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부자들, 달러 자산 늘리고… 강남 아파트 사들인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부자라고 다 같은 부자는 아닙니다. 똑같은 돈을 벌어도 시장의 흐름과 투자의 원칙을 이해하는 이들만 점점 더 큰 부자가 됩니다."

지난 16일 서울 역삼동 사무실에서 만난 박승안 우리은행 투체어스 강남센터장은 "강남 부자들도 제각기 투자 성향은 다르지만, 커다란 경제 흐름과 새로운 투자처를 끊임없이 탐색하고 공부한다는 점만큼은 같다"고 말했다. 박 센터장은 서울 강남에서만 15년 넘게 '부자 고객'들의 자산을 전담 관리해온 스타 PB(프라이빗 뱅커)다. 박찬호, 박지성 등 스포츠 스타들의 PB로도 이름을 널리 알렸다. 그에게 요즘 강남 부자들이 모이는 투자처, 반드시 지키는 투자 원칙 등을 물어봤다. "부자들은 좋을 때는 절대 서두르지 않고 웅크리고 있습니다. 오히려 위기가 왔을 때 기회를 잽싸게 낚지요."

◇부자들 "달러 자산·강남 부동산"

요즘 부자들은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해외 자산 비중을 점차 늘리고 있다. 특히 미국 달러 자산을 늘리는 추세다.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 시장은 지지부진한 데 미국 경기는 '나 홀로' 호황세를 보이고 있으니, 국내 투자는 주춤한 대신 달러 자체를 사들이거나 미국 주식, 채권 등에 투자한다는 것이다.

조선비즈

박승안 우리은행 투체어스 강남센터장은 지난 16일 서울 역삼동 사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요즘 강남 부자들은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미 달러 등 해외 자산 비중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지지부진한 국내 시장의 투자 비중은 줄이고, 꾸준히 호황세를 보이는 미국의 주식, 채권에 투자하거나 달러를 사모은다는 것이다. /김연정 객원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박 센터장은 "최대 50%에 달하는 상속세나 증여세 등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줄 때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는 게 부자들의 가장 큰 과제인데, 환율 변동에 따라 달러가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달러 가치가 낮아졌을 때 자녀에게 달러 자산을 증여하면 증여세를 상대적으로 적게 낼 수 있고, 이후 달러 가치가 오르면 자산 가치도 덩달아 상승한다는 것이다. 자녀가 해외에서 유학하거나 거주하고 있는 경우에는 달러에 투자하는 경향이 더욱 강하다.

부동산 투자의 경우 강남 집중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박 센터장은 "오를 때는 강북이나 지방보다 더 빨리 많이 오르고, 내릴 때는 덜 내리기 때문"이라며 "강북에서는 마포·용산 등 특정 지역에만 투자 수요가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위기 때 과감한 투자로 돌파

박 센터장은 "부자 중에서도 자수성가형 중소·중견기업 오너들이 재테크를 제일 잘한다"고 말했다. 산전수전 겪으며 사업을 꾸려온 경험 덕분에 어떤 투자든 위험 부담이 따른다는 사실을 잘 이해하고 있다. 사회 이슈나 시장의 큰 흐름을 꿰고 있는 데다 새로운 투자 트렌드를 꾸준히 탐색하기 때문에, 괜찮은 투자 기회를 잘 잡고, 위기에도 발 빠르게 대처한다.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이 당연하다. 박 센터장은 "투자할 회사나 부동산, 시장을 완벽히 파악해 확신을 가지고 투자해야 수익도 확실하게 난다"고 말했다.

위기가 왔을 때 과감하게 투자하는 것도 성공하는 부자들의 공통점이다. 진짜 부자들은 1997년 IMF 위기나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왔을 때, 가치가 폭락한 부동산을 거저 줍다시피 샀다고 했다. 그동안 관심 있는 부동산 매물을 꾸준히 지켜보며 적절한 투자 시점을 기다렸을 뿐 아니라, 위기 상황에도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정도로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해왔다는 의미다. 그 부동산들은 모두 10년도 안 돼 2~3배씩 올랐다. 박 센터장은 "위기 때는 다들 어려움을 겪을 것 같지만, 버티는 사람은 오히려 더 큰 부를 축적한다"고 말했다.

◇"부자도 노후 대비가 우선"

박 센터장은 "부자들이 제일 싫어하는 것은 불확실성과 세금"이라고 했다. 더 벌기보다는 지금껏 쌓은 부를 유지하는 것이 먼저라는 부자들이 대부분이다. 예컨대 대박 난 벤처 사업가나 일약 스타덤에 오른 연예인·스포츠 선수들은 우선 장기적인 소득을 보장할 수 있는 대책부터 마련한다. 갑작스럽게 큰 부를 축적한 반면, 앞으로도 안정적인 소득을 벌어들일 것이라는 기대는 낮기 때문이다. 부동산에 투자해 임대 소득을 얻거나 개인연금을 비축해 놓는 것이다. 그러고도 남는 여유 자금이 있을 때에야, 벤처기업이나 주식 투자 등 좀 더 공격적인 투자를 시도한다. 60~70대 이상 부자들 역시 미래 기대 소득이 적기 때문에 위험 투자에 소극적이다.

박 센터장은 "한꺼번에 수십억원 스톡옵션을 받은 벤처 사업가도 안정적인 노후 대비를 최우선으로 삼는다"며 "일반 투자자들도 위험이 큰 투자는 반드시 여유 자금으로만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새기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부자들은 또 세금 문제에 예민하다. 박 센터장은 "부자들은 '어디다 투자해야 할까'보다도 '세금을 덜 낼 수 있는 투자처가 없을까'를 상담하러 PB를 만나고 세무사의 조언을 듣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비과세 해외 펀드가 불티나게 팔렸던 것도 이런 이유다. 세금 같은 비용을 줄여야 수익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일반 투자자도 절세 상품을 자산 구성의 바탕에 둬야 할 이유다.

부자 부모들에게도 제일 큰 걱정거리는 '자녀'다. 물려주는 큰돈이 오히려 독이 되어, 자식이 재산을 흥청망청 써버리고 엇나갈까 봐 고민한다. 박 센터장은 "요즘 부자 아빠·엄마들은 돈과 땅만 물려주는 것이 아니라 '화목한 가정'과 '생활화된 재테크 습관'을 같이 물려주려 노력한다"며 "잡은 고기와 함께 낚시하는 법까지 알려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경화 기자(hwa@chosun.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