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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냄비 속 개구리같다" 지지율 40% 붕괴에 속타는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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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민주당을 보면 꼭 냄비 속 개구리 같아요.”


더불어민주당에서 10여년간 일해 온 내부 관계자의 말이다. 그는 현재 민주당 상황을 끓는 물 안에서 천천히 죽어가는 개구리(boiling frog)에 빗댔다. 이어 “당 지지율이 단번에 급락하면 깜짝 놀라 대응하겠지만, 매주 1~2%포인트씩 하락하다 보니 위험 정도를 체감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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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와 홍영표 원내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나란히 앉아있다. 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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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말대로 민주당 지지율은 하락 추세다.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지난 13∼17일 2007명에게 설문한 결과(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2%p) 민주당은 정당 지지도에서 39.6%로 3주 연속 하락했다.

7월 넷째 주 44.0%에서 42.8%(8월 1주)→40.6%(8월 2주)→39.6%(8월 3주)로 매주 1~2%p씩 떨어지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민주당이 주도적으로 정책을 풀어간다는 인식을 심어주지 못한 점을 지적한다. 청와대에 종속돼 있다는 인상을 주기에 지지율도 묶여서 간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6월 2주 75.9%→8월 2주 56.3%)과 민주당 지지율 하락은 동반 추세를 보인다.

가상준 단국대 교수(정치외교학)는 “민주당이 어떻게 나아갈지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대통령과의 관계만 강조하고 있다”며 “당 지지율이 앞으로도 한동안 오르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특히 당의 가장 큰 축제인 전당대회를 치르는 동안 당 지지율이 떨어지는 일은 드문 경우다. 당권 주자들의 유세와 이에 대한 보도로 당이 언론에 자주 노출되고 공약에 대한 조망도 많아져 지지율이 오르는 게 정상이다. 이를 ‘컨벤션 효과’라고 부르는데 민주당의 경우는 전당대회를 하면서 오히려 지지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지지율 1위 정당을 밀어주자”는 밴드왜건 효과(다수 분위기에 편승)도 잘 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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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김진표·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후보(왼쪽부터)가 8월 12일 경북 안동시 성곡동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경북도당 정기대의원대회 및 당대표·최고위원 후보 합동연설회’에 참석해 연설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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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민주당은 ‘마(魔)의 40%’가 붕괴했다는 점에 주목하며 대응 방안에 고심하고 있다. 이 수치는 여론의 힘으로 정책 등을 밀어붙일 수 있는 지지율의 심리적 저항선으로 평가된다. 민주당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대선 이후 처음이다.

민주당 전당대회가 ‘그들만의 리그’가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외교학)는 “당권 주자들이 보수 정부 적폐청산 등에 집중하다 보니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며 “민생을 위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정책 경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19일 열린 고용 해결을 위한 당ㆍ정ㆍ청 회의를 예로 들며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동연 경제부총리 얘기만 있고 당은 안 보였다”고 지적했다.

전당대회 ‘룰’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전체 투표권자 중 일반 국민의 비중이 10%에 불과하고 90%는 대의원(45%), 권리당원(40%), 일반당원(5%) 등 민주당 구성원들로 채워지기 때문이다.

선거의 승부를 진성 당원이 좌우하는 구성이어서 당 대표 후보들이 전체 국민을 위한 공약보다는 열성 지지층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당권 주자들이 ‘문심’을 강조하고 야당을 향해서도 투쟁적인 발언을 해 선명성 경쟁을 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현일훈ㆍ윤성민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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