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3 (화)

[친절한 경제] "아동수당 상위 10% 배제" 주장한 국회의원이 사과한 사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SB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앵커>

생활 속 친절한 경제, 오늘(6일)은 권애리 기자와 함께합니다. 권 기자, 어서 오세요. (안녕하세요.) 이번 달부터 아동수당이 10만 원씩 지원이 되는데 소득 상위 10% 가정을 제외한 걸 두고 결정 과정에 참여했던 국회의원이 실수를 했다. 이런 얘기를 공개적으로 해서 눈길을 끌고 있죠?

<기자>

네, 지난해 예산 심의에 참여했던 이용호 의원 얘기인데요, 워낙 흔치 않은 일이라서 화제가 많이 됐습니다. 여기서는 아동수당의 어떤 면 때문에 이런 얘기까지 나오게 됐는지 좀 자세히 뜯어볼까 합니다.

아동수당은 6살 미만의 아이들에게 10만 원씩 주는 제도죠. 그런데 지난해 아동수당법을 통과시키면서, 그러면 고소득자의 아이들에게도 이걸 줘야 하느냐 하는 의견이 나왔던 겁니다.

논의되다가 부모의 소득이랑 재산이 우리나라 2인 가구 이상의 상위 10%보다 높으면 주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 기준이 올해는 아이까지 3인 가구면 월 1천170만 원, 4인 가구면 1천436만 원입니다.

이건 매달 소득뿐만 아니라 부모의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한 금액까지 합친 건데 아무튼 이 이상이 넘으면 안 된다고 봤던 거죠.

<앵커>

그런데 이 이상 넘으면 안 된다고 본 것 자체가 실수다. 이렇게 이유기 나오는 얘기는 이유는 어떤 이유에서인가요?

<기자>

소득 상위 10%를 선별을 하는데 비용이 들어갑니다. 이걸 보건사회연구원이 따져봤습니다. 일단 소득조사에 들어가는 지자체 인건비, 그리고 부모들의 재산, 그러니까 금융상태, 통장 같은 걸 조사해서 알리는 비용, 이런 것들을 다 돈으로 환산해서 추산을 했는데 첫해인 올해는 최대 1천600억 원까지 든다고 나왔습니다.

내년부터도 그렇게 많이 줄지가 않습니다. 해마다 1천억 원 정도씩은 계속 들 걸로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선별을 하지 않고 그냥 모든 아이들에게 수당을 준다고 치면 돈이 훨씬 적게 듭니다. 고소득이라서 제외될 가정이 올해 9만 가구 정도로 추산됐는데요, 이 집들에 10만 원씩 다 줘도 90억 원이잖아요.

그리고 이 집들이 모두 두 자녀씩 있다고 쳐서 180억 원으로 올려봐도 역시 1천억 원보다는 훨씬 적죠. 그야말로 배보다 배꼽이 훨씬 더 큰 상황이 일단 올해는 벌어지게 됐습니다.

조사는 올해 지금까지 조사해달라고 신청한 집만 거의 대상자의 거의 90% 가까이 됩니다. 그래서 200만 가구가 넘는데 이 조사를 다 해서 정작 배제할 집은 몇 집 안 되다 보니까 이런 역전현상이 발생하게 된 겁니다.

<앵커>

그래서 이참에 소득 기준을 좀 더 강화해서 저소득 가정에 좀 더 많이 주면 어떠냐, 이런 얘기도 나오는 것 같더라고요.

<기자>

그런 얘기가 최근에 좀, 어제 많이 나왔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좀 생각해 볼 게 많은데요, 일단 저소득층에 양육비를 지원하는 제도는 지금도 따로 있습니다. 아동수당은 중산층 이상도 웬만하면 다 주겠다고 하는 개념이 조금 다른 돈입니다.

그런데 이런 식의 아동수당이 없던 나라는 지난해까지 OECD 가입국 중에서 우리나라 포함해서 딱 4개뿐이었습니다. 나머지 31개 나라는 다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소득에 따라서 차등을 두는 나라는 10개가 안 됩니다.

금액이나 지급이 중단되는 아동의 연령도 우리보다 보통 훨씬 높습니다. 18살 정도까지 주는 나라들도 적지 않거든요.

이거는 아동수당을 저출산 정책, 미래에 대한 투자로 보기 때문인 겁니다. 그럼 이렇게 모두에게 아동수당을 주면 과연 저출산의 효과가 어떤가 이게 중요하잖아요.

이건 사실 의견이 분분하긴 합니다. 나라마다 주는 돈과 중단 연령, 같이 병행하는 정책 따라서 차이도 보이는데요, 그래도 일단은 그냥 다 주는 게 소수를 선별해서 안 주는 제도를 짜는 것보다는 장기적으로 저출산을 타개하는데 효과가 더 있더라는 게 오랫동안 실시해 온 나라들에서 나오고 있는 얘기입니다.

그리고 더 현실적인 문제도 하나 있습니다. 지금 노년층의 소득 상위 30%까지 안 주는 기초연금은 새로 노인에 진입한 사람을 한 번 조사하면 앞으로 또 조사할 일이 별로 없습니다.

그런데 아동수당은 젊은 부부들이 받기 때문에 소득이 앞으로도 계속 변할 거잖아요. 새로 아이를 낳는 가정뿐만 아니라, 기존에 받는 사람도 계속 조사해야 할 경우가 많은 겁니다. 그래서 내년에도 1천억 원이 든다는 거고요.

반면에 정작 수당 자체의 비용은 지금 신생아가 워낙 적고, 그리고 일정 나이가 지나면 지급을 중단하잖아요. 그러니까 해마다 비용이 부쩍부쩍 늘어날 거다. 이런 일이 지금으로서는 별로 기대할 수 없는 겁니다.

벌써 국회에서 개정안이 나올 움직임이 보이는데요, 저출산 문제를 심각하게 본다면 아동수당이 아직 우리에겐 낯선 개념이긴 하지만, 왜 준다고 했고, 그리고 왜 첫 시행도 하기 전에 "아, 역시 이것은 보편적인 복지가 낫겠어."라고 반성문도 나왔는지 이런 면에서 또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 내가 보낸 영상이 SBS 뉴스로! 제보하기 '클릭'
☞ [아시안게임 특집 뉴스] 생생 경기 하이라이트 보러 가기!
※ ⓒ SBS & SBS Digital News Lab. : 무단복제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