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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1채만 있어도 보유세 폭탄… 마포·잠실 아파트 2배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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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서울 주택 시장을 또다시 '과열'로 규정하고, 공시지가(아파트는 '공시가격') 인상을 통해 보유세를 올리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실제 가격이 단기간 급등한 경우에 공시지가를 2~3년에 걸쳐 천천히 올렸지만, 내년에는 '실제 가격이 오른 만큼' 공시지가도 곧바로 올리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주택을 한 채 보유한 '1주택자'라 하더라도 보유세 부담이 단기간에 대폭 오른다. 전문가들은 "공시지가는 보유세뿐 아니라 건강보험과 국민연금 등 각종 복지 제도의 기준이기 때문에 급격하게 올리면 주택 보유자의 경제적 부담이 급증한다"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당정 "시세대로 공시지가 인상"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2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최근 주택시장은 개발 호재 등으로 서울 등 일부 지역에서 국지적 불안이 나타나고 있다"며 "올해 공시지가 산정에 허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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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진 질의응답에서 김 장관은 구체적인 공시지가 현실화 계획을 밝혔다. 김 장관은 "공시지가가 집값 급등세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알고 있다"며 "올 초 오른 곳이나 여름부터 시세가 급등하는 지역의 경우에는 (내년) 공시지가를 현실화할 때 충분히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또 "국토부가 지금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했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시지가가 시세 상승분만큼 제대로 반영돼야 한다"며 '공시지가 현실화를 통한 보유세 강화'를 요구한 데 대한 답변이었다. 보유세는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합쳐서 일컫는 표현이다.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장관 발언은 예컨대 집값이 10% 올랐다면 내년엔 공시가격도 10%를 올리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여당에선 윤관석 의원 등이 이날 "공시지가가 시장 가격을 반영하지 못해서 투기 심리를 부추긴다고 생각한다"며 김 장관을 거들었다. 국토부는 최근 서울시와 함께 공시가격 인상 시뮬레이션을 시작했다.

보유세 급등에 각종 준조세도 뛰어

김 장관 말대로 서울 아파트 가운데는 2018년 공시가격 인상률이 작년 시세 상승률에 크게 못 미친 곳이 많았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 전용면적 76㎡ 아파트의 경우, 실제 거래 가격이 재작년 말 10억8000만원에서 작년 말 15억원으로 39% 올랐다. 하지만 공시가격은 8억원에서 9억1200만원으로 14% 오르는 데 그쳤다. 보유세(이하 1주택자 기준)도 20.1%만 올랐다.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도 실거래 가격이 8억5000만원에서 10억원으로 17% 오르는 동안 공시가격은 10%, 보유세는 15% 올랐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집값이 급등하거나 급락한 경우, 자리잡을 때까지 시간을 두고 지켜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최근의 서울 집값 급등은 2016년 말부터 시작됐다. 올해 부과된 보유세에도 이 상승분이 전부 반영되지는 않았다. 공시지가를 국토부 방안대로 올릴 경우 보유세는 급등한다. 추연길 세무사에 따르면, 마포래미안푸르지오 84㎡ 공시가격을 집값 급등이 시작된 2016년 말 이후 최근까지 시세 상승률(64%)대로 올릴 경우, 작년 156만원이던 보유세는 두 배 이상인 335만원으로 오른다. 노원구 중계동 건영3차 같은 면적 보유세도 88만원에서 117만원으로 뛴다. 아파트 공시가격은 매년 4월 30일 발표된다. 이를 기준으로 재산세는 7월과 9월에, 종합부동산세는 12월에 각각 낸다.

정부는 작년 8·2 부동산 대책 이래 집값 급등의 주범을 '투기세력'으로 규정하고, 양도소득세와 대출 등에서 이른바 '다(多)주택자 핀셋 규제'를 적용해왔다. 하지만 공시가격 인상으로 인한 부담 증가는 소유자의 주택 보유 수를 가리지 않는다. 국토부가 최근 금융 당국에 '전세자금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실태'에 대한 자료를 요청한 것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그동안 국토부는 '자기 집을 가진 세입자는 실수요자'라는 입장이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사실상 집값 잡기 전쟁의 대상을 '다주택자'에서 '주택 보유자 또는 주택 구매자 전체'로 확대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공시가격의 파급 효과는 막대하다. 세금을 포함해 건강보험료 산정, 기초노령연금 수급자 선정, 생계유지곤란자 선정 등 61가지 행정 목적에 활용된다. 실제로 최근 4년 연속 공시지가가 두 자릿수 오른 제주에서는 기초노령연금 신청자 중 43%(4138명)가 탈락했다. 전국 평균 탈락률은 29%였다. 서울에 사는 부부의 경우 아파트 공시가격이 7억6380만원 이상이면 소득이 전혀 없어도 기초노령연금을 한 푼도 받을 수 없다.

이종훈 명지대 교수는 "주택 임대사업자 과세 강화에 이어 공시가격 현실화로 은퇴 세대가 충격을 받을 수 있다"며 "이들에 대한 정책적 배려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상진 기자(jhi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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