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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프리즘] 기무사개혁과 방산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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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기무사가 해체됐다고 끝인 줄 아세요? 기무사 출신 임원들이 방산업체에 그렇게 많다던데…”

이렇게 시작된 현역 군인 A씨의 ‘기무사 방위산업체 장악설’은 한참 동안 이어졌다. 그러나 심증만 있었지, 구체적 물증은 없었다. 그는 전직 기무사 출신 군인들이 방위산업체에 취업해 방위산업체의 이익을 위해 일하고 있다며 기무사 개혁보다 전직 기무사 출신 군인들이 몸담고 있는 방산업계에서 더 큰 개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사실이 그 전에는 문제가 되지 않았을까. A씨는 기무사가 군과 방산업체의 비리 정황 등을 수사하는 입장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방산비리를 찾아내고 주범을 잡아내야 할 기무사가 방산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면 누가 잡아낼 수 있겠느냐는 논리였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라는 것이다. 전직 기무사 출신 군인들이 전역 후 방산업체에 몸담으며 방산업체의 이익을 위해 일할 경우 현 기무사 요원들과의 인적 네트워크가 작용해 기무사의 감시망을 피할 수 있다는 것. 하지만 군 내부에서는 방산비리를 문제삼는 외부의 시각에 대해 엄청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더 이상 방산비리 음모론에 귀를 기울이기 어려운 이유다.

군과 방산업체 관계자들은 지금까지 방산비리라고 지목한 많은 사업들이 정말 방산비리로 드러난 경우가 얼마나 되느냐고 반문하고 있다.

한 방산업체 관계자 B씨는 “사업과정에서 협력업체의 실수로 수천만원의 수익을 불법적으로 냈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걸 방산비리라고 공격하더라”라며 “결국 그것 때문에 위법사항을 지적받아 수십억원이 넘는 손해를 보게 생겼다. 과연 누가 수천만원의 수익을 얻기 위해 이런 짓을 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방위산업에 투입되는 예산 규모는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에 이른다. 여기서 수십억원이나 수백억원 규모의 부정이 이뤄지고 있을 거라는 세간의 의심은 여전히 팽배하다.

정부는 이런 세간의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여전히 방산비리 대응 방안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청와대에서 전군주요지휘관회의를 열고 방산비리에 대해 “국민을 배신한 중대한 이적 행위”라고 다시 한 번 지적했다. 방산비리에 대한 국민적 의혹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만큼 대통령이 직접 나서 추가적인 방위산업 근절 드라이브를 건 것으로 풀이된다.

그 직후인 이달초 방위사업청은 방산비리 근절을 위한 강도 높은 개혁안을 실제로 내놨다.

방사청은 방위사업 과정에서 뇌물수수와 시험성적서 위변조 등 악성비리가 적발되면 1.5배 가중처벌하고, 비리 공직자 징계 유예나 감경은 엄격히 금지한다고 밝혔다. 국민의 의혹, 방산업체의 억울함, 정부의 방산업체 척결 의지가 공존하면서 당분간 방산비리 문제는 뜨거운 감자로 남을 전망이다. 지금까지 1년 넘게 이어온 방산비리 관련 수사가 뚜렷한 결론을 내지 않을 경우 시간이 갈수록 방산비리의 부정적 영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 시점에서 ‘기무사 방위산업체 장악설’을 주장한 A씨, 방산비리 과다 지적을 주장한 방산업체 B씨, 방산개혁 드라이브를 다시 한 번 천명한 정부 측 입장이 과연 어디에서 절충될지 주목된다.

soo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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