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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징벌적 손해배상’ 논의 급물살…BMW차주들 적용은 힘들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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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적 피해’ 없으면 배상 불가능

배상액 5배상향 입법개정 논의도

BMW 화재 피해가 잇따르면서 실제 손해액보다 더 많은 배상액을 인정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도입 논의가 활발하다.

22일 법무법인 바른에 따르면 BMW 차량 소유주들은 화재가 발생한 차량의 경우 2000만 원, 미발생 차량은 500만 원을 우선 청구금액으로 잡았다. 소송 경과를 보며 청구금액을 올릴 계획이다. 정신적 피해에 따른 위자료나 중고차 가격 하락분 외에 차를 몰고 다니지 못하는 손해를 산정한 '운행이익 상실' 비용을 청구했는데, 이 주장이 받아들여질 지도 중요한 쟁점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지난해 4월 제조물책임법에 도입됐다. 판매된 물건에 하자가 생겨 손해를 배상할 경우 실손해만 물어준다면 판매자 입장에서는 ‘문제가 생겨도 본전‘인 셈이어서 부당하다. 입증된 손해보다 더 큰 배상책임을 지워 사전에 사회적 위험을 줄이자는 취지의 제도다.

하지만 BMW 소유주들이 징벌적 손해배상제 적용을 받기는 어렵다. 현행법상 징벌적 손해배상은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 한해 이뤄지기 때문이다.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처럼 직접적인 신체피해가 입증돼야 하고, 단순히 차량 전소로 인한 손해나 정신적 피해만으로는 이 요건을 충족하기가 어렵다. 징벌적 손해배상을 받더라도 제조사 측의 고의성이 얼마나 있었는지, 하자있는 물건을 공급한 제조사가 얼마나 이익을 봤는지, 공급이 지속된 기간이나 규모 등을 따져 3배 이내의 범위에서 배상액을 정한다. 해외처럼 수십~수백 배의 배상을 받기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소송을 낸 차주들이 승소할 경우 받게 될 금액은 감가상각이 반영된 차량 가액과 정신적 피해에 따른 위자료 정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제도 불균형은 실제 소비자에 대한 차등대우로 이어지기도 한다.

국회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징벌적 손해배상 인정 요건을 완화하고, 배상액 상한을 올리자는 입법 논의가 활발하다.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 등 10명은 제조물의 결함을 알 수 있었던 상황이었는데도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경우 징벌적 배상책임을 지우고, 한도를 현행 3배에서 5배로 상향 조정하는 제조물책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기존의 ‘생명 또는 신체’ 외에 ‘재산’에 대한 손해가 발생한 경우도 가중 배상 요건을 인정하도록 했다.

법조계에서는 제조물책임법을 벗어나 민법 전반에 대한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지역의 한 부장판사는 “실제 효과가 있으려면 제조물 책임법이 아닌 민법에 징벌적 손해배상 조항을 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민법이 같은 취지로 개정되면 BMW 차량 가액 뿐만이 아니라 정신적 피해, 불이 옮겨붙으면서 발생한 다른 물건에 대한 손해에 대해서도 지금보다 훨씬 고액의 배상금을 물릴 수 있다.

하지만 지나치게 많은 배상금을 인정하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은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자는 것이고, 특정 소비자에게 금전적 혜택을 주기 위한 제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좌영길 기자/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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