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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IF] 몸집 큰데도 암에 잘 안걸리는 코끼리… 미스터리 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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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가 커다란 몸집에도 불구하고 유독 암에 잘 걸리지 않는 것은 진화 과정에서 몸집이 커질 때 그동안 기능을 하지 않던 항암 유전자가 깨어났기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유전자는 손상된 세포를 자살로 이끌어 암이 발생하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과학자들은 이번 연구 결과가 암 연구와 항암제 개발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 시카고대 빈센트 린치 교수는 지난 14일 국제학술지 '셀 리포트'에 "5900만 년 전 코끼리 조상의 몸집이 크게 진화했을 때 손상된 세포를 공격하는 LIF(백혈병 억제 인자)6 유전자가 다시 작동하면서 암을 차단했다"고 밝혔다.

코끼리는 몸무게가 8t까지 나가 사람의 100배를 넘는다. 몸집이 클수록 세포도 많고 그만큼 돌연변이가 생겨 암이 발생할 가능성도 크다. 하지만 사람은 암으로 죽는 비율이 11~25%나 되지만 코끼리는 5%도 되지 않아 과학계의 미스터리였다. 린치 교수는 2015년 인간은 p53 항암 유전자가 한 벌이지만, 코끼리는 20벌임을 밝혀냈다.

연구진은 이번에는 사람을 비롯한 대부분의 동물은 LIF가 한 벌밖에 없지만 코끼리는 10벌이나 갖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특히 다른 동물에서는 LIF가 아무런 기능을 하지 않고 잠복 상태로 있지만 유독 코끼리에게서만 기능을 한다. 연구진은 코끼리에서 LIF가 10벌로 늘어날 때 스위치 역할을 하는 부분이 LIF6에 새로 추가됐다고 설명했다. 이 스위치는 항암 유전자로 잘 알려진 p53 유전자의 신호를 받아 작동한다.

실제로 연구진이 코끼리 세포에 손상을 주는 화학물질을 처리하자 LIF6 유전자의 활성이 8배나 증가했다. 하지만 p53 유전자를 차단하면 아무런 기능을 하지 않았다. 연구진은 LIF6 유전자가 손상된 세포에서 에너지 생성 기관인 미토콘드리아에 구멍을 내 죽음으로 이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서 코끼리와 같은 조상을 가진 마스토돈과 매머드 화석에서도 LIF6 유전자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yw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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