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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이웅희의 야담농담] 잘못된 대표팀의 '박지수 바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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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한국 여자 농구 대표팀이 박지수의 합류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제공 | WKBL



[스포츠서울 이웅희기자] 국내 여자농구 최장신 센터 박지수(20·라스베이거스)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농구 단일팀에 결국 합류한다. 오매불망 박지수만 기다리던 단일팀에 단비가 되겠지만 선수 입장에선 자칫 부상과 컨디션 난조 등의 부작용도 우려된다.

이문규 감독이 이끄는 단일팀은 지난 15일 인도네시아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108-40 완승을 거뒀지만 지난 17일 대만전에선 85-87로 석패했다. 단일팀 최장신인 북한의 로숙영(182㎝)은 변함없는 활약을 펼쳤지만 대만의 196㎝ 장신 센터 바오시러의 높은 벽에 고전했다. 196㎝의 박지수가 생각난 경기였다. 그래도 단일팀은 21일 카자흐스탄전 완승으로 조 2위를 확정하며 8강에 올라갔다. 박지수는 이르면 오는 26일 8강전에, 늦으면 오는 30일 4강전부터 태극마크를 달고 뛰게 될 예정이다.

문제는 박지수가 온전히 혼자 짊어질 부담이다. 단일팀 구성 당시 대한민국농구협회와 이 감독은 격전지인 인도네시아로 떠나기 전까지도 박지수 때문에 최종 엔트리 12명 중 한 자리를 비워놓았다. 그런데 미여자프로농구(WNBA)에서 뛰던 박지수는 지난 20일에야 소속팀의 모든 경기를 마쳤다. 그나마 소속팀이 플레이오프(PO)에 올라가지 못하면서 극적으로 대표팀 유니폼을 입게 됐다. 라스베이거스가 PO에 진출했다면 박지수의 대표팀 합류도 쉽지 않았다. 박지수는 WNBA 데뷔 시즌을 소화하고 인도네시아로 향한다. 생소한 환경에서 풀시즌을 치르고 장거리 비행 후 시차적응까지 다시 해야 한다. 심리적, 체력적으로 피로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부상 위험이 다른 선수에 비해 높을 수밖에 없다.

박지수에게 대표팀 합류를 강요하는 듯한 모양새도 좋진 않았다. 박지수는 새로운 도전을 위해 미국으로 떠나기 전 대표팀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런데 이 감독은 박지수의 대표팀 발탁 당시 부정적인 여론에 대해 “대표팀에 뽑아 박지수의 앞날이 걱정이라는 말은 상당히 불쾌하다”며 날을 세웠고 “오려면 최대한 빨리 오고 못 오면 못 온다고 말을 해줘야 한다. 박지수 자신이 먼저 출전 여부를 밝혀야 우리도 포기를 한다. 감독 입장에서는 찝찝하다”고 말했다. 당시 박지수의 소속팀은 PO 진출을 다투고 있어 확답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박지수의 대표팀 합류에도 고민은 있다. 8강 진출 확정 뒤 이 감독은 “박지수가 합류하면 기존 선수들과 어떤 식으로 호흡을 맞추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수비 형태와 작전을 바꿔야 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잘 준비해 좋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훌륭한 카드가 1장 더 생겼지만 조직력을 끌어올리고 있는 상황이라 걱정인 것이다.

지금의 박지수는 대만의 바오시러처럼 190㎝ 이상의 큰 선수를 수비할 때만 투입해 컨디션을 끌어올리며 활용하는 게 적절해 보인다. 당장 많은 시간을 뛰게 하기에 부담이 많다. ‘박지수 바라기’가 단일팀에도, 선수 본인에게도 무리수가 되지 않길 바란다.
이 iaspir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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