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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분수에 몸 담그고 성기 노출까지…이탈리아에 번지는 관광객 혐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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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경찰 “불법, 충격적 행동”…남성 관광객들 공개 수배

콜로세움 벽에 낙서, 트레비 분수 앞 난투극까지 ‘진상’ 백태

분수의 도시 이탈리아가 관광객들의 도를 넘은 행동 탓에 몸살을 앓고 있다. 셀피(자기 사진 찍기) 명당을 놓고 난투극을 벌이는가 하면 사실상 나체 상태로 분수에 들어가 진상을 부리는 관광객까지 생기면서다.

2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로마 경찰은 최근 국보급 유적인 ‘조국의 제단’ 분수에 들어가 추태를 부린 남성 관광객들을 공개 수배했다.

조국의 제단은 통일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사보이 왕가의 왕 비토리오 엠마누엘레 2세에 헌정하기 위해 건설된 공간이다. 1차 세계대전 등에서 목숨을 바친 무명용사들이 묻혀 있는 곳이기도 하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19일 오후 영어를 쓰는 이 관광객 일행은 10분가량 분수에 옷을 벗고 들어가 물장구를 치고 음료수를 마시는가 하면 걸치고 있던 속옷을 내려 성기까지 노출하는 행동을 일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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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로마 ‘조국의 제단’ 분수에 옷을 벗고 들어가 추태를 부리고 있는 관광객들. [ANSA통신]


이들의 모습은 당시 인근에 있던 러시아인 관광 가이드의 카메라에 담겼다. 이 가이드는 “이들을 저지하기 위해 현장에 온 경찰이나 시 당국자는 없었다”고 말했다.

로마 경찰 측은 관광객들의 행동이 터무니없고, 심각한 불쾌감을 줬다는 내용의 성명을 밝히면서 로마 주재 외국 공관들에 “불법적이고 충격적인 행동”을 적발하는 데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등에서는 이 관광객들이 영국인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이들은 적발될 경우 최소 400 유로(약 51만원)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 사진이 소셜미디어상에서 빠르게 퍼지면서 로마 시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한 남성은 온라인에 “영국인들은 항상 말썽을 부리고, 다른 사람의 관심을 끌려고 한다”고 비난했다.

현지 언론들도 이 사건을 두고 “이탈리아의 유산에 대한 또 다른 공격”이라고 지적했다. 이탈리아 마테오살비니 내무장관 겸 부총리는 이 관광객들의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면서 “이들이 잡힌다면 나는 어떻게 이 바보들을 교육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며 “이탈리아는 그들의 목욕탕이 아니다”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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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로마 ‘트레비분수’ 앞에서 두 여성 관광객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영국 데일리메일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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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일은 끊이지 않고 있다. 앞서 지난 8일에는 로마의 명물인 트레비 분수에서 셀피 명당을 차지하기 위해 여성 관광객 간 난투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19세의 네덜란드 여성과 44세의 이탈리아계 미국 여성은 셀피 장소로 같은 자리를 점찍은 뒤 말싸움을 벌이다 감정이 격앙돼 서로의 뺨을 때리는가 하면 주먹까지 날리는 등 추태를 연출했다. 급기야 가족들까지 이 싸움에 동원됐고 총 8명이 연루된 집단싸움으로 번졌다. 이 싸움은 경찰 4명이 출동한 뒤에야 끝났다.

지난 2014년에는 로마의 유명 유적인 콜로세움 벽에 자신의 이름 첫 글자를 새겨넣은 40대 러시아 관광객이 약 2700만원가량의 벌금을 물기도 했다. 그는 콜로세움 1층 내부 벽에 날카로운 돌로 가로 17㎝, 세로 25㎝ 크기로 커다랗게 이니셜 ‘K’를 새기다 적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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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로마 콜로세움.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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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물의 도시인 베니스에서도 진상 관광객들로 골머리를 앓았다. 속옷만 입은 채 운하로 뛰어들고, 수영복 차림에 물놀이를 즐기는가 하면 아예 목욕을 하고 소변을 보는 이들도 있었다. 거리에는 “관광객은 꺼지라”는 격한 문구까지 내걸렸고, 지난해 주요 시내 관광지에는 공중도덕 지킴이까지 투입됐다. 베니스 시당국은 관광객 수를 조절하기 위해 도시 입장료를 걷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로마 시는 분수에 들어가거나 신체의 일부를 담그는 등 무례한 행위를 하는 사람들에게 벌금을 물리고 있지만, 행위를 막는 데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문화재 주변 CCTV 설치를 확대하고 출입을 통제하는 차단장치를 도입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관광객들이 늘 몰려드는 트레비 분수 주변에는 아예 일방통행 식으로 관광객들을 통제하며 오래 머물지 않고 잠시 지나가면서 구경하도록 하는 방안까지 고심하고 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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