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암보험 국민청구 기각 논란…제도 실효성 도마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이 요양병원 입원비를 둘러싼 암 보험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국민검사청구에 대해 기각결정을 내렸다.

금감원은 21일 오후 국민검사청구심의위원회를 열어 300여명의 암 보험 환자들이 제기한 국민검사 청구를 심의한 결과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암 환자들은 ‘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우 모임(보암모)’를 중심으로 지난달 금감원에 국민검사를 청구했다. 일부 보험사가 암 수술 후 면역치료 등을 위해 요양병원에 입원한 경우 암의 ‘직접적 치료’가 아니라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부해서다.

금감원은 암 보험 분쟁에 대해 요양병원 치료비 지급 거절이 부당한 업무처리로 보기엔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기각 이유에 대해 “요양병원의 암 입원비 지급의 실제적 구제 수단은 검사가 아니고 분쟁조정”이라며 “청구인들이 이익을 침해 받았다고 주장하는 부분은 법률적 판단 또는 고도의 의료적 전문지식이 필요, 금감원이 검사로 조치하기 어려운 사항”이라고 밝혔다.

이어 “진행 중인 다수의 암 입원 보험금 지급 관련 분쟁조정이 마무리돼 적절한 지급기준이 마련되면, 암 입원보험금 지급 여부의 적정성 등을 점검하겠다”고 덧붙였다. 금감원은 암 보험 관련 민원에 대해 다음 달 중 분쟁조정위원회에 상정해 사례 별로 논의를 진행한다.

금융소비자 단체는 금감원이 본질을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보험국장은 “청구를 제기한 암 환자는 통상 대형병원서 수술을 하고 등떠밀려 요양병원으로 치료를 받기 위해 간 사람들인데 금감원이 요구한 의료지식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금감원과 보험개발원에 상품 개발시 요양병원 치료비를 보험료에 넣었는지 물었지만 두곳 다 답변을 회피, 소비자가 보험을 잘 모르는 점을 악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국민검사청구심의는 2014년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이후 4년만에 열린 것으로, 청구가 또다시 기각돼 제도에 대한 실효성을 놓고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국민검사청구는 금융계의 신문고를 목표로 2013년 시작됐지만 현재까지 접수된 건은 암 보험을 포함해 총 4건이다. 그 중 실제로 검사가 진행된 것은 동양사태가 유일하다.

국민검사청구는 금융사의 위법하거나 부당한 업무로 소비자 이익이 침해될 우려가 큰 건에 대해 200명 이상 당사자가 검사를 청구하면 된다. 하지만 일반 국민에게는 접수 기준이 높고, 금감원 내부에서조차 시스템 부족 등으로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회사에 대한) 검사 청구보다 민원을 넣어 실질적인 조치를 받는 것이 소비자에게 더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접수된 3건은 모두 금융소비자원 원장이 소비자를 대표해 청구한 것으로, 2013년 7월에 청구된 ‘CD금리 담합 의혹 및 부당금리 적용’건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조사중이라는 이유로 기각됐다. 2014년 접수된 ‘카드 개인 정보 유출 및 유통 피해’건도 이미 금감원에서 검사를 실시한 건이라며 각하됐다.

오 국장은 “금감원의 이번 결정은 환자가 스스로 의료과실을 입증하라는 것과 같다”며 “금감원이 국민검사청구를 스스로 무력화 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은성 기자 kes@kyunghyang.com>

[경향비즈 바로가기], 경향비즈 SNS [페이스북]
[인기 무료만화 보기][카카오 친구맺기]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