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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또 등장한 靑 기준금리 발언…'연내 동결론' 힘 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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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韓 환경 맞는 금리정책 써야"

美 인상 기조에도…韓 경기 둔화

채권금리 화들짝…10개월來 최저

"둔화 지속시 연내 인상 어려울듯"

이데일리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미국의 금리 인상이 오면 아무래도 여파들이 있을 겁니다. 우리나라는 또다른 나라의 환경하고는 다른 측면이 있을테니, 그에 따라 우리나라에 맞는 정책을 써야 겠지요.”

21일 이른 오후. 청와대 고위관계자의 이같은 발언이 전해지면서 서울채권시장이 발칵 뒤집혔다. 강세(채권금리 하락)와 약세를 오가며 보합권에 머물다가, 갑자기 강세 폭이 커진 것이다.

이 관계자의 언급은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인상 기조에 끌려갈 필요가 없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우리나라보다 0.50%포인트 더 높다. 연준이 다음달 또 올리면 그 차이는 0.75%포인트로 벌어진다. 한은은 ‘당연히’ 인상 압력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국내 경기가 워낙 좋지 않다는 점이다. 고용 쇼크발(發) 경기 침체가 현실화할 경우 기준금리 인상은 독(毒)으로 작용할 수 있는 탓이다. 채권시장 한 인사는 “청와대가 금리 인상에 대한 불편한 심경을 에둘러 표현한 것 아닌가 한다”고 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국회 전체회의에서 일자리 부진과 관련해 “빠른 시일 내 회복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결과적으로 청와대 고위관계자의 발언을 거든 격이 됐다.

시장금리는 하락 폭을 더 키웠다. 이날 서울채권시장에서 통화정책에 민감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거래일 대비 6.6bp(1bp=0.01%포인트) 하락한(채권가격 상승) 1.919%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10월13일(1.916%) 이후 10개월여 만의 최저치다. 3년물 금리는 고용 쇼크 지표가 나온 이후 바닥을 모르고 내리고 있다.

국고채 5년물 금리도 전거래일 대비 5.2bp 내린 2.132%에 거래를 마쳤다.

장기물도 강세를 보였다.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2.6bp 내린 2.381%를 나타냈다. 이 역시 지난해 9월29일(2.379%) 이후 가장 낮다. 초장기물인 20년물과 30년물 금리는 각각 2.6bp, 2.8bp 하락한 2.364%, 2.345%에 마감했다.

국채선물시장 흐름도 비슷했다. 3년 국채선물(KTBF)은 전거래일과 비교해 16틱 상승한 108.78에 마감했다. 10년 국채선물(LKTBF)은 31틱 오른 123.13에 거래를 마쳤다. 틱은 선물계약의 매입과 매도 주문시 내는 호가단위를 뜻한다. 틱이 오르는 건 선물가격이 강세라는 의미다.

상황이 이렇자 연내 기준금리 동결론도 설득력 있게 돌고 있다. 한 증권사 채권딜러는 “현재 상황을 놓고 보면 올해 인상에 나설 명분이 거의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한은은 인상을 원하지만 실물경제 회복세는 당초 기대에 못 미치는 상황”이라며 “한은은 4분기 중 인상을 시도하겠지만 둔화가 지속될 경우 연내 인상이 어려워질 가능성도 높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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