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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이슈 박항서의 베트남

베트남 축구 아버지 박항서, 일본서 신으로 불리는 박주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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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에 부는 ‘지도자 한류’

‘박항서 매직’ 베트남 16강 진출

일본 배드민턴 금메달 노려

이만수 감독은 라오스 야구 이끌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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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인 지도자들이 맹활약하고 있다. 외국 대표팀을 맡아 성적을 끌어올리면서 ‘지도자 한류(韓流)’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베트남 남자축구를 16강으로 이끈 박항서(59) 감독, 일본 배드민턴 대표팀을 지도하고 있는 박주봉(54) 감독과 라오스 야구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이만수(60) 전 감독이 대표적이다.

불모지나 다름없던 종목을 개척한 한국 지도자들은 각국에서 영웅 대접을 받고 있다. 이들은 스포츠로 민간 외교관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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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브카시 치카랑의 위봐와 묵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조별리그 D조 베트남과 일본의 경기에서 베트남 박항서 감독이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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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23세 이하 축구대표팀은 지난 19일 D조 3차전에서 일본을 1-0으로 꺾는 이변을 연출했다. 베트남은 조 1위(3승)로 16강에 올랐다. 베트남 언론은 ‘박항서 매직’이라며 대서특필했고, 베트남 국민들은 포털 사이트마다 ‘박항서 아저씨, 베트남으로 귀화해달라’는 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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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선수가 SNS에 올린 박항서 감독이 마사지 기계를 들고 베트남 선수 발을 문지르는 모습. [베트남 선수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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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감독은 베트남에서 ‘파파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베트남의 한 선수가 최근 소셜미디어에 올린 8초짜리 동영상이 베트남 사회에 큰 감동을 줬다. 이 동영상에는 박 감독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마사지 기계를 들고 베트남 선수의 발을 정성스럽게 문지르는 모습이 담겨있다. 이 동영상은 ‘선수들을 극진히 사랑하는 감독님’이란 글과 함께 베트남 사회에 빠르게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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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브카시 치카랑의 위봐와 묵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조별리그 D조 베트남과 일본의 경기에서 베트남 박항서 감독이 경기 시작과 함께 터진 선제골에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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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베트남 지휘봉을 잡은 박 감독은 지난 1월 아시아 23세 이하 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결승에서 우즈베키스탄에 져 실망한 선수들과 일일이 안아주며 “우린 최선을 다했으니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 절대 고개 숙이지 말라”라고 격려했다.

베트남은 23일 바레인과 16강전에서 맞붙는다. 베트남과 한국은 각각 16강, 8강전에서 승리할 경우 준결승에서 격돌하게 된다. 박 감독은 “내 조국은 대한민국이지만 지금은 베트남 감독이다. 어떤 팀을 만나든 간에 베트남 승리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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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체였던 일본 배드민턴을 환골탈태시킨 박주봉 감독. [중앙포토]




일본에선 박주봉 감독의 인기가 하늘을 찌를 듯하다. 박 감독이 이끄는 일본 배드민턴 대표팀은 남녀 단체전에서 나란히 4강에 올랐다. 특히 일본 남자팀은 지난 20일 8강전에서 한국을 3-0으로 완파하고, 48년 만에 준결승에 진출했다.

박주봉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남자복식에서 금메달을 따내면서 ‘셔틀콕 황제’란 별명을 얻었다. 배드민턴 약체였던 일본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참패하자 박주봉 감독을 영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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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배드민턴 대표팀을 이끄는 박주봉 감독(왼쪽)이 2016 리우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복식 결승전에서 일본에 마쓰토모 미사키-다카하시 아야카가 금메달을 확정짓자 환호하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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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14년째 이끌고 있는 박 감독은 ‘뚝심 리더십’으로 유명하다. 박 감독은 실업팀의 입김에 좌우되던 일본 배드민턴을 대표팀 중심으로 바꿨다. 한국식 합숙 시스템을 도입하고, 팀워크와 근성을 강조했다.

