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찹쌀이 영양 좋으니 잘 먹어야해" 99세 노모의 77세 북측 딸 걱정

댓글 2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이산가족, 눈물의 작별상봉

한신자 할머니 "너희 행복하게 살게 해달라고 기도했어"

애주가 이기순 옹, 북측 아들과 처음이자 마지막 '소주 한잔'

김춘식 할아버지는 동생들에 "오래 살아야 다시 만날 수 있다"

서로 주소와 일가친척 이름 알려주며 마지막 식사

공동취재단·CBS노컷뉴스 황영찬 기자

노컷뉴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첫날인 20일 오후 고성 금강산면회소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남측 한신자(99) 할머니가 북측에서 온 딸 김경실(72)할머니를 보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남북 이산가족들은 상봉 마지막날인 22일 작별상봉을 진행하며 아쉬움의 눈물을 흘렸고 끝까지 서로의 건강을 걱정했다.

북측의 딸을 만난 한신자(99) 할머니는 가장 걱정되는 것이 딸들의 건강이다. 노모는 77세, 71세가 된 딸들에게 "찹쌀 같은 것이 영양이 좋으니 그런 걸 잘 먹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 할머니는 "내가 너희들 행복하게 살게 해달라고 기도를 했다. 그거 너희가 알아야 한다. 너희들이 낳았을 손자 손녀도 잘살게 해달라고 기도한다"고 말하자 두 딸은 울먹이기 시작했다.

북측 아들을 만나면 가장 먼저 "너도 술 좋아하냐"고 묻고 싶었다는 애주가 이기순(91) 할아버지는 집에서 가져온 소주 한병을 상봉장에 꺼내 놓고 자기 옆에 나란히 앉은 아들에게 따라줬다.

아들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나누는 소주, 이 할아버지는 아무말 없이 소주를 들이키면서 테이블에 놓인 사과를 아들 앞에 밀어줬다.

남측의 오빠 김춘식(80) 할아버지가 상봉장에 들어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던 북측의 춘실(77)·춘녀(71) 자매는 오빠의 모습이 보이자 마자 울기 시작했다.

김 할아버지도 자리에 앉자마자 주르륵 눈물을 쏟아냈다. 서로 아무말 없이 눈물만 보이던 남매. 김 할아버지는 짧게 "오래 살아야 다시 만날 수 있어"라며 동생들을 위로하고 다음을 기약했다.

북측 여동생을 만난 신재천(92) 할아버지도 동생에게 약과를 건네주며 "우리집에 데리고 가서 먹이고 살도 찌우고 싶은데"라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동생 신금순 씨는 "개성에서 김포 금방이다. 빨리 통일이 돼야 돼"라고 답했다.

상봉 첫날 아들 리상철씨의 이름을 부르며 온몸으로 아들을 끌어 안았던 이금섬(92)할머니는 오늘도 아들의 손을 놓지 않고 얼굴을 어루만지며 대화를 이어갔다.

남측 가족들은 자신이 타고 내려갈 버스의 번호와 좌석 위치를 알려주며 "내가 이따 손을 흔들거다"라고 말해주기도 했다.

이산가족들은 당장은 갈 수 없지만 서로의 주소와 연락처를 교환하고, 만나지 못한 일가친척들의 이름과 나이를 서로에게 적어줬다.

북측 보장성원들은 테이블마다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어주기도 했다. 찍힌 사진은 북측 가족들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이산가족들은 마지막 점심식사를 함께한 뒤, 다시 기약없는 이별을 하게 된다.

저작권자 © CBS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