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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성인도 못 버틸 강풍, 이틀간 한반도 덮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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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세상]

태풍 솔릭, 이재민 1300여명 발생 '곤파스'와 비슷한 경로

"사람들이 활동하는 시간과 겹쳐 예상보다 피해 더 클 수도"

한국과 일본 기상청,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JTWC)는 21일 태풍 '솔릭'의 예상 경로를 거의 비슷하게 예측했다. 차이점은 한국·일본은 충남 태안반도 인근에 상륙한 이 태풍이 서울 동쪽을 통과할 것으로 예상한 반면 JTWC는 서울 서쪽을 지날 것으로 봤다. 이 경우 서울은 태풍 이동 경로의 오른쪽에 있어 '위험 반원(半圓)'에 들게 된다. 태풍은 바람이 불어 들어오는 태풍의 눈 오른쪽 지역에서 바람이 더 세기 때문에 JTWC 예상대로라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강풍 영향을 더 크게 받게 된다.

조선일보

한반도 향하는 솔릭 - NASA(미 항공우주국) 인공위성이 촬영한 19호 태풍‘솔릭(SOULIK)’. 일본 가고시마 남쪽 해상에서 제주도 방향으로 북서진하고 있다. /N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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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은 "어느 쪽이든 위험하긴 마찬가지"라는 입장이다. 유희동 예보국장은 "태풍 솔릭의 경로 변화와 상관없이 전국이 위험 반원에 든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솔릭은 2010년 수도권에 큰 피해를 준 태풍 '곤파스'와 경로가 비슷하다. 2010년 9월 강화도에 상륙한 곤파스는 최대 풍속이 초당 24m, 강풍 반경은 180㎞의 '중간 강도'의 '소형 태풍'이었다. 인천과 서울 등지를 지나면서 사망·실종자 18명, 이재민 1300여 명, 재산 피해 1670여 억원을 냈다. 기상청은 "그나마 곤파스가 상륙한 시점이 새벽 6시이고, 오전 중에 한반도를 빠져나가면서 인명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었다"고 했다.

태풍 솔릭은 이보다 더 큰 피해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상륙 4시간 만에 한반도를 빠져나간 곤파스와 달리 23일 저녁에 상륙해 24일까지 이틀간 내륙에 머물 것으로 보이는 데다 최대 풍속은 곤파스와 비슷하거나 더 높은 수준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예상 강풍 반경도 약 300㎞로 곤파스보다 더 크다. 기상청은 "강풍이 출퇴근 시간대에 불고 오래 지속되면 체감하는 피해는 곤파스보다 더 클 수도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

선박들 긴급대피 - 19호 태풍 솔릭이 일본 가고시마현 남부를 거쳐 북상 중인 가운데 부산 동구 부산항 5부두에 선박 수백 척이 태풍 피해에 대비해 정박해 있다. 기상청은 23일 오후 3시쯤 흑산도 인근 해상을 통과한 태풍 솔릭이 태안반도 인근에 상륙할 것으로 예보했다. /김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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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솔릭의 예상 이동 경로는 기상청의 20일 예보보다 좀 더 서쪽으로 치우치고 이동 속도 또한 느려졌다. 기상청 윤기한 사무관은 "북태평양 고기압이 서쪽으로 약간 이동하면서 태풍을 밀어내 솔릭의 속도가 느려지고 방향이 서쪽으로 편향한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다 일본 본토를 향해 빠르게 북상하고 있는 20호 태풍 '시마론(CIMARON)'과 솔릭의 상호 작용으로 태풍 피해가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솔릭이 서해상을 거쳐 한반도에 상륙하는 것과 비슷한 시점에 시마론은 일본 내륙을 관통한 뒤 동해상에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될 경우 태풍 시마론에서 불어나오는 동풍이 솔릭의 이동 속도를 더 늦춰 한반도 내륙에 더 오래 머물게 하고, 두 태풍의 기류가 한반도 상공에서 부딪칠 경우 더 강한 비 구름대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있다.

태풍 솔릭의 이동 속도가 느려지면 태풍의 강도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유희동 예보국장은 "무더위에 의해 해수면 온도가 올라간 상태에서 해상에 오래 머물면 태풍이 더 강한 에너지를 받을 수 있다. 이동 속도가 느려진 솔릭의 강도가 강하면 더 강해졌지 약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태풍이 육상으로 이동하는 경우보다 해상으로 이동하면 태풍으로 인한 강수량은 상대적으로 적을 가능성이 있다. 육상으로 이동하는 태풍은 수증기로 비구름을 만들어 내지만 해상으로 이동한 태풍은 육상에 비해 구름이 덜 생성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기상청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강수량이 적을 수는 있지만 태풍으로 인한 비의 양이 적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면서 "강한 바람과 많은 비가 예상되므로 단단히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김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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