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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단독] 유엔이 반입 금지한 정유…정부, 개성에 80t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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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 사무소용” 제재 대상 논란

중앙일보

16일 경기 파주 남북출입사무소 개성 방향 출입구로 차량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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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개성 남북연락사무소 공동 개소를 위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금수품목으로 지정한 정유 제품 약 80t을 북한에 반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2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간사인 정양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관세청 등으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6~7월에 석유와 경유 8만 2918kg이 북한으로 반출됐다. 금액으로는 약 1억 300만원 상당이다. 이 중 다시 남측으로 반입된 양은 1095kg으로 100만원 상당에 불과하다.

해당 품목은 국제상품분류 기준인 HS코드 2710 ‘석유·역청유(원유 제외)’로, 지난해 12월 채택된 유엔 안보리 결의 2397호에서 북한으로의 반입이 금지됐다. 이에 따르면 정유제품의 판매, 공급뿐 아니라 이전도 제재 위반에 해당한다. 2397호는 민생 목적 등에 한해 북한에 공급할 수 있는 정유제품의 상한선을 한 해 50만 배럴로 정했는데, 북한은 올 상반기에 이미 해당 양 이상을 들여왔다는 게 미국 등의 판단이다.

북한으로 넘어간 석유와 경유는 전력 생산을 위한 발전기를 돌리는 데 사용됐다. 6~7월 교류발전기(75kVA~375kVA) 여러 대 등 4만 9445kg 상당의 발전기(HS 코드 8501)도 북한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HS코드 8501 역시 안보리 결의 2397호에 따라 북한으로 보낼 수 없는 품목이다.

정부는 남북 간 군 통신선 복원, 이산가족 면회소 수리를 위한 금수 물자 반입에 대해서는 유엔 안보리로부터 제재 면제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개성 연락사무소와 관련한 제재에 대해선 아직 미국과 협의 중이다. 북한으로 보낸 정유 제품 중 이산가족 면회소용은 180kg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개성으로 갔다.

정부 당국자는 이에 대해 “개성 연락사무소로 향한 물자는 북한에 체류하는 우리 인원이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제재 대상이 아니다. 북한에 어떤 경제적 이득도 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양석 의원은 “우리 인원이 쓰더라도 연락사무소가 북한에 있기 때문에 문제”라며 “제재 관련 협의가 끝나기도 전 성급하게 먼저 집행부터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도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고 있다. 미 국무부는 19일 “남북관계 개선이 반드시 비핵화 진전과 정확히 발맞춰(lockstep) 가야 한다”며 남북관계 과속을 경계했다.

반면 북한은 개성 연락사무소 개소를 빌미로 제재를 풀라고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북한의 대남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지난 12일 “(판문점선언이 이행되지 않는 원인은) 미국의 대조선(대북) 제재 책동과 그에 편승한 남측의 부당한 처사에 있다”며 “공동연락사무소 작업에 필요한 몇 ㎾ 용량의 발전기를 들여오는 것도 제 마음대로 결심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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