘황금시대’를 맞았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영국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하면서 두 나라의 관계는 예전만 못해졌다. 제러미 헌트 영국 외무장관은 지난 7월 브렉시트 이후 영국과 중국 간 무역 강화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방중(訪中)하기도 했다.

조선일보

남중국해 파라셀 군도는 중국이 베트남·대만·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국가들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지역이다. 남중국해는 세계 해양 물류의 절반 가까이가 통과하는 해로(海路)로, 매년 약 3조달러(약 3370조원)에 달하는 선박 무역이 오가는 곳이다. 중국은 파라셀 군도에 인공 활주로와 인공섬 등을 조성하면서 영유권을 주장하는 다른 나라들과 심각한 갈등을 겪어왔다.

이에 반해 미국은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남중국해 인공섬과 암초 등 주변 12해리 안으로 미군 군함을 보내는 이른바 ‘항행의 자유 작전’을 펼치고 있다. 올 6월 영국과 프랑스가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 작전 동참을 선언하자 중국군은 "감히 우리 문전(門前)에서 도발한다면 엄중히 좋지 못한 결과를 각오해야 할 것"이라며 위협했다.

[이다비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