선수들과 오키나와 모래사장을 함께 달리고, 독학으로 일본어를 익혀 선수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 덕분에 일본 배드민턴은 2016 리우 올림픽 여자복식에서 금메달을 땄다. 이번 아시안게임 출전 선수 중 세계랭킹 10위 안에 드는 선수가 10명이나 된다. 박 감독은 일본에서 신(神)을 뜻하는 ‘카미 사마’라 불린다.

박주봉 감독은 “한국과는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무래도 부담스럽다”며 "일본 배드민턴은 1998년 대회 이후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없다. 이번엔 꼭 금메달을 따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 축구는 거듭된 졸전 끝에 간신히 16강에 올랐다. 한국 남녀 배드민턴은 단체전에서 동반 탈락했다. 그래서 한국 내에서도 박항서-박주봉 ‘양박’ 감독이 더욱 화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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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 야구협회 부회장 겸 라오스 국가대표 야구단 단장을 맡고 있는 이만수 전 SK 와이번스 감독이 21일 라오스-태국 전을 관전하고 있다. 자카르타=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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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SK를 지도했던 이만수 감독은 현재 라오스 야구협회 부회장 겸 단장이다. 이번 대회에 라오스 대표팀을 이끌고 출전했다. 라오스가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권영진 감독이 팀을 지휘하지만, 이만수 부회장 겸 단장도 유니폼을 입고 더그아웃에서 경기를 지켜본다.

선수 시절 홈런을 펑펑 터트려 ‘헐크’로 불렸던 이만수 전 감독은 ‘통 큰 리더십’으로 라오스 선수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이 감독은 2014년 지인의 부탁으로 라오스에 1000만원 상당의 야구용품을 후원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SK 감독을 그만둔 뒤에는 아예 ‘라오 브라더스’라는 팀을 창단했다.

이 감독은 "1904년 필립 질레트 선교사가 YMCA를 통해 한국에 야구를 보급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이만수도 없었을 것”이라며 "틈날 때마다 라오스에 들러 선수들을 만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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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 야구협회 부회장 겸 라오스 국가대표 야구단 단장을 맡고 있는 이만수 전 SK 와이번스 감독이 21일 라오스-태국 전을 관전하고 있다. 이 단장이 권영진 라오스 감독과 이야기하고 있다. 자카르타=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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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야구공을 제대로 잡지도 못했던 라오스 선수들은 이 부회장의 지도 아래 기량이 발전했다. 지금은 한국의 중학교 3학년 선수 수준이다. 라오스 내의 야구 인구도 150명을 넘어섰다. 지난 6월 이 감독은 라오스 선수들을 한국으로 초청했다. 라오스 선수들은 한국의 프로야구 경기를 관전한 뒤 한국의 고교 야구부와 연습경기도 치렀다. 그래서 이만수 전 감독은 ‘라오스 야구의 아버지’라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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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수는 라오스가 1승을 하면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안에서 상의를 벗고 팬티 세리머니를 하겠다고 공언했다. 이 감독은 SK 수석코치 시절이었던 2007년 5월 홈 구장에 만원 관중이 들어차면 팬티 세리머니를 하겠다고 했고 이를 실행에 옮겼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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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이 떨어지는 라오스는 태국·스리랑카와 1라운드를 치른다. 이 중 한 팀만 2라운드에 나선다. 이 감독은 "라오스는 아시아에서도 가장 가난한 나라에 속한다. 야구를 통해 라오스 사람들이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다”며 "태국의 야구 역사는 48년, 스리랑카는 24년이지만 라오스는 4년에 불과하다. 어려운 도전이지만 꼭 1승을 거두고 싶다”고 했다.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한국 양궁도 많은 해외 지도자를 배출했다. 한국 지도자들은 아시안게임 양궁에 출전한 일본·베트남·말레이시아 등 7개국의 감독을 맡고 있다.

자카르타=김원,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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