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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IF] 9만년 전 인종간 혼혈 소녀의 화석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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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만 년 전 러시아 알타이산맥의 한 동굴에 살았던 한 소녀가 인류의 먼 조상인 네안데르탈인(Neanderthal)과 데니소바인(Denisovan) 사이에서 태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두 인류는 3만~4만년 전 멸종했다. 과거에도 서로 다른 인류 조상 종(種) 사이에 피를 나눈 흔적이 발견됐지만, 두 인류 종 사이에 태어난 1세대가 발견된 것은 처음이다.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 연구소의 스반테 파보 박사 연구진은 지난 23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러시아 데니소바 동굴에서 발굴한 뼈 화석의 DNA를 분석한 결과, 네안데르탈인 어머니와 데니소바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13세 소녀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 소녀에게 '데니(Denny)'란 이름을 붙였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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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생 인류의 직계 조상은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이다. 호모 사피엔스는 6만년 전부터 아프리카를 떠나 유럽으로 이주하기 시작했다. 당시 유럽에는 이미 40만년 전 아프리카를 떠나온 네안데르탈인이 정착해 있었다. 동쪽 아시아는 데니소바인의 땅이었다. 데니소바 동굴에서 발굴된 이 원시 인류는 8만년 전부터 아시아와 오세아니아, 멜라네시아에서 살기 시작했다.

연구진은 데니소바 동굴에서 발굴한 1~2㎝ 크기의 뼛조각에서 DNA를 추출해 분석했다. 40%는 네안데르탈인, 40%는 데니소바인의 DNA와 일치했다. 물론 소녀의 부모가 이미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의 혼혈 자손이라도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다. 하지만 뼛조각의 DNA는 한 벌은 데니소바, 다른 쪽은 네안데르탈인으로 정확히 나뉘어 두 인류가 각각 DNA를 절반씩 물려준 부모임을 입증했다.

또한 미토콘드리아 DNA가 네안데르탈인과 일치해 소녀의 어머니가 네안데르탈인, 아버지는 데니소바인으로 확인됐다. 세포핵밖에 있는 에너지 생성기관인 미토콘드리아도 DNA를 갖고 있는데, 이는 오직 난자에서 유래한다. 즉 모계(母系)로만 유전되는 것이다.

인류 조상 종 간의 만남은 드문 일이 아니다. 오늘날 인류의 DNA에도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가 남아 있으며, 4만5000년 전 파푸아뉴기니에 정착한 호모 사피엔스는 데니소바인의 DNA를 갖고 있었다. 스반테 파보 박사는 "유럽의 네안데르탈인과 아시아의 데니소바인은 경계지역에서 종종 만났을 것"이라며 "결국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은 호모 사피엔스에 의해 멸종했다기보다는 현생 인류에 흡수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yw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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